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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김영상>묘하게 닮은 이란 축구와 공무원연금
또 못볼 것을 봤다. 데자뷔는 데자뷔이고, 징크스는 여전히 징크스인가 보다. 18일(한국시간) 밤 열린 한국 대 이란 축구경기 얘기다.

난 사실 축구 마니아는 아니다. 밤 잠을 포기하고 경기를 볼 정도의 열성팬은 아니다. 축구를 본 것은 순전히 우연이었다. 며칠동안 일찍 잤기에 이날은 잠이 안왔고, 그래서 거실로 어슬렁어슬렁 나와 텔레비전을 켰는데 경기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러다가 생각이 났다. 한국 축구가 이란 테헤란에 가서 40년동안 한번도 이긴 적이 없다는 사실이.

호기심이 슬슬 발동했다. 오늘은 어떻게 될까. 결론적으로 한국 축구는 또다시 테헤란에서만큼은 나약했다. 공 지배율은 높았지만 무의미한 백패스를 남발했다. 손홍민의 결정적인 두차례 슈팅을 빼곤, 승리에 대한 가능성을 보여준 선수는 없었다. 수십년간의 한국 대 이란 경기 공식은 재현됐다. 전반에 잔뜩 웅크리다 후반을 노리는 상대방, 후반 20여분 뒤 역습에 허둥대며 결정적인 점수를 허용하는 한국, 이후 그라운드에서 속속 눕는 침대축구의 이란. 40여년간 테헤란 경기에서 봤던, 그 짜증나는 장면들이 그대로 나왔다. 그렇게 맥없이 패배했다. 우리가 허용한 골에 대해 심판판정이 잘못됐다고 항의한들 무슨 소용이랴. 어웨이 경기에서 확실한 승자가 되지 못했다면, 변명에 지나지 않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다. 한국 대 이란 축구가 끝나자 요즘 화두인 공무원 연금 개혁이 오버랩되다니…. 억지 같지만, 둘다 참으로 깨뜨리기 힘든 데자뷔 또는 징크스를 가졌다는 점에서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이란에 가면 ‘공한증에 떠는 중국‘처럼 이상하게 게임이 풀리지 않는 한국 축구, 정권이 바뀌면 한창 떠들다가 선거 때가 되면 쏙 들어가는 공무원 연금 개혁. 성질은 전혀 다른데, 묘하게 닮았다.

부끄럽지만 난 공무원 연금에 특별한 철학이 없다. 박봉에 연금만 보고 살았는데 살 맛이 안난다는 공무원 친구의 얘기도 일리있어 보이고, 연금적자가 심각한데 나중에 국민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라는 개인회사 다니는 친구의 말도 수긍이 간다. 공무원 연금에 관한한 회색인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에 관한 강한 데자뷔는 갖고 있다. 공무원 연금은 지난 1960년 도입됐고, 33년이 지난 1993년 적자로 전환됐다. 급기야 올해에는 2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고 한다. 역대 정부는 그래서 초기에 연금 개혁안을 몰아부쳤다. 공무원 표를 의식, 선거때는 엄두도 못냈다가 힘이 있는 정권 초에 개혁의 칼날을 들이댔다. 그러다가 반발에 부딪쳤고, 다시 선거가 돌아오면 없었던 일로 되곤 한 것이다. 이러다보니 15년 정도의 데자뷔가 반복돼온 것이 사실이다.

개혁을 하자, 하지 말자를 얘기하는 것은 아니다. 은퇴한 교장 부부가 둘이 합쳐 600만~700만원의 연금을 받는다는 말에 질투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조화롭게 당사자들이 해결 방안을 찾았으면 할 뿐이다. 다만 여당이 발의한 공무원연금법 개정안 찬반투표에서 0.94%의 공무원이 찬성했다는 데서 시사점을 느낀다. 절대 소수지만, 남의 밥그릇도 고려한 이들이다. 거기서 데자뷔가 깨질 단초를 본다.

ys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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