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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진핑과 30분, 오바마와 20분
[헤럴드경제=신대원 기자] 30분 VS 20분.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 베이징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와 미얀마 네피도 아세안(ASEAN)+3(한·중·일) 정상회의, 호주 브리즈번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등 다자외교 강행군에 나선 가운데 APEC 계기로 진행된 한·미 정상회담과 한·중 정상회담에서 미묘한 온도차가 드러나 뒷말이 무성하다.

박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간 한·중 정상회담은 30분,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은 20분으로 시간 차이는 10분에 불과했지만 회담 안팎에서 느껴진 차이는 그 이상이었기 때문이다.

10일 진행된 한·중 정상회담은 박 대통령이 “‘交情老更親’(쟈오칭라오끙친·우정을 오래 나눌수록 더욱 친밀해진다)”이라고 할 만큼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진행됐다.

특히 시 주석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만났을 때 굳은 표정으로 일관했던 것과 달리 박 대통령과의 회담에서는 내내 밝은 표정으로 임해 눈길을 끌었다.

반면 11일 열린 한·미 정상회담은 시간·장소·의제 등 전반적인 측면에서 정상회담 격에 맞지 않았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선 회담 시간부터 오락가락하는 모습이었다. 청와대는 이날 오전 11시까지만 해도 회담이 열릴지 100%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가 오후 1시에는 회담이 확정됐지만 시간은 미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오후 2시 시작된 회담이 끝나고 나서야 한미 정상이 현안을 논의했다고 공개했다.

장소도 호텔 회의실 한 켠에서 진행되는 바람에 배석자 자리가 없어 윤병세 외교장관과 수전 라이스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등 양국 수행원이 선 채로 지켜봐야 했다.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은 각자 1인용 소파에 앉은 채였으며 정상회담시 관례적으로 등장하는 양국 국기도 생략됐다.

지난 10일 양국 국기나 테이블도 없이 소파에 앉은 채 진행되면서 ‘비정상회담’이라는 평가마저 나왔던 시 주석과 아베 총리의 중·일 정상회담과 판박이었다.

또 한·중 정상회담이 30분임에도 불구하고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동시통역으로 이뤄진 것과 달리 한·미 정상회담은 통역을 대동한 채 이뤄지는 바람에 두 정상이 실제 대화를 나눈 시간은 10여분에 그쳤던 것으로 전해졌다.

당연히 북핵문제를 비롯해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재연기 이후 공조,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심도 있게 논의됐을 리 만무하다.

청와대는 각국 정상들이 분 단위로 일정을 쪼개 짜는 다자회의 특성상 조율이 쉽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현안에 대해 유익한 논의를 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외교가 안팎에선 박 대통령이 미국이 불편해하는 중국 주도의 아태자유무역지대(FTAAP)에 대해 오바마 대통령 면전에서 적극 지지의사를 밝히는 등 한중밀월 기류가 흐르자 미국측이 한·미 정상회담을 마뜩찮아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우세하다.

미국은 오바마 대통령의 11일 공식 일정표에 박 대통령과의 회담 내용을 포함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결국 이번에 드러난 30분과 20분의 온도차는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이 갈수록 격화되는 상황에서 한국의 줄타기 외교가 쉽지 않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대목이라 할 수 있다.

다만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베이징 APEC 정상회의뿐 아니라 브리즈번 G20 등에서도 수시로 마주치게 되는 만큼 이번 회담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는 반박도 제기된다.

청와대는 박 대통령과 오바마 대통령이 APEC 갈라만찬 불꽃놀이와 회의장 이동시간 등을 이용해 충분히 의견을 교환했다고 설명했다.

shindw@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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