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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플&데이터> ‘김태호의 무리수’…명분 없는 사퇴, 명분 없는 번복

[헤럴드경제=이정아 기자] 새누리당 김태호 최고위원의 ‘뜬금 사퇴’는 시작부터 어색했다. 지난달 23일 오전 새누리당 비공개 회의 때다. 회의가 끝나고 20여분쯤 지난 다음에야 누군가 “아, 그런데 김 최고위원 사퇴한다고 하지 않으셨나요?”라고 말했다. 그제서야 김무성 대표 등도 김 최고위원에게 “왜 사퇴를 하시냐”고 물었다. ‘사퇴 발표’ 조차 당내에서 관심을 덜, 또는 못 받았던 셈이다.

기자들은 그에게 거듭 질문했다. ‘왜 사퇴하느냐’가 핵심이었다. 납득할만한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김태호 최고위원은 이후 사퇴의 이유에 대해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명이 안 됐다. 경제활성화 법안이 국회에 장기 계류된 건 하루 이틀 얘기가 아니었다. 게다가 11월 국회도 있다. 향후 법안 처리 시간도 있다는 의미다.

다음날엔 사퇴 이유가 바뀌었다. 김 최고위원은 “개헌의 씨앗을 살리기 위해 사퇴를 결심했다”고 했다. 여의도에선 더욱 아리송한 발언으로 이해했다. 개헌을 위해 몸을 던지겠다는 의미인지, ‘상하이 개헌 발언’으로 파동을 빚은 김무성 대표를 겨냥한 발언인지 메시지가 불분명했다. 국회의원에게 ‘사퇴’란 정치적인 명분을 얻기 위한 마지막 승부수인데, 명분도 메시지도 ‘아리송’했다.

때문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최고위원이 정말 국회의 무능과 직무유기에 항의를 하고 싶었다면 최고위원직이 아니라 ‘의원직’을 던졌어야 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김 최고위원의 사퇴 발언 이후 계속해서 ‘뜬금없는’이란 수식어가 따라붙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란 지적이다.

비아냥도 많았다.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MBC 무한도전 김태호 PD에 버금가는 인지도를 얻기 위해서”라는 농부터 “재외공관 국정감사를 다녀오느라 국내정치 감을 잃어서”라는 조롱이 쏟아졌다. 전격적인 그의 행보를 두고 ‘김태호의 난’이라는 말이 나왔지만 벌벌 떠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김태호의 무리수’에 가까웠다.

오히려 김 최고위원을 ‘도구’로 이용하려는 일부 세력이 작당모의를 한다는 얘기가 암암리에 전해졌다. 김 최고위원을 따라 친박(親朴)의 서청원ㆍ이정현 의원이 최고위원직을 동반 사퇴하게 되면 새누리당은 전당대회를 다시 치러야 한다. ‘김무성 체제’ 흔들기에 김 최고위원이 ‘불쏘시개’가 될 수 있다는 해석이었다.

안타깝게도 ‘김태호의 무리수’는 13일만에 끝났다. 사퇴 의사를 밝혔던 그가 4일 이를 번복하면서다. 당직 사퇴를 던진 마당에 그나마 김 의원 본인이 살 길은 자신의 발언을 지키는 일이었어야 했다. 친박과 비박 사이에서 정국의 향배를 결정하는 ‘카드’로 남겨졌어야 한다는 의미다.

dsu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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