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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프리즘> 뜨거운 분양시장이 위험한 이유
[헤럴드경제=박일한 기자] 9.1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지 70여일이 지났다. 활기를 띠던 주택시장은 10월 이후 주춤한 반면 분양시장은 아직 뜨겁다.

닥터아파트에 따르면 올해 1~11월(12일기준) 아파트를 분양받기 위해 1순위 청약통장을 쓴 사람은 모두 101만8861명이나 된다. 작년보다 4배 이상 많은 숫자다. 이중 9월 이후 청약에 나선 사람이 절반이 넘는 54만9653명이나 된다. 두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다른 전체 기간 보다 많은 1순위 청약통장이 사용된 것이다.

인기단지에 사람이 몰리는 ‘쏠림 현상’은 심화됐다. 100대1 이상 치열한 경쟁률을 기록한 아파트가 올해 모두 41곳 나왔는데, 이중 9월 이후 분양한 아파트가 27곳이나 된다. 인기 있는 아파트의 견본주택엔 어김없이 떳다방(이동식 중개업소)이 등장한다. 몇몇 아파트의 분양권에는 수억원의 프리미엄(웃돈)이 붙어 거래되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9월 이후 분양시장이 이렇게 과열양상을 보이는 건 분명 정상이 아니다. 진짜 주택 수요자들이 분양 받을 목적으로 1순위 청약통장을 쓰기 보다 분양권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투기(혹은 투자) 수요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9.1부동산 대책의 핵심 내용중 하나는 청약제도를 내년부터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1순위와 2순위 청약통장이 1순위로 통합돼 1순위 청약통장만 1000만구좌 이상으로 늘어난다. 희소성이 사라지기 전 1순위 청약통장을 사용하는 수요가 최근 분양시장 과열의 원인이라는 게 분양현장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그런데 이런 움직임이 시장을 왜곡한다. 기본적으로 진짜 분양받으려는 주택 수요자의 당첨 확률을 떨어뜨린다. 진짜 주택수요자들은 나중에 프리미엄이 잔뜩 붙은 분양권을 사라는 유혹을 받을 수밖에 없다.

당첨된 사람들 대부분이 분양권 거래를 목적으로 하는 투기 수요라면 상황이 심각해질 수 있다. 분양권 거래가 가능해지는 시점 경기 여건이 나빠지고 주택시장 침체가 심각해져 프리미엄을 내고 사줄 실수요자가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투기 수요자들은 분양권 거래를 목적으로 청약통장을 썼기 때문에 자금마련 계획이 있을 리 없다. 분양권을 사줄 사람들이 나타나지 않으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다. 프리미엄은 떨어질 것이고, 은행 이자 등을 고려하면 손해를 감수해야하는 지경까지 악화될 수도 있다. 무작정 청약통장을 쓰는 게 위험한 것은 이 때문이다.

2006년 하반기 파주 운정지구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당시 견본주택에서 청약접수를 받았는데, 아파트 분양 현장마다 밤새 수백미터씩 줄을 서 청약을 할 정도로 과열됐다. 당첨만 되면 ‘대박’으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8년 입주 시기 글로벌 금융위기가 터졌고, 쏟아지는 분양권 매물 때문에 프리미엄은 커녕 분양가 밑으로 나오는 분양권이 수두룩했다.

자신의 자금 여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분위기에 휩쓸려 무작정 청약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

/jumpcut@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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