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인사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기용…복지·여성·환경·대외협력 업무 총괄 인사·예산권도 넘겨줘

[데이터랩] 통큰 양보 ‘남경필표 연정’…정치판 메가톤급 새바람 될까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참신한 이미지가 강점이다. 여의도 정가에 있을땐 더욱 그랬다. 파격과 쇄신을 주무기로 삼고, 소장파의 중앙에 자리했다. 입바른 소리도 잘했다. 그래서 여권의 ‘소장파 좌장’으로까지 불렸다. 17년차 경력의 5선 정치인. 그래서 남경필은 여권내에서 늘 ‘잠룡’이라는 소리를 들었다.

경기지사를 거머쥔 후의 행보도 다르지 않았다. 수질이 나쁜 곳은 달려가 개선책을 내놨고, 지역 중소기업의 애로를 타파하기 위해 달려갔다. 현장 정책, 현장 정치로 소통을 추구하는 그 다운 행보였다. 얼마전 아들의 군대내 폭행사건과 그 이후의 수습에 뒷말을 낳으면서 작지 않은 상처를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같은 소통의 ‘남경필 도정’은 여전히 경기지역 내에선 화두가 되곤 한다.

그런 남 지사가 큰 일을 냈다. 남 지사는 지난 6월부터 당선과 동시에 추진한 ‘연정(聯政ㆍ야당과 연합정치)’을 5개월여 만에 구체적으로 선보였다. 경기도의회 새정치연합은 24일 의원총회를 열고 이기우 전 국회의원을 경기도 사회통합부지사 후보로 추천했다. 남 지사는 야당 인물을 부지사로 받아들였다. 시ㆍ도지사가 당선된 뒤 야당 인사를 부지사로 기용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다. 남 지사가 주창해왔던 ‘대연정’의 신호탄임은 분명해 보인다.

일단은 긍정적이다. 이 후보자는 “연정은 정치사의 한 획을 긋는 일”이라고 했고, 남 지사는 “유권자들로부터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여야가 싸우지 말고, 상생을 통해 경기도를 발전시켜 달라는 요구였다”고 했다. 오른쪽, 왼쪽 손바닥이 현재로선 ‘짝’ 하고 마주친 것이다.

남 지사의 연정은 한국 정치의 대안을 찾는 실험이라는 평가다. 갈등과 대립을 넘어 국민만을 바라보겠다는 것이 밑바닥에 깔려 있는, 새로운 도전이기도 하다.

경기도는 앞으로 권력을 나눠 야당이 도정 운영의 파트너로 참여하게 됐다. 핵심적인 역할은 야당이 파견한 사회통합부지사가 맡는다는 점에서 ‘남경필의 통큰 양보’로 규정해도 무리는 없어 보인다. 사회통합부지사는 복지, 여성, 환경, 대외협력 부분을 담당하며 1720여명에 대한 인사권과 4조2300억원의 예산을 다룬다. 소관 예산 규모는 경기도 전체 예산(17조829억원)의 4분의1에 달한다.

남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권력분산 실천론자였다. 권력을 나눠주고 큰 정치를 하겠다는 뜻이다. 이번 남경필의 실험은 이상론으로 그칠까, 아니면 메가톤급 위력으로 진화할까.

수원=박정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