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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헨주 그레이시 “사쿠라바는 적 아닌 영웅”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북미권 주짓수계에서 절대적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는 전설적 주지떼로이자 파이터 헨주 그레이시(47ㆍ브라질)가 일본 격투기 레전드 사쿠라바 카즈시(45)에 대해 “나의 영웅(a hero to me)”이라며 “그가 자신의 티셔츠를 준다면 나는 기꺼이 입을 것”이라고 말했다. 깊은 인간적 존경심을 표시한 것이다.

헨주 그레이시와 사쿠라바는 지난 2000년 프라이드 10에서 한 차례 대결해 사쿠라바가 키무라락으로 항복하지 않고 버틴 그의 팔을 부러뜨리며 승리한 바 있다. 당시 그레이시 가문과 시리즈 매치를 벌이던 사쿠라바에게는 ‘그레이시 헌터’로서 위명을 준 경기였고, 헨주에겐 가문의 명예를 훼손했다는 정신적 충격을 준 경기였다.

이들이 14년만인 올해 11월 22일(현지시간) 재대결했다. 이번엔 격투기대회가 아니라 미국 캘리포니아 롱비치에서 열린 메타모리스 5라는 대회에서 특별 주짓수룰로 치러진 경기였다.

헨주 그레이시가 프라이드에서 활약할 당시 경기 장면. 깔려 있는 선수는 카를로스 뉴튼이다.

이 경기에서 둘은 무승부를 기록했다. 과거의 복수를 하지 못 한 헨주 그레이시는 그러나 자신이 보여준 경기력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사쿠라바에 대해서도 “적이 아니다”라며 “그는 나의 영웅”이라며 상당한 수준의 호감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 ‘원수를 사랑하라’. 무술의 달인다운 경지다.

헨주는 북미 격투기정보매체 셔독닷컴과 최근 인터뷰에서 “결과에 만족한다. 비록 그에게 승리하지는 못 했지만 지친 기분이 들지 않아 대단히 기쁘다”며 “20분이 넘도록 경기할 수 있었다는 것은 현역에 복귀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줬다”고 말했다.

헨주는 “대회를 앞두고 많은 사람들이 사쿠라바의 팔을 부러뜨리라는 문자를 보내와 놀랐다. 내가 당한 것을 그대로 돌려주라는 것이었다”며 “그러나 주짓수는 신사의 스포츠다. 그가 탭을 한다면 나는 그의 팔을 풀어줬을 것이다”라며 애초에 유치한 복수심 따위는 없었음을 강조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은 내가 상대선수들을 싫어하는지를 묻곤 한다. 하지만 나는 그들을 사랑한다. 내가 최선을 다할 수 있도록 해 주는 존재들이기 때문”이라며 “사쿠라바는 나에겐 일종의 영웅이다. 나는 기꺼이 그의 티셔츠를 입을 용의가 있다”고 말했다.

헨주는 다가올 ADCC 2015 대회에서는 또 다른 숙적을 만난다. 지난 2010년 UFC 112에서 그에게 TKO승을 거둔 맷 휴즈다. 헨주는 그 경기에서 패한 뒤 종합격투기에 나서지 않고 있다. 사쿠라바와 이번 경기는 그 경기를 위한 전초전격인 셈이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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