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웅섭<사진> 전 정책금융공사 사장이 신임 금융감독원장에 전격 내정 하루만에 대통령 재가가 이루어진 것은 그만큼 진즉에 차기 원장으로 낙점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곧 사라질 공사의 사장에서 금융감독기관 수장으로 화려하게 귀환하게 된 것이다.

KS(경기고ㆍ서울대)가 장악하고 있는 모피아(재무부 출신 공직자) 세계에서 검정고시 출신의 진 원장이 금감원장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그만큼 금융정책과 감독 분야의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방증이다.

하지만 진 신임원장의 앞길은 순탄하지 않다. 신임 금감원장으로서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첩첩산중이다.

우선 신뢰 회복이 시급하다. 금융감독기관의 생명은 바로 시장의 신뢰다. 금융당국이 시장의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견제와 조율 작업을 효과적으로 하려면 시장의 신뢰를 바탕으로 한 위엄있는 자세를 견지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부터 연이어 터진 대형 금융사고와 이에 따른 대대적인 현장 조사 및 제재로 시장은 불안해하고 있다. 특히 KB사태에서 드러난 당국의 ‘갈지자 행보’는 위엄은커녕 신뢰를 얻기조차 힘든 상황이 됐다. 카드사 개인정보유출, KT ENS 사기대출 등 대형 사건 등에 대한 제재는 후순위가 돼 버렸다.

진 원장은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래야 금융당국이 시장 질서를 바로 세우는 본연의 역할에 충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금감원 조직 내부의 분위기 역시 진 원장이 해결해야 할 과제다. 금감원 내부에서는 조직의 수장이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하차한 점을 뼈아프게 생각하고 있다. 또 진 원장이 다소 젊은 나이에 수장이 된 점도 조직원들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진 원장의 행시 선배인 최종구 수석부원장부터 조영제 부원장, 박영준 부원장 등 주요 보직 임원들이 대부분 진 원장보다 나이가 많다. 이들의 어떤 결정을 내릴지 관심이다.

전임 수장의 중도하차와 예상되는 대규모 인사로 조직이 어수선해질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진 원장이 어떻게 중심을 잡고 가느냐에 따라 향후 금감원의 조직력이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그간 불협화음을 보였던 금융위원회와 정책공조도 주요 과제 중 하나다. 금융위는 진 원장의 최대 강점이 ‘부드러운 리더십’으로 꼽히는 만큼 금융위와 갈등을 빚기보다 원만한 관계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신소연 기자/carrier@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