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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병기의 대중문화비평> 과장…냄비… 언론의 어두운 그늘 드러낼까
기자들 세계 사실적 표현… SBS 새 수목 드라마‘ 피노키오’
박혜련 작가-조수원 PD 의기투합
실제 보도국 기자의 활동 철저히 취재
배우들도 피말리는 취재 현장 경험

청춘들의 사랑과 설렘 그리면서도
보도의 과장과 조작이 횡행하는
현실속 미디어 시스템 적나라한 비판



SBS 새 수목극 ‘피노키오’ 주인공들의 직업이 모두 기자라는 걸 보고, 쉽지 않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직 한국에서 기자라는 직업을 내세워 성공한 드라마가 드물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혜련 작가와 조수원 PD의 합작품이라는 사실에 좀 더 기대를 가지게 했다. 두 사람은 ‘너의 목소리가 들려’라는 작품으로 복합장르를 탄생시키며 멜로-스릴러-전문직이라는각각의 파트를 모두 살려낸 적이 있다. 전문직종에 제법 심도깊에 들어가는 박혜련 작가의 탐구력은 칭찬받을만 했다.

‘피노키오’도 로맨스와 장르형의 결합을 시도했다. 전작 ‘너목들’이 검사, 변호사 등 법조계에 얽힌 사회 부조리를 드러냈다면 ‘피노키오’는 청춘성장멜로를 깔고 있으면서도 언론이라는 시스템에 메스를 가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다.

1, 2회밖에 방송되지 않았는 데도 ‘무늬만 기자’는 아니다. 사실적인 연기를 위해 이종석과 박신혜 등은 SBS 보도국 사회부와 문화연예 담당 기자의 실상을 목격했다. 이필모는 일반인에게 낯선 ‘시경캡’이라는 선배기자다. 

박신혜는 “집에도 못가고 경찰서에서 쪽잠을 자는 수습기자, 선배에게 2~3시간 단위로 보고하면서 처절하게 살아가는 기자의 모습을 보여줄 것이다”고 했다. 이종석도 “작가님이 작년에도 SBS 보도국에서 취재와 조사를 철저히 하셨다”면서 “사실성은 걱정 안하셔도 될 것이다. 우리의 현실 같은 느낌이 날 것이다”고 전했다.

극중 이종석의 가정은 ‘팩트’(사실, 진실)가 아닌 ‘임팩트’(충격, 영향)를 좇는 언론에 의해 집안이 하루아침에 풍비박산 났다. 드라마를 보면서, 어쩌면 ‘진짜 세상’이 아닌, 언론이 만든 ‘가짜 세상’에 살면서, 그속에서 가짜가 진짜 행세를 하고 진짜가 가짜로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이 적지 않겠다는 생각이 든다. 드라마에서처럼, 119 소방대원 팀장으로 무리하게 화재진압작전을 강행하다가 대원들을 사망케 했다는 누명을 쓰고 사라진 이종석의 아버지 같은 삶이 실제로 없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 드라마에서 그런 자극적 보도를 일삼는 방송사의 이름이 화학조미료를 뜻하는 ‘MSG’와 유사한 ‘MSC’다. 

박신혜의 엄마인 MSC 송차옥 기자(진경)는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자극적인 뉴스를 만들기 위해 조작과 과장보도를 일삼고 유명기자가 된다.

 
SBS 수목드라마‘ 피노키오’는 언론의 거짓 보도로 피해를 입은 한 가정의 상처를 아프게 드러내 사회적 메시지를 전한다.

미국의 정치사회학자이자 언론학자였던 월터 리프만의 말이 생각난다. “우리는 진짜 환경(Real-Environment)이 아니라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가짜 환경(Pseudo-Environment)에 살고 있다.” 진실을 추구해야 하는 언론이 보도하는 내용이 진짜가 아닌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피노키오’가 초반부터 강하게 꼬집었다.

한국언론의 2가지 특성을 말한다면 ‘과장’과 ‘냄비’로 요약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선택과 배제가 이뤄져 결과적으로 조작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언론인은 불편부당, 엄정중립을 지켜야 하고, 취재원과는 가깝지도 않고, 멀지도 않은 관계를 유지하라는 ‘불가근 불가원’ 원칙을 지킬 것을 요구받는다.

없는 사실을 만들어내야만 조작은 아니다. 언론은 사실보도로도 ‘과장’과 ‘냄비’ 보도를 일삼으면 조작이 될 수 있다. 가령, 별 것도 아닌 사실을 자주, 그리고 의미있는 것처럼 보도하면 대단한 것처럼 돼버리고, 중요한 사실도 축소하거나 보도하지 않으면 별 의미없는 사안이 돼버린다.

‘피노키오’가 언론이 거짓말을 한다는 사실을 폭로했다. 그래서 더벅머리에 전 과목 올빵으로 자신의 과거와 마음을 숨긴 채 기하명이라는 이름 대신 최달포로 살아가야만 하는 이종석의 상처가 아프게 드러났다. 

퀴즈 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방송국에 온 이종석이 방송국 기자에게 한 말은 언론에 대한 극도의 증오심을 드러낸다.

“여긴 말이죠. 되지도 않는 추측으로 함부로 짐작하고 떠들어대는 인간들이 득실댑니다. 마이크랑 카메라를 완장인양 차고 나대는 인간들 투성이에요. 그런 구역질나는 인간들이랑 같은 공기를 마시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숨 막히고 역해서, 방송국에 다시 오는 게 죽기보다 싫었습니다.”

이종석의 연기가 시청자를 가슴 먹먹하게 하는 건 이처럼복합적인 상처를 드러내기 때문이다. 이종석이 자신의 가족을 사지로 몰아낸 송차옥의 딸 인하(박신혜)와 멜로를 그려나가는 건 설렘과 아픔을 모두 전한다. 

인하가 진실을 말하지 않고 거짓말을 하면 딸꾹질을 하는 피노키오증후군을 앓는 기자라는 점도 작가가 앞으로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기대하게 한다. ‘피노키오’에는 과거 아이돌 그룹의 사생팬 출신 기자 윤유래(이유비)가 등장한다. ‘오빠‘를 좀 더 가까이에서 보기 위해 연예부 기자가 된 이유비 캐릭터도 흥미있는 설정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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