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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매몰비용 지원 찔끔…뉴타운 출구전략, 지자체만 탈출?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서울 은평구 불광8구역 재개발추진위원회는 지난 해 8월 해산후 재개발 과정에서 쓴 6억6700만원 중 70%를 지원해 달라며 서울시에 사용비용 지원 신청을 냈다. 해산된 추진위원회(해산 추진위)는 은평구에서 열린 두차례 검증위원회를 거치며 심사를 받았지만 사용금액 중 한푼도 인정 받지 못했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시 조례에 따라, 추진위 승인 후 열린 주민총회 의결 예산의 집행부분만 지원 받을 수 있다”면서, “불광8구역의 경우 승인전 총회로 의결된 예산이라 해당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경기도 등 지자체가 뉴타운ㆍ재개발 출구전략의 일환으로 수십억원의 예산을 책정한뒤 사용비용 70%를 지원하겠다고 나섰지만, 실제 지원은 미미한 수준이다. 매몰비용(( 일단 지출돼 회수할 수 없는 돈으로 재개발의 경우 설계용역, 사무실 운영비등을 의미) 지원 자체가 한시적이어서 지자체 혼자만 빠져나가는 ‘나홀로 출구전략’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번동2-1 재건축예정구역, 불광8재개발정비구역 등 25개 사업장에서 해산된 재개발재건축 추진위가 자치구를 통해 서울시에 지원 요청한 금액은 총 285억3700만원이다. 이들 모두가 사용 비용으로 인정될 경우 서울시가 지원할 금액은 199억7590만원이다.

서울시내의 한 뉴타운 재개발 지구 전경.

서울시는 지난 6월에 강북구 번동2-1 재개발구역에 5400만원, 지난 3월에 금호23 재개발구역에 1억4000만원을 매몰비용으로 지원했을 뿐이다. 해산된 번동2-1재개발 추진위는 1억8000만원을, 금호23재개발구역 추진위는 7억 6300만원을 청구 했지만 각 7700만원, 2억원만이 사용비용으로 인정됐다. 시는 이중 70%으로 지원했다.

특히 번동2-1재개발 추진위의 경우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사용내역을 강북구청에 제출했으나 주민총회 의결을 거친 2009년, 2010년 사용비용만 인정돼 나머지 해에 쓴 돈은 지원받지 못했다. 강북구청 관계자는 “2011년, 2012년은 예산안이 총회에서 부결됐음에도 집행됐다. 이부분은 반영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청한 금액을 한푼도 지원받지 못하는 해산 추진위도 있다. 불광8 재개발 정비구역과 봉천10-1 재건축예정구역 추진위는 해산 후, 각각 6억6700만원,1억100만원을 신청했지만 사용비용을 전혀 인정받지 못했다. 특히 불광8재개발 정비구역의 경우는 주민총회를 거쳐 비용을 썼지만, 추진위 승인을 받은 2005년전에 열린 주민 총회라 사용비용이 인정 되지 않았다.

은평구청 관계자는 “이의 신청을 받아 들여 재검증까지 했으나, 결국 조례에 따라 사용비용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로 결론이 났다“고 말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추진위 승인 후 조합총회에서 의결된 예산이 집행된 경우에 한해, 증빙서류만 있을 경우에만 70%를 지원받을 수 있다.

지원 신청 기간을 넘겨 해당 사항조차 없는 곳도 해산 추진위도 속출했다.

서울시 조례에 따르면 해산일 이후 6개월 내에 신청을 해야 지자체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현재 추진위 활동기간동안 8억6000만원을 사용한 중랑구 묵4재건축 정비구역(해산일 올해 2월 13일), 8억을 사용한 금천구 독산2 재건축 정비구역(2월 17일 해산) 등 8곳은 해산일로부터 6개월 이내 신청을 하지 않아 서울시의 지원을 한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상황이 비슷한 경기도는 신청된 비용자체를 공개조차하지 않고 있다. 경기도는 올해 매몰비용 지원예산으로 42억원을 확보해 지원에 나섰다. 경기도는 해당 시군구와 함께 검증으로 인정된 사용비용 중 각 35%씩을 지급하기로 했다. 하지만 경기도와 구리시가 지난 9월 인창e구역 해산 추진위가 신청한 11억원 중 각각 8558만원을 지급한 것 외에는 실적은 없다.

지난해 인창e구역 외에도 부천 소사 등에서도 신청이 이어지고 올해에도 사용비용 신청이 계속됐지만, 경기도는 지원금액만 공개할 뿐, 청구금액은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경기도 관계자는 “관련 현황은 각 시군구에서 집계하지 도청은 모른다”고 말했다가 “각 추진위에서 애초에 얼마를 청구했는지에 대해서 알고는 있지만 공개할 수 없다”고 말을 바꿨다.

신청한 금액 중 실제 지급되는 금액이 미미하다 보니 지자체는 고민에 빠졌다. 올해 매몰비용 지원 예산을 77억3800만원으로 책정했다. 하지만 신청 금액의 10% 수준만 지급이 되면서 예산이 남아돌게 되는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책정된 예산보다 지원되는 금액이 턱없이 낮아 현재 고민 중”이라면서, “하지만 시민의 세금으로 지원되는 돈이다보니, 무턱대고 내 줄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매몰비용 지원이 해당 주민들의 출구전략이 아닌 지자체의 나홀로 탈출전략이라고 지적한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해산을 촉진하기 위해 지자체에서 정치적으로 움직인 측면이 있다”면서, “결국 예산 책정 착오로 쓰여할 할 돈이 제대로 쓰이고 있지 못한 꼴”이라고 말했다. 조문현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 역시 “지원을 받지 못한 주민들이 어떤형태로든 반발을 할 것”이라면서, ”결국 표를 얻기 위해, 뉴타운을 하겠다는 쪽과 표를 얻기위해 뉴타운을 없애겠다는 쪽 사이에서 주민들만 피해를 본 상황“이라고 말했다.

/coo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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