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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헤럴드 포럼-김한호> 타산지석으로 본 농식품 수출 전략
김 한 호(서울대학교 교수. 농경제학)


농식품 수출 증대는 오랜 정책 목표 가운데 하나다. 시장개방 확대, 인구성장 정체, 고령화 진전 등이 몰고 올 국내시장 애로를 예상하여, 농식품 산업의 적정규모 유지를 위해서 외국시장 확보 필요성을 정부는 본 것 같다. 현재 한국은 약 80억 달러의 농식품을 수출한다. 가공식품 46억, 수산식품 24억, 신선 농산물 10억 달러 정도이다. 수출 주력 가공식품을 보면 궐련, 커피조제품, 라면, 설탕 등 수입 원료를 가공한 품목이 주종이다. 국내 농업과 연계성이 미약한 이런 수출구조에 정치권과 농업계 일부는 비판적이다. 이참에 농식품 수출 관련 몇 가지 국제 경향을 타산지석으로 보기로 한다.

첫째, 자연적 부존자원이 풍부한 농식품 수출대국 외에는 수입을 함께하는 무역대국을 지향한다. 네덜란드는 농식품 거대 수출국인 동시에 거대 수입국이다. 국민 1인당 농식품 수입액이 한국의 7배 정도이고 농식품 수출 상당부분이 수입 농산물의 중계 혹은 가공수출이다. 한국도 이처럼 중계, 가공수출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무역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 어떤 형태로든 전체 수출이 확대될 때 국내농업 연계형 수출도 커질 수 있다. 특히 다품목 소규모 생산구조인 한국 농업은 여러 나라 농산물을 구비함으로 수출용 수레 자체를 키워야 한다. 거기에 한국산 농식품도 담겨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소농구조 영농국가는 과감히 수출 길을 열 수 있는 대기업의 농업부문 진출을 허용한다. 한국과 더불어 아시아의 대표적 소농국가인 중국과 일본이 그렇다. 레노버, 샤프, 후지쓰, 도시바 등 중국, 일본의 대기업들이 농업에 진출했다. 한국을 보면 가공식품은 식품회사, 신선 농산물은 농협이 주된 수출 주체이다. 경험 있는 식품회사는 그렇다 치더라도 농민단체의 수출 역량은 한계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제 마케팅 전략과 경험을 갖춘 대기업의 농업 진출은 수출 길 개척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 주변 두 나라에 비해 한국은 아직 기업의 영농 진출에 국민적 정서가 경직되어 있다. 기업과 농가간에 창조적 상생 모형이 마련되어 기업을 통한 영농과 수출확대 시도는 한국 농식품 수출증대를 위해 중요하다.

셋째, 농식품 관련 기업을 집적하여 산업 생태계를 조성한다. 경쟁력 제고와 함께 수출 기반을 키우는 것이다. 네덜란드 푸드밸리, 덴마크·스웨덴 외레순, 이탈리아 에밀리아로마냐, 미국 나파밸리, 일본 국가전략특구 등이 있다. 네덜란드 푸드밸리는 다국적 식품기업, 식품연구소, 종자기업 등 1,440여개의 연관업체들을 집적하여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다. 한국도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으로 전북 익산에 푸드폴리스를 건립 중이다. 관건은 많은 다국적 농식품 관련 업체를 유치하는 것이다. 북미와 유럽을 자유무역협정으로 연결하였고 중국과 일본 등 식품 소비대국을 인접국에 두고 있다는 경제·지리적 이점을 홍보하여 세계적 기업을 유치·집적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출 기반이 튼튼해진다.

부존자원의 비교우위가 아닌 인적·기술적 힘으로 농식품 수출증대를 이루어야하는 한국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농식품 무역대국이 되어 해외로 드나드는 수레를 키우고, 기업을 포함해 다양한 영농과 수출 주체를 양성하여 수레 길을 넓히며, 이를 활용할 세계적 기업들을 국내에 모아 수출 기반을 튼튼하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것이 시간이 걸리더라도 농식품 수출을 위한 한국의 전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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