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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이터랩] 거듭된 ‘기요틴’<단두대> 발언…朴대통령 규제개혁 충격요법 통할까
규제와의 전쟁 본격화 의도…전달·실행효과는 미지수 국가경제 큰틀에서 균형감각 발휘해야
또 센 단어들이 새어 나왔다. “지도자는 말에 품격이 있어야 한다”는 지론에 따라 말조심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입에서다. 규제개혁ㆍ적폐청산 대목에만 가면 선(線)을 넘는다. 그는 25일 청와대 국무회의 석상에서 프랑스 혁명 때 사용하던 사형 집행기구인 ‘기요틴(guillotineㆍ단두대)’이란 단어를 4차례나 거듭했다. 일자리 창출과 투자를 막는 규제는 한꺼번에 단두대에 올려 처리하는 제도 시행을 강조하려는 의도였다. 기요틴은 박 대통령이 최근 참석한 G20(주요 20개국)정상회의에서도 언급했기에 새롭진 않다. 일부 국가도 규제 기요틴 처방을 쓰고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의 발언 횟수는 의미가 작지 않다.

그는 앞서 3ㆍ9월, 직접 주재한 규제개혁장관회의에서 ‘규제=암덩어리ㆍ쳐부술 원수’로 규정했다. ‘기요틴’ 발언은 ‘규제와의 전쟁’ 본격화를 알린 것이다. 대통령의 뇌 지도엔 온통 규제혁파만 있겠구나 싶다. 여기에 더해 ‘세월호 참사’ 이후 적폐ㆍ부패 청산까지 과제로 부상하면서 박 대통령은 ‘적폐=원흉’이라는 등식도 거리낌없이 소개하고 있다.

공포스럽고 자극적인 단어를 시리즈로 사용하는 데엔 시급함과 초조함이 서려있다. 박 대통령은 “현재 위기를 극복 못하면 우리 경제는 나락에 빠질 것이다”, 아무리 좋은 경제정책이라도 타이밍을 놓치면 무용지물이다”라는 메시지를 지속적으로 내보내고 있다.

충격요법은 섹시하다. 그러나 전달ㆍ실행효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윗선이 다그쳐도 현장을 뛰어야 하는 공무원들이 얼마나 효율적으로 움직여줄지 미지수다. 당장 공무원연금개혁 문제로 규제개혁의 최전방에 서야 할 공무원들은 박 대통령에게 내부의 적(敵)이 될 판이다. 임기말인 2017년까지 기존 규제의 20%를 축소하겠다는 계획이지만, 박 대통령의 남은 임기 1095일 동안 가능할지 확신할 수 없다. 역대 정권도 손을 댔다가 빈손으로 물러난 게 규제개혁ㆍ적폐 청산이라는 증언은 많다.

어떤 규제의 목을 싹둑 자를지도 관심이다. 박 대통령은 원샷 철폐 대상으로 투자ㆍ일자리를 가로막는 규제를 꼽았다. 주요 경제단체들과 대상을 가려내고 있다고 했다. 대기업 숙원사업 중심으로 규제가 풀릴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온다. 훗날 ‘규제와의 전쟁’에 대한 평가는 대기업만이 아닌 국가경제라는 큰 판에서 균형감각에 따라 갈릴 수 있다. 계획이 촘촘한지 차분하게 점검하는 게 성공 가능성을 높이는 길이다.

홍성원 기자/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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