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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해외직구발 가격인하 압력 커진다
[헤럴드경제=한석희ㆍ이정환ㆍ손미정 기자]#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미국판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27일부터 A쇼핑몰에서 136만4480원에 판매되고 있는 무스너클 남녀 스틸링파카를 84만8000원에 판매한다. 옥션의 블랙프라이데이 프로모션엔 지난해 129만원에 나왔던 LG전자 55인치 TV가 불과 89만원에 나와 40만원 가량 가격이 낮아졌다.

#30대 주부들이 해외직구를 통해 많이 구매하는 포트메리온, 빌레로이앤보흐 등 수입 식기 브랜드 제품 가격은 올 들어 지난해 보다 10~40% 가량 떨어졌다. 가격에 민감한 주부들을 잡기 위해 병행수입 업자들이 판매가격 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해외직구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국내 소비자 가격도 꿈틀거리고 있다. 단순히 미국판 블랙프라이데이와 사이버 먼데이에 맞서기 위한 유통업계의 가격할인 전쟁에 그치는 현상이 아니다. 해외직구로 발길을 돌린 국내 소비자를 다시 국내로 유턴시키기 위해 병행수입 제품을 중심으로 상시적인 가격인하 현상이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특히 2040 여성들의 전유물로 여겨졌던 해외직구가 최근에는 4050 남성들로까지 확대되면서 병행수입업자 뿐 아니라 해외 및 국내 브랜드 모두 가격인하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다는 애기도 나오고 있다. ‘해외직구→병행수입 판매가 인하→브랜드 판매가 인하’로 이어지는 가격인하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것이다.


▶유통채널로 자리잡은 해외직구=지난해 1조1509억원에 그쳤던 해외직구는 지난 10월 기준으로 1조3589억원을 넘어섰다. 조만간 2조원을 훌쩍 넘을 게 기정사실화되고 있는 셈이다. 심지어 일각에선 해외직구 시장규모가 2~3년 내에 5조원까지 성장할 수 있다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해외직구가 단순히 트렌드가 아니라 하나의 유통채널로 자리잡고 있다는 것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2040 여성들이 즐기는 트렌드에 불과했던 해외직구가 불과 1년만에 백화점, 대형마트, 오픈마켓 같은 또 다른 하나의 유통채널로 자리잡고 있다”며 “특히 알리바바와 아마존의 국내 상륙은 해외직구를 가장 강력한 유통채널로 자리매김시킬 공산이 크며, 그 파괴력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오픈마켓 업계 한 관계자도 “해외직구가 일부 세대들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로 확산되면서 해외직구의 힘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지고 있다”며 “해외직구는 단순히 유통채널이 새로 생겼다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국내 오프라인 및 오픈마켓 시장 뿐 아니라 병행수입 시장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불과 1년전만 해도 비타민 같은 영양제, 분유나 유아용품, 식기 같은 주방용품 등에 한정됐던 해외직구 구매 물품이 최근에는 패션이나 가전, 심지어 중고 자동차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는 것도 해외직구를 전방위적인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하는 속도를 빠르게 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해외직구가 단시간에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하면서 병행수입 역시 그 규모를 빠르게 불리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로 빠져나가면서 이들을 잡기 위해 유통업체들의 병행수입 규모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국내 병행수입 시장 규모는 올해 2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대형마트 이마트의 경우에도 병행수입 규모는 2009년 26억원에 그쳤던 것이 지난해엔 600억원, 올해엔 800억원 규모로까지 성장했다.

▶병행수입 제품 가격인하 심화=특히 해외직구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확고한 유통채널로 자리매김하면서 해외직구발 가격인하 압력이 커지고 있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무엇보다 병행수입 시장이 해외직구발 가격인하 압력에 가장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국내 소비자들이 해외직구로 눈을 돌리자 해외제품을 병행수입 판매하는 국내 판매업자들도 가격을 내리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11번가에 따르면 지난해 11만8800원에 판매되던 포트메리온 보타닉가든 컨템포러리 머그 6P 가격이 최근엔 7만7480원으로 34% 가량 떨어졌으며, 5만7420원에 판매되던 빌레로이앤보흐어반 네이처 샐러드 플레이트는 10% 떨어진 5만1530원에 판매되고 있다.

최예람 11번가 주방용품 담당MD는 “접시, 컵, 공기 등 수입식기 전 제품에 걸쳐 가격 인하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며 “수입식기의 해외직구 수요 증가로 가격 경쟁이 심화되면서, 병행수입 판매되는 수입식기 가격이 해외직구 수준으로 크게 저렴해졌다”고 말했다.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해외직구족이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이같은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블랙프라이데이 세일기간에 맞춰 해외직구로 빠져나가는 수요를 잡기 위해 대대적인 병행수입 행사를 벌인다. 27일부터 진행되는 ‘블랙 트레이데이’(BLACK TRAday) 행사에선 캐나다구스, 무스너클 등 프리미엄 패딩 650장을 비롯해 총 수량 1만400개, 13종의 병행수입 상품을 온라인 쇼핑몰 판매가 대비 20~50% 저렴하게 판매한다.

옥션 관계자도 “직구 인기상품인 가방과 핸드백, 패딩, 신발 등을 취급하는 판매자들이 직구가 시작된 11월부터 일부 상품의 가격을 10~20%씩 인하했다”며 “캐나다구스 익스페디션 상품의 경우 지난해엔 100만원 안팎에 판매됐으나 올해에는 60~80만원 대에 판매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가격인하 압력 커지는 제조회사=무엇보다 초미의 관심을 끌고 있는 것은 해외직구발 가격인하 현상이 병행수입 제품을 넘어 기존 브랜드 제품으로까지 확대될 것이냐는 문제다.

해외직구와 병행수입에 두 손들고 가격 인하에 나섰던 폴로 랄프로렌과 같은 브랜드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유통업계 일각에선 당장 내년부터 수입 유아용품을 중심으로 가격인하 현상이 나타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해외직구로 인해 당장 가격인하를 고려하고 있는 브랜드는 없지만, 해외직구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소비자 이탈현상이 심화되면 브랜드로서도 가격 인하에 나서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며 “해외직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는 일부 제품의 경우엔 가격인하 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해외직구발 가격인하 압력을 받기는 수입 브랜드 뿐만 아니라 국내 브랜드도 마찬가지”라며 “국내 브랜드를 해외직구로 구매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나면서 일부 제조사의 경우 국내 영업부가 이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하기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hanimom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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