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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꿈과 현실의 모호한 경계…파란 하늘에 미키마우스가 떴다
-정소연 작가 회화전…11월 19일부터 12월 6일까지 이화익갤러리


[헤럴드경제=김아미 기자] 파란 하늘, 익숙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하늘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디 하늘이 이토록 파란가. 하늘은 대게 탁하고 연한 푸른빛이며 잿빛과 누런빛이 섞여 있기도 하다. 구름은 또 어떤가. ‘실재’는 희거나 희끄무레하다.

게다가 화면 안 귀퉁이에서 미키마우스와 바비인형이 빼꼼 고개를 내밀고 있다. 현실에서는 있을 수 없는 장면, 정소연(47) 작가는 실재하지 않지만 마치 실재인 것처럼 우리가 ‘인식’하고 있는 장면들을 화폭에 담았다.

이른바 ‘시뮬라시옹(Simulation) ’, 기호가 이미지를 대체한다는 프랑스 철학가 장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dㆍ1929~2007)의 이론을 회화로 구현했다. 현실보다 더 현실같은 ‘꿈’에 매달린 현대인들에게 작가는 꿈과 현실의 경계가 모호한 이미지를 마치 주술이 담긴 카드처럼 내밀고 있다. 당신이 인식하고 있는 것은 허상에 불과하다고.

Neverland-Sky 3, 100x100㎝, 캔버스에 유채, 2013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비디오, 설치, 인터랙티브 멀티미디어 작품들을 주로 해 온 정소연 작가가 ‘네버랜드(Neverland)’라는 타이틀의 회화 연작으로 개인전을 연다. 이화여대 서양화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뉴욕공대 커뮤니케이션아트 석사, 중앙대 예술공학 박사 학위를 받은 ‘엘리트’ 미술가다.

그가 전시의 주제로 삼은 네버랜드는 피터팬 이야기에 등장하는 가공의 나라로, 영원히 늙지도 시들지도 않는 ‘꿈동산’의 대명사다.

전시 오프닝 전 미리 둘러본 갤러리에는 화려한 꽃 그림이 가득했다. 한 화면속에 여름 꽃과 겨울 꽃이 함께 피어 있고, 토종 풀과 외래종이 한데 줄기를 섞고 있었다. ‘비주얼 스캔들(Visual scandalㆍ이질적인 이미지를 결합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레이몽 사비냑의 일러스트레이트 기법)’이 시각적 충격을 불러오는 화면이다. 중력을 거스르고 거꾸로 핀 꽃들 사이에는 그림자 없는 새들도 간간이 보인다. 시들지 않는 네버랜드의 화원(花園)이 이런 모습일까. 

Neverland 2, 116.8x91.0㎝, 캔버스에 유채, 2014 [사진제공=이화익갤러리]

작가는 아들이 서너살 때 즐겨보던 과학 도감, 식물 도감에서 차용한 이미지들을 조합해 캔버스에 옮겼다고 했다. 실재보다 더욱 먹음직스러운 과일, 실재보다 더욱 아름다운 꽃, ‘절정의 순간’을 담은 도감의 기호와 이미지들이 실재를 대치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아들이 미키마우스 팬이었어요. 그런데 정작 쥐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때 알게 됐죠. 우리가 기억하는 것이 실재가 아니라는 것을.”

설치미술을 주로 선보여온 작가는 왜 다시 붓을 잡았을까.

“비디오나 설치라는 매체를 통해서는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회화는 더 이상 새로울 것이 없었죠. 회화를 통해 나만의 새로운 실험을 해보고 싶었습니다. 19세기 카메라가 발명되면서 추상회화가 나왔듯이, IT가 발달한 21세기 회화는 과거 사실주의 회화와는 다른 방식으로 사실주의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길을 네버랜드에서 찾았죠.”

전시는 19일부터 12월 6일까지 종로구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볼 수 있다.

ami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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