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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뚝뚝한 철강·화학…디자인의 손을 잡다
코오롱인더스트리 경산공장
차 부품·산업자재·수처리용품
혁신적 디자인에 스토리입혀
유니온스틸도 철을 예술로



경북 경산에 위치한 코오롱인더스트리 공장 내 제품전시관. 하얀 자동차를 중심으로 다각형 상자와 에어백 제품을 촘촘히 이어 붙였다. 0.06초 안에 생명을 구하는 에어백 작동과정을 상징한 작품이다. 마지막 에어백에는 달걀에서 병아리가 부활하는 영상화면을 설치해 생명의 소중함을 강조했다. 공장을 찾는 바이어들에게 자사제품을 설명하기 위한 이 공간의 이름은 ‘더 쿰’이다. 이 공장에서 생산하는 자동차부품과 산업자재, 수처리용품에 디자인을 입히고, 각각의 스토리를 담았다. 김승일 코오롱그룹 전무는 “기업의 창의, 혁신을 모아내기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또 산업자재를 생산해 고객들과 교감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데, 이런 프로젝트를 통해 외부와 소통할 수 있다”고 말했다.

화학과 철강을 생산하는 대표적인 ‘굴뚝’ 회사들이 디자인을 입기 시작했다. 기업대기업(B2B) 거래를 주로 하는 회사들은 그동안 최종소비자들과 소통할 기회가 거의 없어 외적 표현에 무심한 편이었다. 그러나 최근 디자인이 기업의 창의와 혁신을 모아내는 계기로 활용되면서 일부 선도적인 화학, 철강 회사들이 자사 제품에 디자인을 접목하는 시도를 시작했다. 

코오롱인더스리 경산공장에 위치한 제품 전시관‘ 더 쿰’. 에어백과 멤브레인, 아킬렌 등 다양한 산업소재에 디자인과 스토리를 더했다. [사진제공=코오롱그룹]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앞서 자사 산업소재인 스펀본드 부직포 160장을 겹겹이 매달아 만든 작품 ‘4해비타츠’로 레드닷 커뮤니케이션 전시디자인 부문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와 베이징798예술특구 등에서 전시한 이번 작품은 앞으로 레드닷 주최 측을 통해 작업 전 과정을 담은 홍보영상으로 전세계 주요도시를 순회하게 된다.

동국제강과 합병한 철강회사 유니온스틸도 최근 자사 내외장재를 활용한 작품 ‘엔드리스 트라이앵글 위드 럭스틸(Endless Triangle with LUXTEEL)’을 선보였다. 컬러강판 브랜드 럭스틸을 소재로 조호건축의 이정훈소장이 제작한 실험적인 작품이다. 이 소장은 “철은 강인하지만 때로는 유연하기도 한 이중적인 속성을 표현하려 했다”고 설명했다. 유니온스틸은 지난달 말까지 작품을 전시한 송원아트센터 내장재로도 이 럭스틸을 썼다. 회사 측은 “단순한 철강소재가 아닌 예술작품으로 승화시켜 철의 가치를 새롭게 부각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니온스틸이 자사 내외장재를 활용한 작품 ‘엔드리스 트라이앵글 위드 럭스틸(Endless Triangle with LUXTEEL)’.
[사진제공=유니온스틸]

최종소비자들과 거리가 먼 화학ㆍ철강회사들이 디자인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이 과정에서 투박한 회사 이미지를 개선하고, 내부적으로도 창의와 혁신을 모아내는 계기로 활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산업자재와 내외장재의 이미지를 제고해 1차 고객인 바이어들에게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다. 대기업 관계자는 “한때 미술과 디자인이 오너 일가의 ‘취미생활’쯤으로 여겨졌지만, 최근 기업 내 창의성과 혁신을 제고하는 작업이 중요해지면서 디자인이 새롭게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김윤희 기자/wor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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