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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 한국바둑 중흥기 이끈 ‘재계 바둑 마니아들’
[특별취재팀=민상식 기자]드라마 ‘미생’은 한국기원 연구생이었던 ‘장그래’가 프로 입단에 실패한 후 대기업의 인턴으로 들어가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다. 장그래는 10살에 한국기원 연구생으로 입문한 후, 연구생 자격이 끝나는 18세까지 프로 입단을 위해 악전고투를 벌이지만 결국 실패한다.

이처럼 연구생 제도를 시행하고 각종 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곳이 한국기원이다. 국내 바둑의 총본산인 한국기원의 총재 및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대한민국 바둑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이들이 재계 바둑 마니아들이다.

한국기원은 총재ㆍ이사장 직제로 대표가 두 명이다. 1983년 2대 총재로 취임한 사람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2000년까지 3ㆍ4기를 연임한 후 17년 동안이나 한국기원의 총재로 바둑계를 이끌었다. 

1993년 한국바둑이 세계 4대 기전(진로배ㆍ잉창치배ㆍ동양증권배ㆍ후지쓰배) 제패를 기념하는 축하연에 참석한 현재현 한국기원 전 이사장(왼쪽), 김우중 한국기원 전 총재

김우중 총재와 같은 시기에 함께 활동한 12ㆍ13대(1993~2001년) 이사장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었다.

대기업의 회장이자 바둑 마니아인 두 사람의 ‘투 톱’ 체제는 대한민국 바둑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 전 회장은 재계에서 거액의 후원을 이끌어냈다. 프로기사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대기업에 바둑부 신설을 권유하고, 프로기사들을 각 기업의 지도사범으로 초빙했다.

현 회장은 1989년에 국내 최초의 세계 바둑기전인 ‘동양증권배’를 창설한 데 이어 매년 기부금 수억원을 한국기원에 내놓는 등 재정지원을 폈다.

이 시기 이창호 등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들이 1993년 세계 4대 기전(진로배ㆍ잉창치배ㆍ동양증권배ㆍ후지쓰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이른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등 대한민국 바둑은 중흥기를 맞이했다.

재계 바둑 마니아들의 바둑 실력도 상당하다. 김 전 회장은 틈만 나면 해외 출장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바둑을 둘 정도로 재계에서 손꼽히는 바둑 애호가였다. 김 전 회장은 1989년 한국기원으로부터 명예 아마 3단증을 받았다.

현 회장은 중학교 때부터 바둑을 배워 실력이 아마 5단으로 재계 최강자로 알려져 있다. 현 회장은 학창시절 서울대 법과대 바둑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14대 이사장 허동수(GS칼텍스 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당시 동네 기원은 줄고 바둑 인기도 시들해져 가면서 바둑계에는 위기의식이 퍼져나간 시기였다. 허 회장은 이런 위기 속에서 직접 ‘GS칼텍스 프로기전’을 창설하고, 한국바둑리그 ‘킥스(Kixx)’팀을 만드는 등 바둑에 특별한 애정을 쏟았다.

특히 지역 바둑인들을 위해 GS칼텍스 프로기전 결승대국 중 일부를 지방에서 개최하고, 각국 간의 우호증진을 위해 중국ㆍ일본에서도 대회를 진행해 바둑문화 교류에 앞장섰다.

허 회장은 14∼17대 이사장을 연임하며 13년간 한국기원을 이끌었다. 고등학교 때 바둑과 인연을 맺은 허 회장은 아마 7단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한국기원의 총재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다. 최근 이사장직이 폐지돼 총재직이 한국기원을 대표한다. 홍 회장은 바둑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1998년 한국기원으로부터 명예 아마 6단을 수여받은 바 있다.

ms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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