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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냉전 종식 25년…옛소련권 경제는 왜 더 악화됐나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냉전의 상징인 독일 베를린 장벽이 붕괴된 지 25년이 지났다. 1989년 11월 9일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면서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경제는 자유의 물결 속에 ‘르네상스’를 맞을 것으로 기대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옛소련 국가의 경제는 1989년이 이후 호황을 맞지 않았을 뿐더라 오히려 공산주의 때보다 더 악화됐다. 베를린 장벽 붕괴는 이 지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친 걸까.

▶옛소련 국가경제, 구관이 명관?=옛소련 진영의 25개국 가운데 13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는 1990년 이래 세계 평균보다 더 낮은 속도로 확장했다.

세계은행(WB)에 따르면, 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국가의 중ㆍ저소득층 1인당 GDP는 1990년 이래 43% 증가했다. 그러나 이는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보다 조금 나은 것으로, 동남아시아나 남미, 중동, 북아프리카 보다 못한 수준이다.

세계은행이 분석한 165개국 가운데 러시아의 1인당 GDP는 1990년 33위였지만, 2013년 42위로 9계단 떨어졌다.

우크라이나는 같은 기간 55위에서 93위로 주저앉았다.

불가리아와 라트비아는 1계단, 루마니아는 4계단, 헝가리도 8계단 각각 하락했다.

1인당 GDP가 증가한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했다. 폴란드가 16계단 뛰어올라 45위를 기록했고 알바니아, 베라루스, 아르메니아 등이 1990년 이래 1인당 소득이 두배 이상 커졌다. 하지만 우크라이나와 조지아 등 이 지역 6개국의 경제사정은 더 빈곤해졌다.


▶경제성장 역사사건별 재구성=동유럽과 중앙아시아 경제는 연차대조를 통해서도 냉전 종식이후 더 악화됐다는 것이 증명됐다.

매디슨 프로젝트는 47개 국가를 대상으로 1939년(2차대전 발발), 1989년(베를린장벽 붕괴), 2010년(현재)의 경제상황을 비교했다.

그 결과, 불가리아는 1939년 46개국 중 36위에서 1989년 31위였다가, 2010년 30위로 소폭 상승했다.

옛소련 연방인 USSR은 27위(1939년)→26위(1989년)→34위(2010년)로 등락을 보였다.

역설적인 것은 1939~1989년 공산주의 체제 하에서 불가리아 평균 경제성장률이 미국을 능가했고, USSR의 경제성장률은 네덜란드를 넘어섰다는 것이다.

유고슬라비아 역시 1989년 이전 공산주의에서 상대적으로 더 부유했고, 유고와 슬라비아로 분리된 이후 더 빈곤해졌다.

헝가리만이 유일하게 공산주의때 더 빈곤한 국가로 분류됐지만, 냉전종식 이후 소득순위 하락은 면치 못했다. 


▶공산주의 경제 잘나갔던 이유?=초반 공산주의 경제는 잘나갔다.

2차대전 직후 경기확장 비법은 투자촉진으로 여겨졌고, 당시 동유럽 경제모델은 조건에 부합했다.

그러나 1989년 이후, 세계 경제가 개방과 자유, 탈규제를 추동력으로 성장하면서 공산주의의 개념과는 역행했다.

포스트 공산주의 국가의 ‘집단적인 성향’도 발목을 잡았다. 일부 국가는 가장 자유주의적인 정책을 썼음에도 불구하고 가장 저조한 성장률을 보였다.

실제로 폴란드는 보다 광범위한 개혁을 도입했고, 조지아는 개혁프로그램의 강도면에서 국제사회의 총아격이었다. 특히 조지아의 규제환경은 캐나다, 대만, 네덜란드보다도 더 유연했다.

하지만 이들 국가는 러시아의 개입주의로 균열을 보이면서 독립 때보다 더 궁핍해졌다.

▶공산주의 회귀가 답이 아닌 이유=포스트 공산주의 국가들의 당면 과제는 경제성장 둔화만이 아니다. 부의 분배의 문제는 더 심각하다.

지난 75년 동유럽 역사가 경제성장 이론에서 교훈을 줬다면, 그것은 사회주의를 선언한 국가는 비효율, 불평등, 부패의 독점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러시아 인구의 상위 20%는 전체 부의 소득의 34%를 점하고 있다. 가장 최근 숫자는 47%까지 치솟았다. 삶의 질은 떨어져 러시아의 기대수명은 최근 들어 공산주의 체제 마지막해 수준으로 회복했다.

그렇다고 해서 공산주의 체제로 회귀하자는 것도 어불성설이다. 가장 큰 이유는 엄청난 인적 비용 때문이다.

독재자 스탈린의 숙청과 기근, 노동수용소와 안보당국으로부터 기본권과 자유권을 유린당한 수백만명의 사람들의 희생이 너무 크다.

미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는 “GDP성장률은 인간의 진보를 측정하는 하나 척도일 뿐”이라며 “실패한 개혁과 개혁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되돌아 갈 수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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