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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끝모를 엔低폭탄…“내년 경영계획도 못짤 판”
양적완화 종료 美·양적완화 확대 日
오리무중 환율, 수출 한국경제 직격탄
자동차 등 글로벌시장 가격경쟁력 타격
유로화 약세 등 삼중고…기업 속앓이



“엔저 추세야 어쩔 수 없다지만, 도대체 그 정도가 얼마나 될 지 가늠할 수가 있어야죠”

내년 사업계획을 짜고 있는 한 대기업 관계자의 하소연이다. 도대체 내년 사업의 기준이 될 환율 밴드를 어느 정도로 설정해야 할 지 감이 잘 잡히지 않는다는 뜻이다. 최근 환율 상황은 미국의 양적완화(QE) 종료와 함께 일본이 공격적으로 자국 통화 살포에 나선 결과라서 구조적으로 예상이 어렵다. 게다가 유럽도 일본을 따라나설 태세다. 요즘 기업은 품질과 생산성 경쟁이 아닌 환율 전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한다. 환율을 제대로 예측 못하면, 결국 글로벌 경쟁에서 고전을 면할 수 없는 게 우리 기업들의 현실이다.


한편에서는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생산기반이 어느 정도 갖춰진데다, 제품 품질경쟁력도 개선돼 자동차 등을 제외하면 환율민감도가 예전처럼 높지 않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달러 강세로 인한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 하락 추세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그건 경쟁국에도 같은 조건이다. 

글로벌 생산기반 역시 해외 경쟁기업들도 갖춘 조건이다. 게다가 제품 경쟁력에서 일부를 제외하곤 대부분 경쟁기업들이 비교우위에 있다.삼성전자와 현대ㆍ기아차, 현대중공업 등이 부진한 실적을 내놓은 데는 글로벌 라이벌들과의 경쟁에서 고전한 탓이 크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 기업의 경우 예전에는 엔저가 되도 한국 제품과 품질 경쟁력에서 자신이 있어서인지 수익성을 더 중요시해 이를 판매가격에 잘 반영하지 않았다”면서 “하지만 한국 제품의 품질이 크게 개선되면서 일본 기업들이 엔저효과를 가격정책에 적극 활용하는 모습”이라고 귀띔했다.

우리 기업들의 수준이 글로벌화되면서 비슷한 경쟁자들과 가격 경쟁이 오히려 더 치열해진 셈이다. 환율을 예측하고 이를 활용하는 전략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자동차 시장에서 극명하게 나타난다.

일본의 엔저 공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각국의 환율전쟁으로 환율 전망이 불투명해 기업들이 내년 경영계획 수립에 애를 먹고 있다. [헤럴드경제DB]

미국 자동차정보 사이트 에드먼즈닷컴 자료를 보면 닛산은 지난 4월 1563달러이던 인센티브(판매촉진비)를 지난 8월에는 2041달러로, 도요타는 연초 1593달러에 머물던 인센티브를 8월 1997달러로 각각 높였다. 반면 현대차와 기아차의 8월 인센티브는 각각 1650달러, 1613달러로 일본은 물론 미국 10대 자동차 업체 평균 2401달러보다 크게 낮았다. 특히 현대차의 인센티브는 지난 6월(1926달러) 보다 큰 폭으로 하락한 수치다. 그 결과는 4%대였던 현대차 미국 시장 점유율이 3%대로 추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기업들이 엔저 장기화 전망을 확신하며 수출 가격을 대폭 내리면 우리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은 사례다. 그런데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 조사 자료를 보면 우리 수출 상위 100대 품목과 일본 100대 품목 중 55개가 중복된다. 현대차의 미국 점유율 추락과 같은 현상이 다른 품목에서도 나타날 수 있는 셈이다. 원ㆍ엔 환율 뿐 아니다. 원ㆍ유로 환율도 전망도 문제다. 하반기 들어 지난 5일까지 달러화 대비 원화가치는 7.12% 절하됐다. 그런데 같은 기간 유로화 절하폭은 9.46%나 된다. 유럽도 경기부양을 위해 유로화를 찍어내고 있어 환율흐름을 가늠하기 어렵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 무역에서 대유럽이 차지하는 비중은 15%로 미국 (10%)이나 일본(8%)보다 높다. 최근 자동차와 사치품 등의 수입으로 대 EU 무역적자는 확대되고 있다. 유로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유럽 기업들과 경합하는 우리 기업들의 실적은 물론 우리나라 무역수지도 급속히 악화될 수 있다.

자동차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본과 독일 자동차 업체들은 한국시장에서 글로벌 경쟁기업을 견제하기 위해 적극적인데, 환율까지 도와준다면 이 같은 전략이 더 탄력을 받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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