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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포기할 수 없는 ‘현수막 광고‘의 경제학
[헤럴드경제=박준규 기자] 사례1. 지난달 30일 서울 중랑구의 한 주택가. 왕복 4차선 도로를 따라서 아파트 분양을 알리는 현수막이 내걸려 있었다. ‘마감임박’이란 글씨와 함께 큼지막한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이 현수막은 도로변 20~30m 지점마다 가로수나 가로등에 설치됐다. 같은 내용의 현수막이 주변에서만 15여개가 넘게 목격됐다.

사례2. 같은 날 경기도 남양주 별내신도시. 서울외곽순환도로와 연결된 불암로 주변 가로수에는 각종 현수막이 매달려 있었다. ‘마감임박’, ‘중도금 무이자’, ‘특별분양’ 등의 문구가 눈에 띄었다. 도로와 도로가 만나는 교차지점에는 이런 현수막 서너개가 경쟁적으로 달려있었다.

사진설명:최근 몇년간 아파트 분양이 많았던 인천 송도에서는 현수막도 도로 이곳저곳에 달려 있다. 이곳에선 한 달에 수거되는 아파트 현수막 광고가 4000개를 넘는다.

서울은 물론이고 수도권 택지지구에서 이런 현수막이 넘쳐난다. 분양업계에서 소위 ‘게릴라 현수막’이라고 부르는 것들이다. 특히 올해 전국 분양물량이 34만 가구 이상 쏟아지면서 이런 게릴라 현수막은 더 많아졌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분양이 많았던 송도에선 한달에 수거되는 아파트 관련 현수막만 4000개가 넘는다”고 말했다.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에 따르면 이런 게릴라 현수막은 불법 옥외광고물이다. 철거 대상이고 과태료까지 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기승을 부리는 것은 저렴한 비용으로 괜찮은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서다. 제작과 부착에 필요한 비용에, 과태료까지 감안해도 계약자 한 명만 찾아내면 큰 차익이 생긴다.

한달 기준으로 현수막 영업에 필요한 비용은 수백만원이다. 다른 매체의 광고 단가와 비교하면 상당히 낮다. TV 광고에 1억원 이상 필요하고 신문 전면광고는 수천만원이 든다. 또 포털사이트 메인화면에 배너광고를 넣으려면 1500만원 이상이 있어야 한다.

수도권 분양 아파트를 주로 맡아온 한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200장 넘게 찍는다면 장당 5000원 정도에 제작이 가능하고, 한달에 1000장을 부착하려면 부대비용 포함해서 600~800만원 정도 예산을 책정한다”면서 “이렇게 해서 계약이 한 건이라도 성사되면 소위 대박이 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광고 효과를 높이기 위한 몇가지 전략도 존재한다. 가장 주목받을 수 있는 교차로나, 지하철역 주변에 붙이는 건 기본. 지자체의 단속을 피하기 위해 금요일 밤에 부착한 뒤 일요일 저녁에 떼어내기도 한다.

매주 문구를 바꾸는 것도 필요하다. 최초 현수막엔 ‘이자 후불제’를 강조하고 후속 현수막엔 ‘중도금 무이자 혜택’을 넣는 식이다. 다른 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분양 상황에 따라서 유연하게 메시지를 바꿔가며 홍보할 수 있다는 점도 현수막의 큰 장점”이라고 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이 보급되면서 오히려 현수막의 존재가치가 부각되기도 한다. 한 대형 건설사의 분양 소장은 “길거리를 걷거나, 차를 타고 이동하면서 현수막 광고를 우연히 본 뒤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으로 자세한 분양 정보를 검색하는 경우가 많다”며 “현수막은 ‘인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매체라 법에 어긋나지만 포기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whywh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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