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사무처는 두 조각상을 들인 이유가 세종대왕이 상징하는 ‘문(文)’과 충무공으로 대표되는 ‘무(武)’의 조화를 이루겠다는 취지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사무처 관계자는 “문무 균형을 맞춰 국회를 보다 조화롭게 보이게 한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이완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오른쪽두번째)와 우윤근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2일 오전 국회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실에서 열린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악수를 하고 있다.(왼쪽부터 안규백 새정치민주연합 원내수석부대표,우윤근,이완구,김재원 새누리당 원내수석부대표). [이길동기자.gdlee@heraldcorp.com] |
이처럼 강한 리더십과 부드러운 리더십의 공존을 기대하며 두 조각상이 25년 가까이 국회를 지켰지만 유감스럽게도 국회에서 공존 효과는 잘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 중론이다. 여야 각 원내사령탑의 성향에 따라 ‘강 대 강’ 대치가 형성될 때는 서로 목소리만 높이다 관계가 와해되기 일쑤였다. ‘약 대 약’ 국면에서는 이리저리 끌려다니기만 하다 실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금의 새누리당 이완구 원내대표,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 체제가 잡혔을 때 모처럼 강약 조절이 가능한 구도가 짜여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당내에서 이 원내대표는 강한 리더십을, 우 원내대표는 부드러운 리더십을 대표하는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흥미로운 점은 두 조각상의 배치에 대한 기록은 남아있지 않지만, 충무공상은 현재 새누리당 쪽에, 세종대왕상은 새정치민주연합 쪽에 위치해 있다는 것이다. 우연의 일치 치고는 두 원내대표의 성향과 딱 들어맞는 배치다. 실제 이 원내대표는 홍성 경찰서장으로 시작해 충북ㆍ충남경찰청장을 역임했고, 우 원내대표는 32회 사법고시를 통과해 변호사와 법대교수를 거친 율사 출신이다.
두 리더십의 조화가 빛을 발한 덕분에 국회는 12년 만에 법정시한에 맞춰 새해 예산안을 통과시킬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결정적 장면은 담뱃세와 예산부수법안 합의 직전 이 원내대표가 직접 우 원내대표를 찾아간 것이었다. 여당 원내사령탑이 야당을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이 원내대표의 선굵은 정치스타일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평가다.
판은 이 원내대표가 짰지만, 디테일은 우 원내대표가 챙겼다. 우 원내대표는 여당의 공격적인 협상 스타일 속에서도 특유의 꼼꼼함으로 신용카드 소득공제 2년 연장 등 놓칠 뻔한 주요 법안을 지켜냈다. 이에 정치권에서는 “세월호법에 이어 예산처리를 보며 남은 6개월 두 원내대표의 콤비 효과가 더욱 기대된다”는 호평도 나온다.
killpass@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