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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러시아 외환위기 우려 고조…루블화 16년來 최대폭락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국제유가 하락으로 루블화 가치가 폭락하면서 러시아가 1998년 이후 16년만에 또다시 외환위기 트라우마에 떨고 있다.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1일(현지시간) 달러 당 루블은 장 중 9%까지 폭락했다. 이후 러시아 중앙은행으로 의심되는 기관의 개입으로 낙폭을 줄여 결국 전날 보다 4% 하락에 그친 52.07달러에서 거래를 마쳤다.

이 날 장중 하락 폭은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6년만에 최대 낙폭이었다. 스탠다드은행의 팀 애쉬 애널리스트는 영국 가디언에 “러시아 중앙은행이 (환율방어를 위해) 수백만달러를 썼을 것이다”고 했다.

달러 당 루블화는 올들어 거의 40% 하락했고, 특히 지난 6월 이후 35% 떨어졌다. 특히 지난달 27일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합의 실패 이후 ‘자유낙하’ 중이다.

[게티이미지]

▶외환위기 ‘트라우마’ =러시아 중앙은행의 외환시장 개입 압력은 점차 커지고 있다. 덴마크 단스케뱅크의 라스 크리스텐센은 1일 러시아 중앙은행의 시장 개입을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본을 조절 하고자하는 신호라는 것을 알 수 있다”고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의 크세니아 유다에바 제1부총재는 현지 언론에 “시장에서 레귤레이터(조정기관)는 유가가 배럴 당 60달러로 전망될 때 작동해 왔다”며 “장기적으로 유가는 떨어질 것이다”고 했다.

러시아 중앙은행이 서둘러 환율 방어에 나선 것은 과거 외환위기 ‘트라우마’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1980년대 옛 소련 시절 유가 하락기에 소련의 장기침체는 1998년 외환위기로 이어졌다.

루블은 유가와 나란하게 움직이는 구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에서 석유가스는 전체 수출의 68%, 재정의 50%를 차지한다.

러시아 외환보유고는 루블화 하락으로 올 들어 이미 900억달러가 증발했다. 이는 러시아경제의 4.5%에 해당한다.

현재 러시아의 외환보유고는 4200억달러다. 국제금융협회(IIF)의 루도비르 미토프는 “자본유출로 외환보유고가 3300억달로로 줄어들 경우 투자자들은 조바심을 느끼기 시작할 것이다”고 말했다.

도이체뱅크는 유가가 70달러 밑으로 떨어질 경우 러시아 재정균형은 깨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러시아 은행들 ‘뱅크런’ 사태 준비 =루블화 폭락으로 러시아은행과 기업들이 갚아야할 대외부채 부담은 더욱 커지고 있다. 러시아 중앙은행에 따르면 은행과 기업의 총 외채 규모는 6140억달러(681조원)이며, 이 중 310억달러는 이달 중 상환 만기이며, 980억달러는 내년말까지 갚아야한다.

이같은 우려로 이날 러시아 5년만기 국채 신용디폴트스와프(CDS) 프리미엄은 금융위기 이후 최고인 30베이시스포인트(0.3%p) 급등했다.

에너지회사 루크오일의 10년채 금리는 6월 이후 7.5%인 250베이시스포인트 올랐다.

FT에 따르면 1998년 외환위기 당시와 달리 러시아은행들의 외환잔고는 아직 줄어들지 않았다. 하지만 러시아 대출기관들은 대량인출사태를 막기 위한 사전예방책을 도입하고 있다. 1일 러시아 일간 이즈베스티야는 러시아 일부 은행이 고객 1인 당 10만달러(10만유로)로 인출을 제한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로스방크와 소시에테제너럴의 러시아자회사는 고객이 살 수 있는 달러화 한도를 1회에 1000달러로 제한했다. 라이파이젠은행은 2000달러로 제한했다.

루블화 하락으로 소매 물가는 오름새다. 러시아 재무부 장관은 물가상승률은 2015년 1분기에 10%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텔레그래프는 “이미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세탁기, 자동차, 컴퓨터 등에 대한 사재기가 일어나고 있다”면서 “통화절하가 소매물가 급등을 일으켜서 어느 지점이 되면 지난 외환위기 기억을 불러일으켜 ‘자가급유’식 위기를 초래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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