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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크림의 또 다른 전쟁, ‘내 돈은 어디에…’
[헤럴드경제=문영규 기자]크림반도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또 다른 전쟁터가 되고 있다. 지난 3월 크림지역이 러시아에 합병되면서 우크라이나 은행들이 대거 철수했고, 은행은 은행대로 자산은 다 빼앗기고 대출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으며, 고객들은 고객들대로 우크라이나 은행들과 거래를 못해 맡겨둔 돈을 찾지 못하고 있다.

20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은 우크라이나 은행들이 수십억달러의 자산을 되찾기 위해 변호사를 고용해 법적 행동을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은행 자산인 건물부터 자동입출금기를 비롯한 장비, 현금자산에 이르기까지 많은 것을 빼앗겼다.

우크라이나 국영 오샤트은행의 경우 지난 3월까지 크림지역에 296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었지만 하룻밤 사이에 러시아 은행들이 자리를 차지했다. 안드리 피슈니 오샤트은행 최고경영자(CEO)는 “저녁때는 우리 지점이 운영됐는데 다음날 아침 새로운 은행이 문을 열었고 이름이 러시아국영상업은행(RNCB)으로 바뀌어 있었다”고 말했다. 이밖에 30여개 은행들이 크림의 금융공백을 차지하러 들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돈을 인출하기 위해 오샤트은행 앞에 모인 심페로폴 주민들. [사진=게티이미지]

또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한 마디에 크림 주민들의 대출금 상환도 중단됐다. 로이터는 수천 명의 개인고객과 기업고객이 우크라이나 은행에 빌린 돈을 갚는 것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알렉산데르 두빌레트 프리바트은행 CEO는 “통치자가 갚지 말라고 말하는데 왜 돈을 지불하겠나”라며 은행이 빌려준 돈이 10억달러가 넘는다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중앙은행에 따르면 크림반도가 합병될 당시 기업 및 개인고객이 빌린 돈은 18억달러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러시아가 지점의 ATM, 문건, 파일 등 금융 기록들을 모두 압수해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합병 이후 어려움을 겪는 것은 주민들도 마찬가지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은행들을 내보내면서 우크라이나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는 주민들은 돈을 찾지 못하고 있다. 러시아예금보험국은 지난 6일까지 19만6400개 계좌에 5억달러가 넘는 돈을 보상해준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월 매달 은행에 3600달러씩 저축하던 한 고객도 인출카드 등도 사용이 정지돼 돈을 찾지 못하는 등 많은 피해사례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러시아 은행의 카드가 아니면 현금인출기가 작동하지 않고 해외 신용카드로는 거래가 되지 않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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