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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짜로 아이폰6 준다더니…여전한 상술 '눈살'
[헤럴드경제=정찬수 기자] “싼 값에 최신 단말기를 구매해 근처 대리점에 개통하러 갔는데, 직원이 아이폰6랑 바꾸자고 합니다. 18개월 뒤에 반납하는 선할부라는 안내도 없이 할부원금 0원만 강조했습니다.”

최근 대리점을 찾은 A씨는 할부원금 0원에 아이폰6로 바꿔준다는 말에 새로 산 단말기를 선뜻 내줄 뻔 했다. ‘공짜는 없다’는 생각에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니 18개월 이후 반납하는 보상제였다. 인근 영업점에 내걸린 ‘0원’ 간판들을 보자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아이폰6와 아이폰6플러스에 맞춰 이통3사가 출시한 선(先)보상 지원 요금제가 일부 영업점의 새로운 상술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 SK텔레콤 ‘프리클럽’, KT ‘스펀지 제로플랜’, LG유플러스 ‘제로클럽’ 등이 그것이다. 


선보상 지원 요금제란 중고폰을 매입하는 가격에 신형 단말기에 대한 보상금을 몰아주는 새로운 할인 프로그램이다. 아이폰6 같은 최신형 단말기의 18개월 이후 중고가를 책정하고 사용하던 단말기의 매입가를 합치기 때문에 초기 구매부담이 크게 떨어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많은 영업점들이 정확한 고지 없이 할부원금 ‘0원’만을 강조하는 데 있다. 사용하던 단말기를 아이폰6로 바꿔준다는 말만으로도 구체적인 정보가 없는 소비자들을 공략한다는 어긋난 전략인 셈이다. 한 영업점 직원은 “시장이 침체됐기 때문에 서로 경쟁적으로 할부원금 만을 강조하게 된다”며 “이통사에 신형 단말기를 담보로 맡기는 형태기 때문에 자동차 담보 대출과 다를 바 없다”고 고백했다. 초기비용이 0원에 수렴해도 18개월이 지난 시점에서 소비자에게 이득으로 고스란히 돌아간다는 의미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실제 거리 곳곳의 영업점 외부에는 ‘0원’이라는 간판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소위 ‘새벽 대란’이라고 불렸던 과다경쟁 현상을 경험한 소비자들을 충분히 현혹시킬 수 있는 단어다. 단말기유통법이 시행된 10월 이후 구매를 미룬 소비자들에게는 그 파급력이 더욱 크다.

암암리에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지 못한 채, 선보상 요금제에 사인을 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지만, 이통사의 제재는요원한 상황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이통사는 일선 영업점들을 관리ㆍ감독하는 관계가 아니다”며 “특히 판매점들은 이통3사의 단말기들을 모두 파는 곳이기 때문에 이통사 측에겐 제재 권한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정부의 제재도 어렵다. 방통위 관계자는 “불법의 소지가 있지만 단속반을 운영하거나 시장조사가 이뤄져야 할 부분”이라며 “영업점들을 하나하나 살펴볼 수 없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and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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