新관치금융 논란 중심에 선‘ 서금회’

금융기관장 인선에 서강대 인맥 우리은행장에 이광구 등 복수추천 정치권도 참여…인사에 영향력

‘신(新)관치금융’ 논란의 중심에 ‘서금회’가 들어섰다.

최근 금융기관장 인선에는 어김없이 서금회가 등장한다.

박근혜 정부 초기 동문이란 이유로 되레 차별대우를 받았지만 중반기에 접어들어 금융권의 요직을 두루 차지하면서 새로운 금융라인을 형성하고 있다.

이순우 행장이 연임 포기를 밝힌 우리은행은 행장후보추천위원회가 2일 회의에서 서금회 논란에 서 있는 이광구 부행장을 비롯해 이동건 수석부행장, 정화영 중국법인장 등을 복수추천했다. 행추위가 5일 면접을 통해 최종 후보를 추대하면 9일 이사회에서 승인될 예정이다. ▶금융인 특화 모임으로 시작=서금회는 서강금융인회의 줄임말로 박 대통령의 모교인 서강대 출신 금융인들이 2007년 만든 모임이다. 1970년대 후반 이후 학번으로 은행, 증권, 보험, 카드, 자산운용, 금융유관기관 등에 몸담고 있는 현직 팀장급 이상 멤버로 구성됐다. 비금융인 동문까지 포함된 ‘서강바른금융인포럼’과 함께 서강대 동문모임의 쌍두마차다.

서금회는 박 대통령이 2007년 한나라당 대선 경선에서 패배한데 대해 아쉬워한 동문들이 자발적으로 조직했다. 결성 당시에는 75학번 10여명이 모임을 이끌었는데 18대 대선 직전 송년모임부터는 참석자가 급증해 현재 300여명이 넘는 세력으로 확장했다.

서강대 출신 한 금융권 인사는 “전후 한국경제의 이론적 토대를 ‘서강학파’(서강대 경제학파 출신)가 제공하면서 전통적으로 서강대 금융ㆍ경제 인맥은 나름 유명했다”면서 “박 대통령 당선 후 더욱 단합이 잘 되는 것 같다”고 전했다.

▶동문 설움 씻고 금융권 전방위로 뻗는 서금회=박근혜 정부 초기 서금회는 되레 냉대를 받았다. 이명박 정부 때 고대 인맥을 중심으로 형성된 금융권 4대 천왕의 폐해에 대한 비판이 컸었기 때문이다. 서강대 출신이란 이유로 능력이 있어도 금융권 인사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있었다.

반사이익은 연세대와 성균관대 출신에게 돌아갔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 권선주 기업은행장, 임종룡 농협금융지주 회장 등이 연대 출신이고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 윤종규 KB금융지주회장 겸 은행장, 이순우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성대 출신 금융권 수장이다.

금융권은 고대에서 연대ㆍ성대라인으로 재편되는 듯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 중반기에 들어서면서 서강대 출신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국책은행부터 시중은행, 보험, 증권, 자산운용의 요직에서 급부상하고 있다.

KDB 대우증권 사장에 서금회 멤버인 홍성국 대우증권 리서치센터장이 논란 속에 내정됐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 정연대 코스콤 사장도 서금회 출신이다. 서금회 회원은 아니지만 홍기택 산업금융지주 회장과 최근 수출입은행 감사가 된 공명재씨는 박근혜 캠프에서 일했던 서강대 출신이다.

이밖에 박지우 국민은행 부행장, 황영섭 신한캐피탈 대표, 남인 KB인베스트먼트 대표, 이경로 한화생명 부사장, 김병헌 LIG손해보험 사장, 류승우 삼일회계법인 대표, 윤석민 현대스위스자산운용 대표 등이 서강대 출신 금융권 인사다.

특이한 것은 서금회에 정치권 인사도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병수 부산시장은 서금회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고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장도 서금회에 자주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서금회가 금융인뿐 아니라 정치인들까지 참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금융권 인사에 충분히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예전 4대 천왕이 대신하던 자리를 관피아가 넘겨받았다가 잠시 민간 출신들로 채워지는가 했더니 곧 특정 인맥으로 대체되는 양상”이라며 “현 정부와 우리나라 금융의 수준이 아직 관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