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원 부풀려 보조금 타내기…어린이집, 영·유아 부모 유혹
전국적으로 어린이집에 들어가려고 기다리는 인원이 무려 46만명에 달하는 가운데 이같은 상황을 이용해 일부 어린이집에서는 ‘유령 원생’을 등록하고 국고보조금을 타내는 일이 여전히 근절되지 않고 있다.
서울 강남구 자곡동에 사는 정승연(가명ㆍ여ㆍ32) 씨는 최근 자택 인근 어린이집으로부터 황당한 제의를 받았다. 13개월 된 딸을 어린이집 ‘유령 원생’으로 등록시켜 달라는 제안이었다.
정 씨가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 시작한 것은 이달 초부터였다. 정 씨는 딸을 어린이집에 보내기엔 아직 이른 감이 없지 않나 싶어 직접 딸을 데리고 가 살폈다. 하지만 역시 적응이 힘들다 싶어 약 보름을 지켜본 뒤 어린이집에 보내지 않기로 결정했다.
그러자 어린이집 측은 “나중에 다시 아이를 보낼테고 어린이집 들어오기도 쉽지 않은데 계속 어린이집에 다니는 것처럼 등록시켜놓는 게 낫지 않냐”며 정 씨를 회유했다.
하지만 정 씨는 이 같은 제안을 뿌리치고 아이를 집으로 데려왔다.
아울러 바우처를 통해 월 35만원 가량 지급된 비용에 대해 환불을 문의하자 “관련 규정이 없다”며 어린이집은 환불을 거부했다.
정 씨는 “대기순번이 있을 정도로 어린이집 들어가기가 ‘하늘의 별 따기’인 상황에서 어린이집이 원생을 이용해 잇속만 챙기려 한다”며 “어린이집이 정말 필요한 다른 사람들의 진입도 막아놓고서 보조금만 빼돌리는 관행은 사라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현재 정부는 어린이집을 이용하지 않는 취학 전 영유아에게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있다. 11개월까지는 월 20만원, 12~23개월은 월 15만원, 24~35개월은 월 10만원이 제공된다. 또 어린이집에 다니는 취학 전 아동에게는 매월 바우처를 통해 연령별로 보육료를 차등 지원한다. 만 0세의 경우 월39만4000원, 만 1세 월 34만7000원, 만2세의 경우 28만6000원, 만3~5세는 22만원이 지급된다.
보육료가 바우처 형태로 지급되자 이를 악용한 부정수급도 많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허위 등록한 뒤 학부모와 지원금을 나누는 식이다. 또 정 씨의 경우처럼 ‘바늘 구멍’ 같은 실정을 악용해 노골적으로 아이를 허위 등록해달라고 요구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경찰은 지난해 6월부터 두달간 어린이집 등 사회복지시설 특별단속을 실시, 143명을 검거했다. 유형별로는 원생ㆍ보육교사 등을 허위로 등재해 국고보조금을 부정수급ㆍ횡령하는 행위가 92%(132명)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보조교사 자격증 대여 3.4%(5명), 아동학대가 0.6%(1명)를 차지했다. 직업별 피의자는 어린이집 원장이 55%(78명)로 가장 많았고, 어린이집 보육교사가 20%(28명)로 다음을 차지했다.
김기훈 기자/kihu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