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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속으로-최영진> 반기문 대망론과 새 인물의 함정
정치불신이 초래한 ‘반기문 신드롬’
구태정치 쇄신 바라는 열망의 표출
‘새 인물=새 정치’는 근거없는 통념
오히려 질적 악순환 함정 경계해야



최근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로 반기문 유엔사무총장이 압도적인 1위(40%)를 기록했다. 정작 본인은 정치할 의사가 없다고 밝히고 있지만 정치권의 풍향계는 반기문을 향하고 있음이 분명하다. 한때 대표주자였던 박원순 서울시장과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일까?

그의 탁월한 능력이나 성품을 볼 때 대통령감으로 주목받을 만하다. 외진 시골출신으로 ‘지구촌의 재상’으로 불리우는 유엔사무총장에 오른 그를 두고 자격 운운하는 것은 가당치 않은 일인지 모른다.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대통령에게 질려버린 한국인들이 좀 더 부드럽고 겸손한 지도자를 기대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 아니다.

반기문이란 인물의 발견은 사실 국민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정치인을 배출하지 못하는 정치권에 대한 불신에서 기인한 바 크다. 여기에는 새로운 인물이 등장하여 한국정치를 바꾸어주길 바라는 대중의 열망이 숨어있다. 노무현과 안철수의 배후에도 새로움의 열망이 도사리고 있었다. 새로운 인물에 대한 열망은 일종의 영웅대망론 같은 것이다. 그 본질은, 사람이 달라지면 뭔가 바뀔 것이라는 인물중심적 사고이다.

그러나 현실정치에서 사람이 달라진다고 세상이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지난 13대총선 이후 국회의원의 40~50%가 교체되었지만 국회가 질적으로 나아졌다고 보기 어렵다. 민주화 이후 6명의 대통령을 선택했지만 실망스럽기는 매한가지였다. 초기에는 제왕적 대통령으로 시작했지만 3년차만 지나면 무기력한 식물대통령으로 전락하지 않았는가.

대통령이 제대로 일을 하기 위해서는 구조적 조건이 필요하다. 아무리 유능한 인물이라도 구조적 제약에서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대통령이 일을 잘하기 위해서는 정당과 국회의 도움이 필수적이다. 거대한 관료집단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정당차원의 조직적 지원이 필요하고, 국회의 도움 없이는 어떤 입법이나 예산도 가능하지 않기 때문이다. 정당차원의 지지와 협력을 확보할 수 없는 이라면 아무리 탁월한 능력과 성품의 소유자라해도 대통령직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어렵다. 여당과의 불화로 새 정당(열린우리당)을 만들어야 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인물만으로는 성공적 국정운영의 기대를 실현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새로운 인물의 해악은 국회운영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국회가 외부의 압력에서 자율로울 수 있고 복잡한 현대국가를 제대로 감시ㆍ감독하기 위해서는 높은 전문성과 자율성을 확보해야 한다. 전문성을 위해 의정경험도 풍부한 의원이 더 많아야 하고 많은 보좌진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다선의원일수록 당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울 수 있다는 것도 상식이다. 여야의원끼리 협력을 위해서도 오랜 인간적 교류가 필요하다.

하지만 우리나라 국회는 거의 절반이 초선의원이다. 이들이 20~30년 구력의 행정관료를 통제하리라 기대하는 것 자체가 넌센스다. 서로 잘 모르는 이들 간에 어떤 협력을 기대할 수 있을까. 그런데 공천 때만 되면 새로운 인물이 없다는 비판이 언론의 논조를 지배한다. 회기 중에는 국회가 전문성이 없다고 비판의 날을 세우다가 선거 때만 되면 새 인물이 없다고 꾸짖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말이다.

물론 다선의원이 많아진다고 해서 국회가 더 일을 잘할 것이라고 단언하기 어렵다. 하지만 깨끗한 인물에 대한 열망이 현실의 정치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오히려 그 새로움의 열망으로 인해 한국정치는 질적으로 더욱 나쁜 악순환에 빠질 수 있다. 새로운 인물로 한국정치를 바꿀 수 있는 근거없는 통념에서 벗어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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