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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리포트] “능력 부족의 또다른 이름”vs“프로가 되어가는 훈련과정”
야근에 대한 2030 직장인들의 솔직토크
야근은 대부분의 대한민국 직장인에게 불가피하다. 야근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당일 처리해야 할 일이 쌓여 야근하는 ‘자발적 야근’과 상사의 갑작스런 지시나 눈치 때문에 퇴근하지 못하는 ‘비자발적 야근’이다. 이를 바라보는 시각도 두가지다. 본인의 능력 부족이거나 기업 문화다.

야근을 할 때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있다. 돈, 즉 야근수당이다. 직장인에게 야근수당은 동기요인이다.

회사 입장에선 인건비 부담으로 작용한다. 때문에 회사는 돈이 안드는 비공식 야근을 선호하고, 직장인은 제대로 된 보상 체계를 요구한다.


야근할 때 노동생산성은 정규 근무시간보다 높지 않다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비효율적이지만 생산성이 전혀 없지 않다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특히 야근을 끝낸 직장인의 성취감과 늦은 시간까지 함께한 동료들과 결속력도 다질 수 있다.

먹고 살기 바빴던 베이비부머세대에게 ‘의무’였던 야근, 젊은 직장인들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 ‘다음세상을준비하는다른연구소’(이하 다준다연구소)는 지난 13일 오후 서울 공덕동 생각공방 온빛터에서 ‘칼퇴근이 뭐예요?’라는 주제로 야근대담을 열었다.

이 자리에는 이날 야근을 제쳐놓고 나온 다양한 직종의 직장인들이 모였다. 사회생활 3~6년차 젊은 직장인의 야근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토론자들의 요구로 신분과 직장은 익명으로 처리했다.


▶사회(이동학 다준다연구소 소장)=야근은 왜 하는가.

▷김모(31ㆍ대기업 근무)씨=직장생활을 하는 동안 한번도 내가 맡은 업무가 끝났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회사가 문을 닫지 않는 한 일은 계속 생기기 마련이다. 굳이 야근까지 하면서 끝나지도 않을 일을 계속해야 하는가. 결국 조직(기업)문화라고 본다.

▷정모(32ㆍ제조업체 근무)씨=비슷한 생각이다. 야근은 개발시대를 살았던 선배 직장인들이 만든 기업문화다.

수직적 조직문화인 한국 기업의 특성상 윗사람이 야근하면 대리나 사원, 인턴까지 야근을 하게 된다. 위에서부터 제 시간에 퇴근하는 분위기를 만들어줘야 한다.

▷임모(34ㆍ여ㆍ증권회사 근무)씨=잠시 미국계 금융회사에 있을 때 야근을 하면 미국 본사에서 문의가 들어온다. 일이 너무 많다면 사람을 더 뽑아주겠다고 했다. 이면에는 업무 처리 능력이 부족한 직원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이모(27ㆍ여ㆍ공무원)씨=직장에 오래 앉아 있는 것을 ‘능력’으로 보는 직장문화가 있다. 실제로 업무 실적보다 야근을 많이 해서 승진하는 사람도 봤다. 일이 없어도 윗사람에게 보여주기 위해 늦게까지 앉아 있는 게 야근이다.

▶사회=야근을 무조건 나쁜 것으로 봐야하는가.

▷장모(28ㆍ여ㆍ외국계기업 근무)씨=야근은 내가 원하는 최고의 결과물을 만들기 위한 투자이다. 야근하면서 만들어낸 결과물이 인정 받을 때 짜릿한 성취감도 맛볼 수 있다. 몸은 힘들지만 자부심을 느낄 수 있다.

▷이모(29ㆍ공공기관 근무)씨=야근은 스스로 맡은 일에 대해 충분한 시간을 고민하고 이를 시행함으로써 어제보다 더 나아진 내가 되는 과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 그 분야에서 자신을 ‘프로페셔널’하게 만드는 훈련 과정이다.

▷김씨=정규 근무시간에는 잡무가 많아 내 일에 100% 투자하는 것이 쉽지 않다. 야근을 하면 오롯이 내 일에만 집중할 수 있다.

늦은 시간 책상에 불을 켜놓고 셔츠 소매를 걷어올린 채 보고서를 준비하는 내 모습을 보면 ‘정말 멋있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정씨=우선 예측 가능한 야근이면 거부감이 덜 든다. 특히 야근을 하면 평소 얘기하지 못한 동료들과 친해질 수 있다. 회사 구성원으로서 소속감이나 결속력도 갖게 된다.

▶사회=내가 상사라면 야근을 시킬 것인가.

▷이씨=후배들에게 야근을 시키는 상사가 능력있다는 평가를 받는 게 기업문화다. 직원들을 잘 관리하는 사람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야근을 많이 시키는 상사가 승진도 빨리 한다. 야근을 시킬 수밖에 없다.

▷임씨=야근을 아예 없앨 권한을 쥔 ‘사장’이 되지 않는 이상 싫어도 야근을 시켜야 한다. 회사에 나만 있는 게 아니다. 다른 부서장의 눈치를 봐야하고 경영진의 업무 평가도 감안해야 한다. 다만 합리적인 야근문화를 정착시키는데 기여하겠다.

▷김씨=다른 부서와의 경쟁이 일상화된 상황에서 야근을 통해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반드시 잘못된 방식은 아니다. 대신 따뜻한 말 한마디를 던져주는 상사가 돼 야근하는 후배들을 위로해주겠다.

▷이씨(여)=‘프로’라면 야근을 해서라도 자기 업무를 끝내야 한다. 다만 ‘선배가 안 가는데 니가 먼저 퇴근해?’라는 식의 불합리한 야근은 시키지 않겠다.

최진성ㆍ신동윤 기자/ipe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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