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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드에 밀린 이민개혁…美 지상파, 오바마 담화 외면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일 오후 8시(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이민개혁 행정명령을 발표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미국은 늘 ‘이민자의 나라’라고 언급하며 “이주 증명서가 없는 이민자를 추방에서 구제할 것이다. 이들은 어둠에서 벗어나 법적인 권한을 갖게된다”고 말했다.

이어 공화당이 이민개혁안을 반대하고 있는 데 대해서는 “단일 문제로 인한 의견차이로 인해 모든 문제에 제동을 걸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로 미국 내 불법 체류자 1130만 명 가운데, 멕시코와 중남미 출신의 히스패닉계를 중심으로 44%에 해당하는 500만명의 불법이민자가 혜택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 =게티이미지]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핵심정책인 이민개혁안 대국민연설은 미국 지상파 인기 드라마 ‘그레이 아나토미’에 밀려 외면당했다.

미국 4대 지상파 방송사 CBS, NBC, ABC, 폭스는 이날 오후8시 ‘황금시간대’에 미국 역사상 28년만에 최대 규모로 단행되는 이민개혁에 관한 오바마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를 생중계하지 않았다.

연설은 단 10분으로 길지 않았지만, 미국의 가장 가장 뜨거운 현안을 전국망 커버리지를 갖춘 지상파 방송사들이 죄다 외면한 것이다.

이 날 ABC는 ‘그레이 아나토미’, CBS는 ‘빅뱅 이론’, 폭스는 ‘본즈’, NBC는 ‘비기스트 루저: 글로리 데이즈’ 등 정규 편성 드라마와 리얼리티쇼를 내보냈다.

대통령 연설을 생중계한 곳은 케이블 뉴스채널 CNN과 폭스채널, MSNBC와 스페인어 케이블채널 유니비전과 텔레문도, 온라인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등 뉴미디어 뿐이었다.

주로 오후 8시, 9시 등 황금시간대에 발표하는 대통령의 대국민 연설은 주요 방송사 네트워크를 통해 일제히 전파되는 게 보통이다.

실제로 지난 9월 10일 오후9시에 이뤄진 이슬람 무장세력 ‘이슬람국가’ 격퇴 대국민 발표는 지상파, 케이블, 온라인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생방송됐다.

8년전 조지 부시 당시 대통령의 이민 관련 연설 역시 황금시간대에 거대 방송사들이 모두 생방송했다.

때문에 주요 방송사가 이번에 오바마 대통령 이민 개혁 연설을 방송하지 않은 배경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온다.

CNN은 백악관이 CBS, NBC, ABC, 폭스에 대통령 연설 생중계가 가능한 지 비공식적으로 타진했다가, 방송사들이 황금시간대를 내주기 꺼리자 공식적인 협조 요청을 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반면, 유니비전은 19일 밤 백악관으로부터 전화를 받고, 인기프로그램 ‘라틴 그래미’ 정규편성을 보류했다는 후문이다.

일부 방송사 이사들은 CNN에 “오바마 연설은 2006년 부시 연설보다 명백하게 더 정치적”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IS 격퇴 연설은 국가안보에 관한 문제인데다 당시 발표 시점은 ‘가을 TV 시즌’ 이전이었으며, 2006년 부시 대통령은 페이스북을 활용하지 않았다고 CNN은 지적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대통령 연설은 시청률이 좋지 않다. 광고주가 싫어하는 게 낮은 나쁜 시청률”이라며 방송사의 이해타산을 꼬집었다.

방송사들이 자칫 다수당인 공화당으로부터 비판의 역풍을 맞을 수 있는 ‘정치’ 대신 ‘돈’을 선택했다는 얘기다.

가디언은 더 나아가 “백악관이 4대 방송사에 공식 요청도 하지 않았다는 것은 백악관과 기자단과의 최악의 관계에서 나온 것이다. 기자단의 많은 이들이 오바마 행정부에 못들어가고 있다”고 백악관과 기존 주류 언론과의 ‘불통’을 꼬집었다.

실제 이 날 오바마 대통령 연설은 백악관 출입기자단 앞에서 하는 브리핑 형식이 아닌 ‘페이스북 공개’ 형식을 취했다.

백악관은 하루전인 19일에 페이스북에 1분짜리 예고 동영상까지 내보냈다. 집무실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안녕 여러분. 내일 밤 이 자리에서 망가진 이민시스템을 고칠 몇가지 조치를 발표할 겁니다”고 예고한 이 동영상은 페이스북에 게재 1시간만에 150만명이 시청했다.

정보와 재미를 얻을 수 있는 수단이 무수히 많아진 환경에서 지상파방송의 뉴스 전달자로서의 역할이 약화된 점도 배경 중 하나다.

CNN은 “이번 방송사의 선택은 ‘심각한 뉴스’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진 것을 방증한다”고 짚었다.

/jsha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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