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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청도 돈봉투 살포’, 청도서장 주도로 한전ㆍ시공사 움직였다
-경찰, 돈봉투 자금 출처 시공사 비자금 13억9000만원 확인
-시공사는 한전 대구경북지사 직원들에 3300만원 뇌물도



[헤럴드경제=김기훈 기자] 한국전력 대구경북지사가 송전탑 건설에 반대하는 경상북도 청도 주민들에게 돈 봉투를 돌린 사건은 이현희 전 청도경찰서장의 기획 아래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이 전 서장이 반대주민에게 전달한 1700만원의 자금줄은 시공업체 S사가 횡령한 비자금이었으며 시공업체가 한전 지사 직원 10명에게 3300만원의 뇌물을 건넨 사실도 추가로 밝혀졌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과는 이 같은 내용의 ‘청도 돈봉투 살포 사건’ 수사 결과를 9일 발표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 전 서장은 지난 8월 중순께 이모 한전 지사장에게 “반대 주민 치료비ㆍ위로금으로 3000만~5000만원을 지원해 달라”고 수차례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서장의 요청에 한전 지사 측은 처음엔 난색을 표했다. 송전탑 건설에 찬성하는 주민들과의 형평성 문제도 걸리고 이런 보상 선례를 남기는 게 부담이었다.

그러나 이 전 서장은 치료비ㆍ위로금을 지급하면 대치 상황이 해소될 것으로 생각하고 지난 9월 2일 100만원, 5일 500만원, 7일 1700만원을 지사장에게 요구했다. 지사장은 관할 경찰서장의 요청을 묵살할 수 없어 결국 S사로부터 돈을 받아 총 1700만원을 청도서장에게 전달했다.

이 전 서장은 경찰서 직원을 통해 이 돈을 반대주민 7명에게 100만~500만원 씩 전달하거나 전달하려 시도했다. 그는 “한전 지사에 강요한 것은 아니었고 한전 지사와의 협의에 따른 요청이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경찰 수사 결과 S사는 가짜 직원에게 급여를 주는 것처럼 꾸며 법인자금을 횡령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2009년부터 올 9월까지 S사 대표는 20여명의 가짜 직원에게서 미리 계좌를 받아 매달 1000만~2000만원씩 급여를 지급하는 방법으로 총 13억9000만원의 비자금을 조성했다.

또 같은 기간 한전 지사장 등 직원 10명에게 부임 인사, 명절 떡값, 여름휴가비 등 명목으로 100만~500만원씩 총 3300만원의 뇌물을 건네기도 했다.

아울러 경찰은 이 전 서장이 지난 8월12일 S사에 회식비를 요구해 현금 100만원을 받은 사실도 밝혀냈다. 이 전 서장은 복숭아 90만원 어치를 구매해 직원들에 나눠줬으며 10만원은 회식비로 썼다.

하지만 S사가 마련한 비자금 13억9000만원 가운데 한전 측과 반대주민들에게 건넨 돈을 제외한 나머지 13억3900만원의 정확한 사용처는 확인되지 않았다.

경찰 관계자는 “이들이 비자금을 모두 현금으로 출금해 골프를 치거나 밥을 먹는데 썼다고 진술하고 있어 수사를 확대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 전 서장을 직권남용 및 뇌물수수 혐의로 입건했다. 또 한전 지사장 등 직원 10명을 뇌물공여ㆍ뇌물수수 혐의로, 시공업체 대표 등 3명을 업무상 횡령 및 뇌물공여 혐의로 입건했다고 밝혔다.

kihun@heral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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