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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내가‘대한민국 당구女帝’다
김가영, 10여년간 세계 최상위권자…그러나 매스컴은 “차유람…차유람…”
국내외 당구전문가들 “실력차 확연”…최강국 중국선 ‘공포의 대상’ 인정



요즘 세계 정상의 기량을 지닌 여성 스포츠 선수에게 자연스럽게 붙는 공통의 별명이 있다. ‘여제(女帝)’다.

국내로 한정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인물은 ‘피겨 여제’ 김연아(24ㆍ은퇴)다. 먼저 은퇴한 역도의 장미란(31) 또한 세계를 호령한 여제였다. 근래 들어 스포츠클라이밍의 세계랭킹 1위 김자인(26), 종합격투기 잠정 세계랭킹 2위 함서희(27)도 여제 별명이 붙은 독보적 존재들이다. 당구에도 여제가 있다. 김가영(31ㆍ인천당구연맹)이다. 10년전부터 지금까지 권좌에 오롯이 앉아 있는 절대권력자다.

김가영은 재닛 리, 앨리슨 피셔 등 내로라 하는 레전드급 선수들이 속한 미국여자프로(WPBA) 세계랭킹 2위이자 포켓(풀) 종목 주관기구인 세계풀당구협회(WPA) 세계랭킹 6위다. 1위 자리에 올랐다 내려왔다를 반복하며 계속 최정상권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랭킹은 부동의 1위다.

그는 지난 12일 끝난 중국당구연맹(CBSA) 8볼 세계오픈 대회에서 우승했다. 이번 대회 우승으로 세계랭킹은 또 다시 상승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 우승으로 올 2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당구협회(WPBA) 마스터스대회 우승에 이어 올해 두 번째 국제대회 우승을 차지했다. 올 6월 차이나오픈 준우승과 10월 세계선수권 3위로 우승문턱에서 미끄러진 아쉬움을 털어냈다. 그는 “올해도 그럭저럭 내 몫은 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재 포켓 종목은 중국이 최대 시장이자 강국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형 스폰서들이 붙은 대규모 국제대회가 매달 열리고, 입상을 위해 목숨 걸듯 기량을 연마하는 중국 여성선수들이 즐비하다. 세계랭킹 1위 역시 중국선수인 한위다. 이런 중국선수들이 가장 무서워하는 이가 김가영이다. 국내외 당구계 전문가들은 김가영이파워풀하면서도 정확한 스트로크, 면밀한 디펜스, 위기를 넘는 정신력까지 삼박자를 갖췄다고 평가한다.

사실 대중적 인기와 인지도로는 김가영보다 유명한 한국 선수가 한명 있다. 지상파 TV 버라이어티 쇼를 종횡무진하며 ‘당구 얼짱’으로 활약중인 차유람(27)이다. 차유람은 김가영과 곧잘 비교되는 라이벌 관계다. 그 역시 지난 10년간 각종 국제대회와 국내대회에서 선전했지만 국내랭킹 4위, 세계랭킹은 10위권 밖으로, 아직 실적으로는 여제란 칭호를 받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8볼 세계오픈에서 그는 예선탈락했다.

그런데도 인기는 더 예쁘게 생긴 차유람이 훨씬 많다. 방송가의 대우도 더 좋다. 이런 상황은 김가영에게 분명 반갑지 않았을 터다. 김가영은 이에 대해 “20대 땐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차유람이 밉고, 내 처지가 서러워서 집에서 혼자 ‘이불 킥’도 하고 소리지르며 울기도 하고 그랬다”고 털어놓는다. 그는 “솔직히 요즘도 경기 때 만나면 의례적인 인사와 악수만 할 뿐 개인적인 교류는 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차유람 측도 왕좌에 버티고 앉아 비켜줄 생각을 하지 않는 선배 김가영이 불편하긴 마찬가지다. “훌륭한 선배”라는 판에 박힌 평가 외엔 언급 자체를 거부한다. 양 측의 실력을 비교하는 질문을 받아도 일절 답을 하지 않는다.

김가영은 포켓 종목과 별개인 캐롬종목의 3쿠션 경기도 국내 최정상권이다. 포켓 선수가 되기 전 캐롬종목인 4구와 3쿠션을 먼저 배운 덕이다. 마침 캐롬 종목을 주관하는 세계당구연맹(UMB)은 이제까지 격년제로 시행하던 여자 세계선수권대회를 매년 실시한다는 복안이다.

김가영은 “사석에서도 3쿠션 경기를 선수, 동호인들과 자주 치는 편”이라며 “여건만 된다면 3쿠션 대회에 더 많이 나가고 싶은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포켓 종목에서 2004년, 2006년, 2012년 등 세 차례 세계선수권을 제패한 김가영이 만약 3쿠션 세계선수권에서도 우승한다면 이는 세계 당구 사상 초유의 쾌거가 된다. 김가영이 내년에 어떤 결심을 할지 궁금해진다.

조용직 기자/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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