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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기만도 못한…이렇게 살아 뭐하나…
아파트 경비원…그들의 분노가 들리는듯
우리도 국가발전 산증인
새끼들 공부시키느라…
늙어서 이렇게 비참한 생활

새벽 순찰돌고오면 잠도 안와
그나마 경비실 불켜놓으라니
돼지도 잘땐 불 꺼주는데…



“밤 12시부터 새벽 4시까지 휴게시간에 순찰을 돌라 하고, 잠은 밖에서 볼 수 있게 경비실 내 전등을 켜놓고 자는 모습 노출시키라고 한다. 개, 돼지도 잘땐 불 꺼주는데….”, “우리도 이 나라 발전의 산증인들인데 어쩌다 새끼들 공부시키느라 모기 목숨보다 못한 이 직업으로 생활하게 됐다. 선거 때만 되면 자기를 찍어 달라고 하는 그 위대한 분들에게 엎드려 부탁하노니, 이런 비인간적 환경을 모른체 말아달라.”

지난 2012년 7월 서울 노원구청 홈페이지 게시판에 한 아파트 경비원이 올린 글의 일부다. 제목은 ‘우리도 행복도시의 일원인가’이다. 이 경비원은 “이 상담문(올린 글)을 근무처에 알리면 즉시 해고할 가능성이 99%”라며 글을 맺는다. 구청의 답변도 올라왔다. “우리구 아파트 관리사무소장에게 경비원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노력해줄 것을 공문으로 보내겠다.”

2년이 지난 2014년 11월, 그러나 노원구의 그 경비원은 물론 나라 전체 아파트 경비원들의 슬픔은 걷히지 않고 있다. 열악한 환경은 2년전과 비해 별반 달라지지 않았고, 언제 해고될지 모르는 불안감은 여전하다. 특히 내년 1월1일부터 경비원들이 최저임금제 100% 적용을 받고, 이에 아파트 관리비 인상이 예고되면서 해고대란에 대한 걱정도 태산같다.

만난 경비원들은 한결같이 힘들어했다. 노원구 H 아파트의 경비원 A(68) 씨. 평생을 바친 회사에서 퇴직 후 사업들이 잘 안풀리자 4년 전 아파트 경비원 생활을 시작했다. 경비원들의 휴게시간은 무급이다. 하지만 A 씨는 밥을 먹다가도 주민들에게 택배를 내어주고, 야간 휴게시간엔 경비실의 불을 켠 채 쪽잠을 자다 순찰을 돌아야 한다. “새벽에 한 시간 순찰 돌고오면 잠도 안 와.”

A 씨는 왜 무급 휴게시간에 일을 해야하는지 아직도 잘 모르겠다고 한다. 그는 지난 8월 조금 낯선 계약을 맺었다. 원래 1년 단위로 맺던 근로계약이 올해는 8월1일부터 12월31일까지, 5개월 계약으로 바뀌었다. 이유를 물어봐도 모른단다. 해고당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따질 수도 없었다. “정부에서는 우리 사정 다 알거야. 안 바뀔거야. 경비원들이 매일같이 유서쓰고 자살하지 않는 이상은…”이라며 A 씨는 깊은 한숨을 내뱉었다.

중랑구 S 아파트의 경비원 최모(70) 씨 역시 그렇다. 얼마전 노원구의 한 주공아파트 단지에서 해고된 최 씨가 다시 일을 시작하는데는 한 달이 걸렸다.

“아파트 경비원이 개인 심부름해주는 사람은 아니잖아요. 근데 동대표나 부녀회장, 감사 등이 개인 일 시키는 걸 안해서 밉보이면 목이 잘려요”. 최 씨도 전 직장에선 그렇게 해고됐다고 믿고 있다.

“밥먹을 자리 알아보지도 못하고 갑자기 잘려서 한달은 놀았지. 아들은 사업이 망했고, 아내는 약으로만 사는데 거의 누워있어. 이런 얘기도 아내랑 자주 해. 이렇게 살아 뭐하나, 그냥 죽어불고(버리고) 싶다고”.

말을 마친 최 씨는 잠시 눈을 감았다. “난 앞으로 1~2년 더 할지 모르겠지만, 후배들은 이러지 말라고(인터뷰 하는거다). 신문에 자꾸 나면 조금이라도 괜찮아질거 아녀?”라고 말하는 최 씨는 월남전 참전용사 출신이다.

배두헌 기자/badhone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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