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취재 X 파일> 국회의원들에게 정의(正義)란?
[헤럴드경제= 정태일 기자] 최근 여당 핵심 의원과 오찬을 가졌습니다. 어떻게 지내시냐는 안부에 이 의원은 대뜸 “국회는 참정의가 헷갈리는 곳”이라고 말했습니다. 본인은 정의를 바로세우기 위해 국회에 입성했는데 막상 정치를 해보니 정의가 무엇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의미로 들렸습니다.

사전적 의미로 정의는 ‘진리에 맞는 올바른 도리’로 풀이됩니다. 누구나 옳고 바르다고 인정하는 것이 정의라고 보면 참 쉽습니다.

하지만 이 정의도 정치권으로 들어오면 매우 어려운 것이 되는 것 같습니다. 국회선진화법 얘기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2012년 5월 여야는 국회법을 개정해 새해 예산안을 정해진 날까지 심사하고 처리하도록 한 조항(85조의 3)을 신설했습니다. 헌법에 ‘회계연도 개시 30일 전 예산안을 의결해야 한다’고 나와 있지만 국회는 10년 넘게 이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어떻게서라도 이를 지키기 위해 ‘자동부의’ 장치를 만들어 여야 심사가 끝나지 않더라도 자동으로 예산안이 처리되도록 한 것입니다.

여야가 합의해 법을 만들었으니 이를 잘 지키는 것이 정의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지금까지 새누리당의 주장이었습니다. 정해진 일정을 준수해 말 그대로 선진화된 국회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대해 새정치민주연합은 정부가 쓸 예산을 심도 있게 심사해 제대로 된 예산을 확정해야 한다고 반발했습니다. 이 얘기 역시 틀린 얘기는 아닙니다. 새정치민주연합에 정의는 예산을 충실히 심사해 4대강, 자원외교, 방위산업에서 드러난 것처럼 비리의 싹을 제거하는 것이었습니다.

정의가 충돌하면 갈등이 생기고 이 갈등을 푸느라 상당한 에너지가 소비됩니다. 혹자는 정치권이 원래 그런 곳이라며 당연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국민은 피로감과 답답함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간혹 정치적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한 모습이액면 그대로 보일 때면 실망스러울 때도 있습니다.

장기간 국회를 마비시켰던 세월호특별법 협상 과정을 지켜볼 때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얼마나 장기화될지 장담할 수 없는 공무원연금개혁을 봐도 마찬가지 입니다. 일련의 모습들을 보면 ‘정의가 헷갈리는 곳’이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알게 되는 것 같습니다.

미국의 마이클 샌델 교수는 하버드 대학교 학생들이 꼽은 최고 명강의 주인공입니다. 샌델 교수가 쓴 책 ‘정의란 무엇인가’<사진>가 국내 출간되며 한국에 ‘정의 신드롬‘일기도 했습니다.

이런 샌델 교수가 다음달 4일 국회에서 ‘정의와 시장, 그리고 좋은 사회’라는 주제로 대담회를 갖습니다. 샌델 교수가 온다는 소식에 국회는 벌써부터 관심이 큽니다.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도 축사를 맡았습니다. 정의가 충돌하고 갖은 말싸움에 정의가 묻히기도 하는 국회에서 샌델 교수가 어떤 해법을 제시할지 벌써부터 궁금해집니다.

killpass@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