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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서희 “UFC는 생지옥…무모하지만 큰 도전”
[헤럴드경제=조용직 기자]원래부터 뜨거운 피가 흐르는 여전사였다. 학창시절 그의 쏘아붙이는 눈빛을 제대로 쳐다볼 수 있는 이는 거의 없었다. 재야의 거물은 격투기 입문 뒤 불과 1년여 만에 한국 최강의 여성이 되었다. 여성파이터 함서희(27ㆍ부산 팀매드)의 가까운 과거 이야기다. 이미 그에게 아시아는 너무 좁다. 세계로 나가야 했다.

마침내 기회가 왔다. 그의 격투기 인생 최대의 기회를 잡았다. 세계 최대 규모 격투기대회인 미국 UFC(Ultimate Fighting Championships)과 1년6개월 4개 경기 출전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는 한국 여성 파이터중 최초이며, 아시아 여성 중에서도 일본의 나카이 린에 이어 두 번째다.

그의 소속팀 팀 매드가 이 소식을 전해오자, 그와 경기 출전 및 매니지먼트 계약을 맺고 있던 국내 대회사 로드FC는 곧바로 조건 없이 그를 자유계약선수로 풀어줬다. 우수한 선수를 보유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대의 명분을 고려해 내려놓은 것이다.

사진제공=로드FC

정문홍 로드FC 대표는 “아쉽다. 나의 욕심을 채우자면 잡아야 하겠지만 선수가 더 큰 경험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이라 생각한다”며 “함서희 선수가 더 성장해서 한국 격투기의 발전에 일조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선수 자원에 대해 이 정도 감정표현을 한 것은 이례적이라고 관계자는 귀띔했다.

함서희의 UFC 계약 소식은 그가 일본대회 딥 주얼스(DEEP JEWELS)에서 자신의 챔피언 타이틀을 방어한 다음 날인 지난 4일 들려왔다. 5일 귀국한 함서희는 담담한 말투로 “나이(한국나이 28세)를 감안할 때 이번이 아니면 안 된다고 판단해 계약을 결정했다”며 “험한 길이지만 위대한 도전에 나선단 생각으로 필사적으로 싸우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관계자에 따르면 함서희의 UFC 계약조건은 여느 남자선수들의 통상계약 이상으로 좋은 편이다. 보장된 대전료와 수당, 경기 수 등에서 상당한 대우를 받았다.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선 UFC가 내년 중 UFC 한국대회 개최를 예정한 데 따른 프리미엄도 어느 정도 감안된 것으로 보인다.

함서희 스스로도 ‘험한 길’이라고 했듯, 함서희를 지도하는 팀매드 코칭스태프는 “앞이 캄캄하다. 걱정돼 죽겠다”며 머리를 싸맬 준비를 하고 있다. 계약하기까지의 과정보다, 계약 이후 이제 어떻게 싸우느냐가 훨씬 더 어려우리란 예상 때문이다.

함서희는 일본에서도 아시아 최강으로 인정한다. 공신력 있는 격투기 사이트들은 그를 세계 2위로 놓는다. “어차피 세계로 나가긴 해야 했다”고 함서희 측이 말하는 이유다. 이런 평가대로라면 세계 최고의 선수들끼리 겨루는 UFC 무대에서도 그의 정상권 진입은 무난해 보인다.


그러나 체급 상의 문제를 떠안게 되면서 희망과 낙관보다는 걱정과 비관이 커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함서희는 일본 딥과 한국 로드FC에서 48㎏으로 활동했다. UFC는 이 체급이 없어 52㎏급에서 뛰어야 한다. ‘체중이 깡패’라는 설이 통용되는 체급별 경기에서 이는 엄청난 핸디캡이 된다. 물론 함서희도 체중을 불려 52㎏에 맞추면 되지만, 평소체중이 60㎏대인 선수가 경기에 맞춰 감량하고 내려올 것이 뻔해 체격과 힘의 차이는 좁히기 어렵다.

선수 자원이 빈약하고 경쟁도 심하지 않은 한국과 일본 여성 격투기는 감량하지 않고 평소 체중으로 경기하는 선수들이 많다. 송가연이 데뷔전을 앞두고 8㎏을 감량한 것이 오히려 이례적인 사례다. 반면 여성격투기 붐이 거세게 일고 있는 북미시장은 여성 선수들이 조금이라도 유리한 체격조건에서 싸우기 위해 10㎏ 가까이 큰 폭의 감량을 감행한다.

함서희의 딥 대회 출전을 주선해 온 CMA코리아 천창욱 대표는 “일본 역대 최강으로 꼽히는 후지이 메구미도 커리어 후반 북미에 진출해선 근소한 차의 패배를 많이 당했는데, 체중과 체격에 따른 힘의 차이 때문이었다고 토로했다”며 “함서희 역시 힘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양성훈 팀매드 감독은 “서희가 초기에는 54㎏ 경기도 한 적이 있지만 UFC에선 사정이 다르다. 이 체급에 투입될 TUF(선수선발 리얼리티 프로그램) 출연자들도 모두 쟁쟁한 기성 프로파이터이고 체격이 크다”면서 “기술적으로나 타격으로는 충분히 해 볼 만 한데 이런 데서 오는 힘의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가장 고민된다”고 털어놨다.

함서희는 이르면 올해 연말, 늦어도 내년 봄 첫 출전할 가능성이 높다. 그 때까지 우선 평소 체중을 현재 52㎏에서 50㎏ 후반대로 불려야 한다. 웨이트 트레이닝은 필수적이다. 157㎝의 단신은 더 어쩔 수 없다. 170㎝ 안팎의 선수들과의 싸움은 각오해야 한다.

함서희는 “나이가 많고 체격이 불리한 것은 더 많이 뛰어서 극복해야 한다”며 “매 경기 모든 것을 건다는 심정으로 싸우겠다”고 다짐했다. 

/yj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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