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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브라운은 악마 같았다”…경찰 자기방어에 무너진 대배심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미국 미주리 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이 비무장 흑인 소년 마이클 브라운(18)을 사살한 백인 경관 대런 윌슨(28)에 대해 불기소 결정을 내리면서 미 흑인사회가 분노하고 있는 가운데 대배심의 판단 근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브라운 유가족 측은 “처음부터 불공정했다”며 며 분통을 터뜨리는 한편, 일각에서는 엇갈린 증언과 관련해 ‘증언의 오류’ 문제와 미 사법체계에 근본적인 헛점이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윌슨 “브라운, 악마같았다”=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 25일(현지시간) “대배심이 윌슨 경관의 자기방어 증언에 흔들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사건의 대배심은 미주리 주법에 따라 퍼거슨 시가 속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의 인구 비율대로 백인 9명, 흑인 3명 총 12명으로 구성됐다. 남녀비율은 7대 5였다.

윌슨은 대배심 증언에서 “내가 그를(브라운) 붙잡았을 때 묘사할 수 있는 단 하나의 방법은 “헐크호건에 매달린 5살 꼬마 같았다”며 생명의 위협을 느꼈음을 강조했다. 윌슨과 브라운의 신장은 193cm로 같지만 몸무게는 브라운(132kg)이 윌슨(95kg)보다 40kg 가까이 많았다.

윌슨은 “브라운이 순찰차 쪽으로 접근했을 때 자신의 총을 향해 달려들었고, 그의 얼굴을 반복적으로 가격했다”고 말했다. 순찰차 근처에서 충격이 있은 후, 윌슨은 브라운을 도로에 쓰러뜨리려 했지만 브라운은 오히려 나를 넘어뜨리려고 했고 치명적인 한방은 그 때 발사됐다고 당시를 묘사했다.

윌슨은 A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브라운 사망은 유감이지만 나의 양심은 깨끗하다”고 말했다.

FT는 윌슨 기소여부가 배심원단의 만장일치가 아닌 7명이 기소에 동의하면 이루어질 수 있었던 점을 상기시키면서 “불기소를 결정했다는 것은 대부분의 배심원이 ‘윌슨이 자기방어를 위해 10대 흑인을 사살했다’는 증언을 전체적으로 믿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민낯 드러낸 美 사법체계=일부 목격자들은 이같은 윌슨의 증언을 반박하기도 했지만 ‘증언의 오류’ 벽에 부딪혔다.

증언의 오류란 어떤 사람이 특정한 사건을 목격했더라도 구체적인 상황을 부정확하게 기억할 가능성이 높으며, 심지어 실제로 목격하지 않은 일을 목격한 것처럼 인식할 수도 있다는 오류를 말한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의 로버트 매컬러크 검사는 “어떤 증인은 가해자인 대런 윌슨 경관이 경찰차 밖으로 나와서 차 옆에 있던 피살 청년 마이클 브라운에게 총격을 가했다고 말했지만, 다른 증인은 윌슨 경관이 차 안에서 사격을 했다고 증언했다”며 증언이 엇갈린 점을 언급했다.

그는 “심지어 처음에 사건을 목격했다고 말했지만, 이후 조사관과 면담하거나 배심원단 앞에서 증언할 때 실제로 목격하지 못했다고 털어놓은 증인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FT는 “이상할 정도로 긴 기자회견에서 매컬러크 검사는 브라운 사망 이후 인터뷰한 많은 목격자들이 사건과 관련해 다양한 증언을 했다는 것을 강조하려는 경향이 있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지막 순간 몸싸움에 대한 증언이 분분한 가운데, 이 사건이 발생하는데 단지 90초가 걸렸다는 것이 중요하게 받아들여졌다”고 FT는 전했다.

▶유족들, 처음부터 불공정=브라운 가족은 이번 결정에 대해 “처음부터 세인트루이스 카운티 대배심의 조사가 불공정했다”고 불기소 결정을 내린 검사와 대배심을 맹비난했다.

유족 측의 벤저민 크럼프 변호사는 “유족은 애초부터 대배심을 소집해 경관의 기소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힌 매컬러크 검사의 구상을 반대했다”며 “이 사건에 특별 검사를 선임하지 않은 것부터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유족 측이 매컬러크 검사의 집안이 경찰과 밀접한 관련이 있고 경찰관이었던 그의 아버지가 흑인에게 총을 맞아 사망한 것으로 알려져 줄기차게 검사 교체를 요구해 온 점도 상기시켰다.

앞서 매컬러크 검사는 배심원들에게 윌슨의 혐의가 무엇인지 알려주거나 형사나 중요 증인들의 진술을 듣게 하는 대신, 배심원들에게 가능한 모든 증거들과 모든 증인들의 진술을 빠짐없이 제공한 뒤 배심원들 스스로 결정하도록 했다.

미주리 형사변호사연합의 회장인 케빈 커랜은 “맥컬러크가 윌슨에 대한 상세한 혐의를 주장하거나 소수의 중요한 증인들의 진술을 활용하는 전문가적 방식을 취하는 대신 이러한 전략을 선택한 것은 기소가 이뤄질 확률을 더 낮출 수 있다”고 지적했다.

커랜은 “배심원단들이 접한 엄청난 분량의 증거들은, 범죄가 일어났다고 할 만큼의 충분한 근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리게 할 수도 있는 상반된 진술과 씨름하게 만들었을 공산이 크다”고 덧붙였다.

▶이제 남은 것은?=윌슨 경관은 기소되지 않았지만 사건이 끝난 것은 아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된 연방 사법당국은 2건의 조사를 계속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9월 에릭 홀더 법무장관이 이 사건에 대한 연방 조사를 지시한 후 브라운을 직접 쏴 죽인 당사자인 윌슨 경관과 그가 소속된 미주리 주 퍼거슨시 경찰서에 대해 두 갈래로 조사가 진행 중이다.

우선 조직 차원에서 퍼거슨시 경찰 조사는 ‘인종 프로파일링’(인종적 편견에 기반한 범죄자 추정)에 일상적으로 관여했는지 혹은 과도한 무력을 사용했는지 여부를 추궁하고 있다.

이와 별도로 법무부 민권국은 윌슨 경관 개인에게 시민평등권 소송을 제기할 수있는 지도 검토 중이다. 이 경우는 윌슨 경관이 사건 당시 브라운에게 인종, 성별 등과 상관없이 헌법상 보장된 시민평등권을 고의로 박탈 내지 침해 했는지가 핵심 쟁점이다.

그러나 법률 전문가들은 “검사들이 윌슨이 총격 당시 브라운의 시민권을 박탈할 의도가 있었는 지를 증명해야 하는 등 소송을 제기하기에는 넘어야 할 벽이 높다”고 지적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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