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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셀럽] ‘베란다 PT’만 보고 제자사업 투자...구글 스승 데이비드 체리턴 교수
[특별취재팀=김현일 기자] 1998년 어느 날. 두 명의 젊은 청년이 데이비드 체리턴(David Cheriton) 스탠퍼드대 교수의 자택을 찾아 왔다. 절친한 친구 사이인 그 청년들 역시 스탠퍼드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대학원생이었다. 두 청년은 교수의 집 베란다에서 그동안 구상해온 사업 프로젝트를 설명했다. 제자들의 시연이 끝나자마자 체리턴 교수는 당장 투자하겠다며 그 자리에서 10만 달러짜리 수표를 꺼내들었다.

2014년 현재, 세계 검색 서비스 시장을 지배하는 구글은 그렇게 탄생했다. 16년 전 교수의 집까지 찾아와 ‘베란다 PT(프레젠테이션)’를 펼쳤던 두 학생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구글의 성공으로 290억 달러(약 32조원)의 부호가 됐다. 그리고 그날 제자들의 프로젝트에 투자한 데이비드 체리턴 컴퓨터공학과 교수(63) 역시 현재 30억달러(약 3조3200억원)의 자산을 갖고 있다. 구글의 탄생을 이끈 스승과 제자는 그렇게 나란히 억만장자 반열에 올랐다. 

데이비드 체리턴 스탠퍼드대학교 컴퓨터공학과 교수

16년 전 그날,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체리턴 교수를 택한 건 단순히 그가 모교 교수여서가 아니었다. 이미 체리턴 교수는 스타트업(Start-upㆍ신생 벤처기업)을 창업하면서 기업가로도 성공을 거두고 있었다. 페이지와 브린 역시 체리턴 교수가 세운 그라니테 시스템스(Granite Systems)의 성공 소식을 듣고 조언을 구하러 체리턴 교수를 찾아간 것이었다. 체리턴 교수는 창업 1년여 만인 1996년, 세계 최대 네트워크 장비업체 시스코(Cisco)로부터 2억2000만달러(약 2437억원)를 받고 그라니테 시스템스를 팔았다.

2001년에는 네트워크 회사 킬리아(Kealia)를 공동 창업했고, 3년 후 자바기술 등을 개발한 선 마이크로시스템스(Sun Microsystems)에 1억2000만달러(약 1330억원)를 받고 매각했다.

체리턴 교수는 구글의 경우처럼 제자들의 창업도 앞장서서 도왔다. 창업을 꿈꾸는 스탠퍼드의 많은 학생들이 조언을 구하기 위해혹은 ‘투자 유치’를 위해 수년 동안 그의 교수실을 드나들고 있다. 


그의 교수실에는 기괴한 형상의 전 세계 가면들이 걸려 있다.

스탠퍼드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샘 리앙(Sam Liang)도 체리턴 교수로부터 10만달러가 넘는 자금을 투자받아 위치추적 모바일 플랫폼 ‘알로하 모바일(Alohar Mobile)’을 창업했다. 샘 리앙이 바라본 체리턴 교수는 매우 엄격한 스승이다. 그와 회의를 하는 시간이 1주일 중 가장 긴장되는 시간이었다고 한다. 체리턴 교수가 생각하는 ‘좋은 아이디어’의 기준 자체도 매우 높다. 리앙은 체리턴 교수로부터 ‘크게 생각하라’ ‘세상을 바꿀 만큼 큰 영향을 줄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기를 자주 들었다고 말했다.

투자와 창업으로 ‘억만장자 교수’가 됐지만 그의 삶은 지극히 평범하다. 부자가 되기 전 장만했던 폴크스바겐 바나곤(Volkswagen Vanagon) 1986년식 차량을 아직도 갖고 다닌다. ‘인생 최고의 낭비’를 묻는 질문엔 2012 혼다 오딧세이(Honda Odyssey)를 구입한 것이라고 답했다. 스탠퍼드대 인근 팰러앨토(Palo Alto)에 위치한 지금의 집에선 30년 째 살고 있다. 그가 억만장자라는 사실이 알려진 후 이곳저곳에서 교수실로 요트 잡지를 계속 보내고 있지만 정작 그는 요트 ‘따위’엔 전혀 관심이 없다고 말한다.

어느 것 하나 허투루 돈을 쓰지 않고, 관심도 없지만 단 하나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이는 건 바로 스타트업 관련 사업이다. 캐나다인 부모 밑에서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난 체리턴 교수는 어렸을 적부터 아버지로부터 ‘네가 가고 싶은 길을 가라’는 격려를 들으며 자랐다. 그렇게 그가 찾아간 길은 수학과 컴퓨터공학이었다. 


데이비드 체리턴 교수는 본인이 직접 이발을 한다. 그것이 시간도 아끼고 편하다고 한다.

체리턴 교수는 컴퓨터공학의 발전을 위해 기부를 계속 해오고 있다. 2005년 컴퓨터공학도들의 연구활동 지원 명목으로 워털루대학교에 2500만달러(약 277억원)를 내놨고, 이번 달에도 브리티시컬럼비아대 컴퓨터공학과 확장에 써달라며 750만달러(약 83억원)를 기부했다. 워털루대는 그가 석ㆍ박사과정(컴퓨터공학)을 밟은 곳이며, 브리티시컬럼비아대는 학사학위(수학)를 받은 그의 모교다. 모두 캐나다에 있다.

스타트업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창업으로 그는 ‘실리콘 밸리의 스승’으로도 불린다. 16년 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제2의 래리 페이지를 꿈꾸는 학생들은 오늘도 그의 교수실 문을 두드리고 있다.

joz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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