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KOICA, 스리랑카 시민사회 키우기 적극 나섰다
[헤럴드경제 =원호연 기자]“스리랑카에서 가장 친한 친구를 ’망고 프렌드(Mango Friend)‘라고 부른다. 한국은 스리랑카에 망고 프렌드다”

지난 달 27일 한국 취재진을 만난 반둘라 구나와르데나(61) 스리랑카 교육부 장관은 스리랑카 내 한국국제협력단(KOICA)의 활동에 대해 엄지 손가락을 치켜들었다.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꼭 필요한 지원을 KOICA가 제공해주고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KOICA는 타밀 반군과의 내전이 종식된 2009년 이후 본격적인 대(對) 스리랑카 원조에 나서고 있다. KOICA의 원조 방향은 스리랑카 시민 사회에 절실히 요구되는 요소를 지원해 역량을 강화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지원은 개별 프로젝트 외에도 스리랑카의 정책 개발에 대한 컨설팅(DEEP), 민관 협력, 연수프로그램 형식으로 이뤄진다. 


KOICA가 스리랑카의 시민사회에 눈길을 돌린 것은 스리랑카를 두고 벌어지는 중국과 일본의 경쟁과도 관련이 있다. 내전 종식 이후 스리랑카가 최근 6~8%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자 중국은 마힌다 라자팍사 현 대통령의 고향인 함반토타 지역에 항구와 공항을 세워주는 등 물량공세에 나서고 있다. 스리랑카가 인도를 견제하고 아시아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해양 실크로드 전략의 요충지로 판단했기 때문. 일본 역시 이에 맞서 반다라네케 국제공항 현대화 사업과 남부 송전선 건립사업 등 인프라 건설 지원에 나서고 있다. 양국정상은 지난 9월 경쟁적으로 스리랑카를 방문해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한 바 있다. 주 스리랑카 한국 대사관 관계자는 “인도양이 우리의 주요 무역로라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도 스리랑카에 전폭적인 원조에 나서야 하지만 물량으로는 중ㆍ일 양국에 맞서기 힘들다”면서 한국의 실정에 맞는 맞춤형 전략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KOICA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분야는 교육분야다. 대(對) 스리랑카 국가 협력전략(CPS) 상 중점 협력 분야로 선정, 집중 지원하고 있다. 교육시설이 파괴된 북부 킬리노치 지역에 2011년부터 500만달러를 들여 14개 학교와 기숙사를 짓는 것이 대표적인 사업. 지역 간 교육 격차가 내전 이후 남아시아의 중심 국가로 성장하고 있는 스리랑카의 발전을 저해하는 장애물이 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구나와르데나 장관은 “내가 어릴 적 코레아(한국)은 못 사는 지역을 뜻하는 단어였지만 지금은 반대로 성공한 나라를 의미한다. 한국의 교육이 급격한 경제 성장을 가져왔다고 들었다”며 한국 기술교육의 노하우를 적극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스리랑카는 석유 등 천연 자원이 부족한 점을 감안, 초ㆍ중ㆍ고교는 물론 대학교 역시 무료로 제공하는 등 교육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그 일환으로 ‘1000개의 수학 연구소, 1000개의 컴퓨터 연구소, 1000개의 언어 연구소’ 전략을 통해 기술 교육에 전념하고 있다.

KOICA는 유니세프(UNICEF)와 손잡고 교사 연수, 과정 개발 등 교육 프로그램을 지원하는 한편, 기술 인력 개발을 2015년까지 기아자동차, 마이크로모터스와 협력, 스리랑카 학생들이 자동차 생산 현장에서 기술교육을 받고 이후 실제 고용되도록 지원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구나와르데나 장관은 “중국이나 일본도 지원해주고 있지만 한국만큼 노하우를 갖고 있지 않을 뿐 아니라 이익이 나오는 분야가 아니라고 보고 집중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2008년부터 시작한 돔페 지역 폐기물 통합관리 시스템 구축 사업도 스리랑카 주민들의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지원 사업 중 하나다. 스리랑카는 급격한 인구증가와 도시화에도 불구하고 체계적인 생활 폐기물 처리 시설과 기술을 갖추지 못해 환경오염에 시달리고 있다. KOICA는 주민들의 생활 질 개선을 목표로 2ha 규모의 위생 매립장을 건설하고 암롤 트럭, 불도저 등 관련 기자재를 지원했다. 폐기물 관리 노하우를 전수해주기 위해 5개 과정의 연수 프로그램에 60명을 초청하기도 했다. 향후 폐기물 매립이 끝나면 지상을 공원화해 주민들의 휴식공간으로 제공할 예정. 스리랑카 정부와 주민 반응이 긍정적으로 나오자 프랑스 원조기관 AFD가 사업 공동평가를 제안한 한편, 아시아개발은행(ADB), 세계은행(IBRD)이 유사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그외에 전통의학부와 손잡고 콜롬보 시내에 세운 한방병원도 주민들에게 인기가 높다. 관절염을 오래 앓아다는 가은띠 (54ㆍ여)씨는 “(한방병원에서 치료받고나서) 일어서서 걸을 수 있고 이제 아프지 않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김인규 원장은 “한의학의 침술과 약재가 스리랑카의 민간 요법과 통하는 점이 많아 주민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다는 점이 장점”이라고 밝혔다.

향후 KOICA는 3년에 걸쳐 중부 담불라 지역을 중심으로 전국 8개 지역의 농수산물 저장창고 건설도지원할 예정. 스리랑카는 50%의 국민이 농수산업에 종사하고 있지만 저장 기술 부족과 유통망 미비로 부가가치 기준으로 전체 경제의 12%에 불과할 정도로 낮은 생산성을 보이고 있다. 주민들의 주식인 쌀과 양파, 고추 등의 채소를 장기 저장하는 저장창고를 짓고 각 작물에 맞는 저장 조건에 대한 기술 전수가 이뤄질 예정이다.

특히 이 사업은 OECD가 유ㆍ무상 원조 통합 정책 수립을 권고한 이래 이 지역에서 KOICA와 수출입은행이 손잡고 벌이는 첫 유ㆍ무상 통합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KOICA가 타당성 조사와 세부계획 수립을 맡고 수출입 은행이 2억5000만 달러의 차관을 제공해 건설할 계획이다.

스리랑카 원조 사업을 총 지휘하는 조규찬 ODA 센터 소장은 “앞으로도 스리랑카 국민들에게 한국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는 좋은 사업을 발굴, 한-스리랑카 관계 발전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앞으로의 계획을 밝혔다.

why37@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
          연재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