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쉼표> 문화역서울284
서울역 광장에는 이곳을 지나는 이들이라면 한번쯤 쳐다보게 되는 요란한 설치물이 있다. 붉은색과 초록색의 둥근 8개의 기둥이다. 이 기둥은 가까이 다가가 봐야 플라스틱 소쿠리를 쌓아올린 거란 걸 알 수 있다. 설치작가 최정화가 문화역서울284(구 서울역사)에서 지난 10월19일까지 열었던 ‘총,천연색’ 전시의 한 작품으로 ‘꽃의 매일’이란 제목을 달고 있다. 8600개의 연두색과 주황색 플라스틱 소쿠리를 7미터 높이로 쌓아올려 모두 8개의 탑을 완성한 이 설치작품에는 주변노숙자들이 3주간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량생산의 산물과 버려진 생활쓰레기, 싸구려 물건들을 이용해 독특한 미적 구조물을 만들어내는 최정화는 이 전시를 통해 “세상의 모든 것이 꽃이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 작품은 가까이 다가가 보면 훨씬 압도적이다. 지금은 탑 밑부분의 소쿠리들이 어떤 이유에선지 깨지고 금이 가 당당함이 덜하지만 그 그늘에 앉아 노숙자들이 쉬는 모습은 묘한 느낌을 준다. 사실 서울역광장은 여유롭게 미술작품을 즐기기에 마땅한 곳은 아니다. 환승센터를 통해 수많은 차들이 오가고 광장 주변은 공사와 시위로 늘 어수선하다. 광장을 지나가야 하는 이들도 바삐 걸음을 옮길 뿐이다. 구 서울역사가 다시 태어난 복합문화공간 문화역서울284는 유서깊은 공간과 교통의 요지에도 불구하고 보행접근성에선 의외의 사각지대다. 그래도 몇몇 기획전들은 좋은 반응을 얻기도 했다. 여가와 취미를 주제로 한 ‘여가의 새발견’ 전의 경우, 레고와 플레이 모빌 등의 수집품들이 가족 관람객을 끌어들여 3주간 2만5000여명이 다녀갔다. 문화역서울284는 서울역고가가 공중 공원으로 바뀌면 시민들이 보다 쉽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그때 쯤이면 ‘한국의 오르세 미술관’의 꿈을 한 단계 끌어올릴 수 있을까.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