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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팀 막내일지②> 20대는 봉입니까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2014년 11월 9일>

#. 새누리당이 내놓은 공무원연금 개정 법안을 들여다 봤다. 자세히 보니 ‘차별’이 있었다. ‘기존 재직자’와 ‘2016년부터 취업하는 공무원’ 사이의 차별이다. 다시 말해 이 둘은 공무원이 되고 같은 기간 일해도 받는 연금이 다르다. 연금을 지급하는 비율을 다르게 정했기 때문이다.

그럼 누가 더 연금을 적게 받을까. ‘2016년부터 취업하는 공무원’이다. 재정부담이 미래의 공무원에게 더 돌아간다는 의미다. 새누리당 지도부는 이 법안을 지난달 국회에 제출했다. 새누리당 의원 전원이 이 법안에 서명을 했다.

#. 이대로는 형평성 문제가 있었다. 그래서 법안을 만든 의원에게 물었다. 미래 공무원과 기존 재직자 간 ‘차별’(연금지급률 차이)을 둔 이유가 뭐냐고. “철학의 차이”라는 답이 돌아왔다. 철학이 무엇이냐 했다.

“2016년부터 취업하는 공무원은 연금 덜 받는 걸 알고도 취업하려는 거잖아.”

그의 말을 뒤집어보면 ‘알고 지원하니까 더 많은 손해를 봐도 된다’는 얘기가 된다. 지난해 취재차 서울 동작구 노량진 구석구석을 누비던 기억이 떠올랐다. 정중동(靜中動)의 긴장이 흘렀던, 고요한 동네. ‘그래, 20대가 약자지 뭐…’ 짧은 한숨이 났다. 미래를 짊어질 20대는 힘이 없다.


#. 예상대로다. 미래의 공무원은 지금도 말이 없다. 재직자가 감수해야 할 부담까지 더해졌는데도 말이다.

말이 많은 편은 재직자다. 궐기대회도 가졌고 김무성 대표와 (30분만에 끝장난) 끝장토론도 했다. 요구사항도 내놓았다. 새누리당 당사 앞에서 매일 시위도 하고 있다. 국회에서 법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목소리가 반영될 여지가 남아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표 떨어질 일”이라며 내심 떨고 있는 게 또 국회의원이니까.

그런데 2016년부터 취업하는 공무원은 조직도 없고 대표도 없다. 반대 시위는 무슨. 허겁지겁 끼니 때우고 책장 한 장 더 들여다 보기 바쁘다. 퇴직 이후의 삶은 상상도 못해봤다. 당장 ‘취뽀’(취업뽀개기)가 걱정이다. ‘기존 재직자’와 ‘미래 공무원’이 부담을 같이 나눠야 한다는 지적이 있을 법만도 한데, 국회의원도 무관심한 눈치다. 학계에서만 그 지적이 나온다.

#. ‘하긴 해야 하는데….’ 공무원연금 제도에 손을 대야 한다는 정치권의 고민을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다. 해야 한다. 그런데 잘 해야 한다.

처음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왜 기존 재직자와 2016년부터 취업하는 공무원 간 ‘차별’을 뒀을까. 글이 길어졌으니 짧게만 덧붙여 본다. 미래의 공무원은 조직적으로 시위를 못한다. 협상에 나설 대표도 없다. 그리고 모든 세대를 통틀어 가장 정치권에 무관심하다. 20대 투표율을 보면 된다. 국회의원이 벌벌 떨 이유가 없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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