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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술칼럼> WTF 조정원 호 11년, 온길과 갈길
[헤럴드스포츠=박성진 무술 전문기자]세계태권도연맹(WTF) 조정원 총재가 WTF 총재에 취임한 것은 2004년 6월이다. 그 후 조 총재는 2005년, 2009년, 2013년에 열린 총재 선거에서 모두 승리하면서, 2014년 현재까지 만 11년간 세계태권도의 중심에서 태권도를 이끌고 있다.

조정원 총재가 WTF를 이끌어온 지난 10여 년 간, 세계태권도계에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이러한 변화는 조 총재의 취임 초부터 예고된 것이기도 했다. 조 총재는 취임 직후 개혁위원회(Reform Committee)를 설치하며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

그 결과, 조직, 인적 구성, 경기 방식 등에 큰 변화가 있었다. 가장 큰 변화는 우선 태권도 경기에서 찾을 수 있다. 그 변화의 핵심은 전자호구였다. WTF는 2005년 전자호구특별위원회를 설치하며 적극적으로 전자호구를 태권도 경기에 도입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했다.

그 후 복수의 전자호구 업체들이 경쟁에 나섰고, 그 첫 번째 공인업체로 ‘라저스트’가 선정되기도 했다.

그러나 과연 전자호구가 실제 대회에서 사용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했을 뿐만 아니라 신뢰도에서도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던 상황에서 2008년 베이징올림픽에서 심판 판정에 대한 불만으로 선수가 심판을 가격하고, 결정된 판정이 오심으로 인정되어 뒤집히는 사건이 일어났고, 올림픽 직후 조정원 총재는 전자호구의 도입을 전격적으로 발표했다. 4년 후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는 전자호구에 의한 경기를 치르겠다는 것이었다.

이 발표 이후, 태권도 경기장에서 전자호구는 필수적인 것으로 자리를 잡았고, 경기의 양상 또한 전자호구에 따라 변화될 수 밖에 없었다.

일반호구가 사용되던 태권도 경기에서는 호쾌한 돌려차기에 의한 득점이 태권도 경기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것이었다. 그러나 전자호구가 도입되면서 부터는 정통 태권도 발차기라고 인정되지 않는 발차기들이 득점으로 연결되면서 태권도인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과연 저것이 태권도 경기이냐는 것이다.

전자호구 방식 태권도에 대한 이러한 거부반응의 중심에는 태권도 종주국을 자부하는 한국이 있었다. 2012년 런던올림픽을 앞두고, 한국은 올림픽에 선정된 전자호구(대도)에 충분히 적응하지 못했다.

그 결과 한국 태권도는 올림픽에서 금메달 1개, 은메달 1개라는 역대 최악의 결과를 얻었다. 바로 전 올림픽이었던 베이징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었던 것에 비해 너무도 초라한 성적이었다.

그러나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전자호구가 태권도 경기에 완전히 자리를 잡으면서, 또 그에 따라 경기 규칙이 바뀌면서, 한국 태권도는 더 이상 태권도의 종주국으로 자처하기에 민망한 상황에 까지 이르렀다.

조정원 총재는 WTF를 한국인에게 국한된 조직이 아닌 국제적인 스포츠 조직으로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인정을 받기를 원했다. 그러한 조 총재의 의지는 IOC 본부가 있는 스위스 로잔에 본부사무실을 두고, 사무총장을 스위스 국적의 장 마리 아예르를 임명하는 것으로 표출됐다.

공식언어로서 영어를 지정했다는 것 또한 이러한 WTF의 국제조직화에 연장선 상에 있다.

이러한 조 총재의 의지에는 찬반 의견이 교차했다. 한국어를 퇴출시키고 한국인을 홀대한다는 오해도 받았다. 그러나 조 총재의 의지는 견고했고 이러한 움직임은 한국에서는 비판을 받았지만 다른 나라의 태권도인들에게는 환영을 받았다.

한국이 세계태권도의 중심에서 멀어지게 되면서 상대적으로 WTF를 중심으로 하는 세계태권도의 주류로 부상한 것은 유럽이다.

지금은 오히려 유럽에 힘의 균형이 편중되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우선 주요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물들이 대부분 유럽인들이라는 점이 지적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사무총장(장 마리 아예르/스위스), 경기위원장(필립 부에도/프랑스), 심판위원장(샤키르 첼바트/스웨덴) 등 유럽 3인방이다.

장 마리 아예르 사무총장은 현재 태권도 경기를 동영상화해서 잘 알려진 다트피쉬 출신이다. 장 마리 총장은 한국에 대한 견제 의식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WTF 로잔 사무실과 성남 사무실 간의 불협화음의 중심에 있는 것이 바로 장 마리 사무총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필립 부에도 경기위원장과 샤키르 첼바트 심판위원장은 국제 대회에서 태권도 경기장에서 항상 보여지는 콤비와도 같다. 그러나 너무 같은 사람이 오랜 기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는 점에서는 향후 우려의 목소리도 없지 않은 상황이다.

조정원 총재가 지난 10년간 외쳐왔던 것은 ‘공정한 태권도’, ‘재미있는 태권도’ 였다. 일단 공정한 태권도의 측면에서 보자면 개선이 이루어진 것이 사실이다. 전자호구와 즉석비디오리플레이의 도입으로 판정에 대한 시비는 거의 사라졌다. 물론 그것이 완벽해서가 아니라, 우리쪽이나 상대쪽이나 같은 상황이라는 점을 선수들이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이기는 하지만, 어쨌건 판정에 대한 시비는 많이 사라진 것이 사실이다.

남은 문제는 ‘재미있는 태권도’다.

어차피, 조정원 총재가 바라보고 있는 것은 무도로서의 태권도가 아니라, 올림픽스포츠로서 미디어와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태권도다.

그래서 경기 득점에 대한 비중이 고난이도 발차기에 높은 점수를 주는 방식으로 변해왔고, 도복을 경기복이라는 명칭을 통해 획기적인 변화를 추구하고 있기도 하다.

그러한 시도들은 물론 의미가 있는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점 한가지만을 지적하면서 글을 맺기로 한다. 그것은 대중 스포츠가 가져야 하는 가장 기본적인 원칙, 바로 단순성과 명확성이다.

태권도 경기는 누구나 알고 있는 것처럼 발차기 공격을 주로 해서 상대를 이기는 스포츠다. 그렇다면 그 발차기 공격이 상대에게 유효하게 적중된 것이 태권도를 잘 모르는 일반적인 대중에게도 쉽게 이해가 되어야 한다.

축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의 하나는 그 룰의 단순성이다. 누구나 골인이 되면 동시에 환호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태권도는 발 공격이 상대의 몸에 맞아도 과연 그것이 득점으로 되었는지 아닌지를 바로 알 수가 없는 시스템이다. 갑자기 득점이 올라가면 왜 그것이 득점이 되었는지 쉽게 이해가 가지 않는 경우도 흔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문제의 핵심에는 전자호구가 있다. 현재의 WTF는 득점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다. 태권도 경기 규칙에 따라 정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자호구에 따라서 득점의 기준이 따라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래서 득점이 이해가 잘 되지 않고, 대중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경기가 잘 나오지 않고 있다.

대중스포츠로서 ‘재미있는 태권도’가 되기 위해서는 이러한 문제들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 WTF 조정원 총재는 런던올림픽에서 ‘공정한 스포츠로서의 태권도’라는 토끼를 잡는데 성공했다.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에서 잡아야 할 것은 ‘대중이 재미있게 볼 수 있는 태권도’라는 토끼다. 그 점이 태권도가 향후 올림픽 스포츠로서 계속 살아남느냐 아니냐를 결정하게 될 것이다. 

kaku616@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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