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연구생 제도를 시행하고 각종 바둑대회를 개최하고 있는 곳이 한국기원이다. 국내 바둑의 총본산인 한국기원의 총재 및 이사장으로 재직하며 대한민국 바둑의 전성기를 만들어낸 이들이 재계 바둑 마니아들이다.
한국기원은 총재ㆍ이사장 직제로 대표가 두 명이다. 1983년 2대 총재로 취임한 사람이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다. 김 전 회장은 2000년까지 3ㆍ4기를 연임한 후 17년 동안이나 한국기원의 총재로 바둑계를 이끌었다.
1993년 한국바둑이 세계 4대 기전(진로배ㆍ잉창치배ㆍ동양증권배ㆍ후지쓰배) 제패를 기념하는 축하연에 참석한 현재현 한국기원 전 이사장(왼쪽), 김우중 한국기원 전 총재 |
김우중 총재와 같은 시기에 함께 활동한 12ㆍ13대(1993~2001년) 이사장은 현재현 동양그룹 회장이었다.
대기업의 회장이자 바둑 마니아인 두 사람의 ‘투 톱’ 체제는 대한민국 바둑계를 획기적으로 발전시키는 계기가 됐다. 김 전 회장은 재계에서 거액의 후원을 이끌어냈다. 프로기사의 경제적 안정을 위해 대기업에 바둑부 신설을 권유하고, 프로기사들을 각 기업의 지도사범으로 초빙했다.
현 회장은 1989년에 국내 최초의 세계 바둑기전인 ‘동양증권배’를 창설한 데 이어 매년 기부금 수억원을 한국기원에 내놓는 등 재정지원을 폈다.
이 시기 이창호 등 한국기원 소속 프로기사들이 1993년 세계 4대 기전(진로배ㆍ잉창치배ㆍ동양증권배ㆍ후지쓰배)에서 모두 우승을 차지하며 이른바 그랜드슬램을 달성하는 등 대한민국 바둑은 중흥기를 맞이했다.
재계 바둑 마니아들의 바둑 실력도 상당하다. 김 전 회장은 틈만 나면 해외 출장을 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바둑을 둘 정도로 재계에서 손꼽히는 바둑 애호가였다. 김 전 회장은 1989년 한국기원으로부터 명예 아마 3단증을 받았다.
현 회장은 중학교 때부터 바둑을 배워 실력이 아마 5단으로 재계 최강자로 알려져 있다. 현 회장은 학창시절 서울대 법과대 바둑대회에서 몇 차례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2001년에는 14대 이사장 허동수(GS칼텍스 회장) 체제가 출범했다. 당시 동네 기원은 줄고 바둑 인기도 시들해져 가면서 바둑계에는 위기의식이 퍼져나간 시기였다. 허 회장은 이런 위기 속에서 직접 ‘GS칼텍스 프로기전’을 창설하고, 한국바둑리그 ‘킥스(Kixx)’팀을 만드는 등 바둑에 특별한 애정을 쏟았다.
특히 지역 바둑인들을 위해 GS칼텍스 프로기전 결승대국 중 일부를 지방에서 개최하고, 각국 간의 우호증진을 위해 중국ㆍ일본에서도 대회를 진행해 바둑문화 교류에 앞장섰다.
허 회장은 14∼17대 이사장을 연임하며 13년간 한국기원을 이끌었다. 고등학교 때 바둑과 인연을 맺은 허 회장은 아마 7단의 실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한국기원의 총재는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이다. 최근 이사장직이 폐지돼 총재직이 한국기원을 대표한다. 홍 회장은 바둑 진흥에 기여한 공로로 1998년 한국기원으로부터 명예 아마 6단을 수여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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