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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국회, 특권 내려놓고 국민소환제까지 도입해야”
'사회자본'〈social capital〉 확충해야 4만$ 가능하다 <6>국회 혁신, 신뢰도 제고방안-좌담회
제재 안받고 스스로 월급 정하는 국회
불신 조장·갈등·반목 재생산 반성해야
효율성 겸비한 정당한 선거제도 필요

감사원 국회로 옮겨 정부기능 감시하고
정치인들 먼저 ‘모럴 퍼스낼리티’ 실천
국민 신뢰부터 쌓아 ‘인간국회’ 완성을


‘정치’는 ‘나라를 다스리는 일’이다. 더 구체적으로는 ‘국가의 권력을 획득하고 유지하며 행사하는 활동으로, 국민들이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게 하고 상호 간의 이해를 조정하며, 사회 질서를 바로잡는 따위의 역할을 한다’고 돼 있다. 그러나 이는 어디까지나 사전적 의미다. 현실은 어떤가. 우리 사회를 통틀어 정치는 개혁 1호감이다. 정치의 본산, 국회는 제기능을 상실한지 오래다. 이에 헤럴드경제는 현대경제연구원과 공동으로 마련한 연중 기획시리즈 ‘사회자본(social capital) 확충해야 4만 달러 가능하다’의 여섯번째 좌담회 주제로 ‘국회신뢰도 제고방안’을 택했다.

연중기획 여섯번째 좌담회 참석자들. 장달중 교수, 원혜영 위원장, 김문수 위원장, 하태형 원장(왼쪽부터)이 국회 신뢰도 제고를 통한 사회적 자본의 확충 방안에 대해 토론하고 있다. 김명섭 기자/msiron@heraldcorp.com

사회 :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

▶하태형 현대경제연구원장(사회자)=앞서 다섯 차례 좌담회를 통해 법과 제도, 경제주체, 공동체, NGO 분야 등에서의 사회자본 확충 방안을 논의했습니다. 이번에는 국회 차원에서 그 방안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대의민주주의에서 국회는 곧 민심입니다. 하지만 현재 국회에 대한 국민 불신은 극에 달했습니다. 이유가 뭘까요.

▶장달중 서울대 정치외교학 명예교수=국회가 제 역할을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입법이 아니라 사회통합입니다. 입법은 정부가 주도하고 있기 때문이죠. 국회는 정부의 활동을 감시하면서 논쟁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국민의 정치적 관심을 집중시켜 국민의견을 결집시켜야 합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는 충돌의 장으로 변모했어요. 정치적 냉소감만 자아내고 있습니다.

▶하 원장=‘국회는 입법보다 통합의 기능이 중요하다’는 말씀이 가슴에 와 닿습니다. 현직 정치인들도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특별위원장=국회가 부패했기 때문입니다. 부패한 사람에게 면책특권 등 헌법적 특권이 남용ㆍ오용되는 것에 대해 국민들의 분노가 큽니다. 국회의원이라고 제재도 안 받고 월급도 스스로 정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을 겁니다.

▶원혜영 새정치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장=공감합니다. 사회자본은 결국 신뢰의 확충인데 신뢰생산의 원천이 돼야 할 정치권이 불신을 조장하고 갈등을 확대 재생산하고 있습니다. 정치권 내부에서 뼈아프게 반성해야 합니다.

▶하 원장=너무 부정적이지 않나요(웃음). 국회가 국가발전을 위한 역할도 했을 텐데요.

▶장 교수=물론이지요. 국회가 없었으면 민주화는 어려웠을 겁니다. 국회는 정당과 함께 과거 독재에 대한 저항의 산물이죠. 치열했던 민주화 투쟁의 현장으로 국민주권의 위대함이 어려있습니다. 하지만 그 치열했던 민주화 투쟁의 ‘다이나미즘(활력)이 이젠 의회정치의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하 원장=불신의 국회가 다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김문수 위원장=국회 스스로 특권을 인식해야 합니다. 너무 만연돼 특권인지조차 모릅니다. 성찰과 혁신을 통해 그걸 내려놓아야 합니다. 특권은 그 누구도 손 못댑니다. 국회의 자기입법권 때문이죠. 의원 스스로 할 수 밖에 없어요. 특권을 내려놓는 방법은 과도한 권한을 내놓고 외부 심판을 받자는 겁니다. 세비책정, 윤리문제, 선거구획정 등 모두 해당됩니다.

▶원혜영 위원장=국회 내부에서의 개혁도 가능합니다. 내년에 선거도 없고 여야 모두 패권을 가진 대권후보도 없어 국회혁신의 좋은 찬스입니다. 여야 혁신방안도 입법과정을 거쳐야 하는 만큼 합의는 필수입니다. 한쪽에 치우신 혁신안 주장은 쉽지 않을 겁니다.

▶하 원장= 각자 좋은 혁신안이 있습니까.

▶김문수 위원장=불체포 특권포기, 공직선거후보자의 출판기념회 금지, 무노동 무임금 등에다 겸직금지 강화, 국회윤리특별위원회 운영 강화, 보스식ㆍ 밀어주기식 공천제도 개혁 등을 추진할 겁니다.

▶원혜영 위원장=저는 소신껏 떳떳하게 의정활동하기 위해서는 세비는 어느 정도 있어야 한다고 보는데요(웃음). 기득권 내려놓기도 잘 분별해서 결정할 사안입니다. 모두 줄이고 없애는 게 능사는 아니죠. 기득권 축소가 공공성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도 따져볼 일입니다. 일 안하는 의원 줄이자고 해서 막 줄이면 대의민주주의가 축소되고 행정부 견제도 부실해집니다.

▶장 교수=회의적인 시각이 많은데 두 분 말씀 들으니 기대가 큽니다(웃음). 저는 정치제도를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우선 선거제도가 문제입니다. 1987년도 헌법은 고도로 발전한 지금에 맞지 않습니다. 현재는 승자독식의 양당제인 소선거구제인데, 독일식의 소선거구 비례대표 융합제를 병용해야 합니다. 다당제ㆍ 합의적 의회제도를 가진 나라들이 정치적으로 안정되고 경제적으로도 뛰어납니다. 물론 국민통합도 잘되고 있고요. 독일, 오스트리아가 좋은 예입니다.

▶김문수 위원장=선거제도부터 고칠게 참 많죠. 하지만 선진제도를 들여온다고 이상적인 나라가 된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정치는 그 나라의 역사나 문화가 깃들여있고 몸에 맞는 토착성이 중요합니다. 우리는 66년 헌정사에서 우여곡절 끝에 9번째 헌법을 만들었습니다. 제도의 변경은 경험과 국민적 합의가 반영돼야 합니다.

▶원혜영 위원장=그런 의미에서 저는 급진적인 제도개혁보다는 현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부터 바꿨으면 합니다. 여야가 독점하고 있는 국회도서관장 자리를 외부에 내놓는 겁니다. 추천위원회 열어 정말 실력있는 사람이 앉을 수 있도록 말이죠. 의회민주주의 정착을 위한 근본대책은 절대적인 대통령우위구조를 바꾸는 겁니다.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 확충은 우리의 다양성을 포용해낼 수 있는 제도로, 절대적인 대통령을 견제하기 위한 필수제도라고 생각합니다.

▶장 교수=공감합니다. 앞서 지적한대로 오늘날 국회의 입법기능은 거의 정부가 쥐고 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의회가 살아나기 위해서는 국가기관에 의한 정책결정의 선점현상을 막아야 합니다.

▶김문수 위원장=저는 국회선진화법이 되레 국회의 불신을 조장하고 있다고 봅니다. 이 법이 제정되면서 과격한 ‘동물국회’ 대신 ‘식물국회’가 등장했습니다. 과격한 맹수는 징계하면 되지만 일 안하는 의원은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원혜영 위원장=전 좀 생각이 다릅니다. 국회선진화법이야 말로 의회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있다고 봅니다. 의결방식이 51%찬성에서 60%찬성까지 높아지면서 대화와 타협의 요소가 강화됐습니다. 식물국회 문제를 국회선진화법과 연결시키는 건 맞지 않다고 봅니다. 일 안하는 문제는 구체적으로 국회 상임위별 소위원회를 활성화해 분야별로 전문성 키우고, 감사원을 국회로 옮겨 정부의 기능을 체계적으로 뜯어볼 수 있도록 하면 해결될 수 있습니다.

▶하 원장=국회 불신 이유 중 하나가 정치인들의 막말입니다. 튀는 말 하면 언론이 부각시켜 주니 더 그럴까요. 막말하는 이유와 존경받는 정치인이 될 수 있는 방안은 뭐가 있을까요.

▶장 교수=정치 쪽 현상만은 아닙니다. 사회 전체가 그렇습니다. 원색적인 용어를 써야 주목합니다. 종합편성채널이 걱정됩니다. 편향적인 시각과 원색적인 말들이 난무합니다. 언론인 출신 정치인들이 많이 나오더군요. 대대적인 캠페인을 통해 인식의 대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또 사회를 이끌어갈 주도세력, 엘리트의 전형도 바로잡아야 합니다. 지금은 우리사회의 모범인 도덕적 인격인 ‘모럴 퍼스낼리티(moral personality)‘의 실체가 없습니다. 이것을 정치인들이 주도해줘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정치인과 국회에 대한 신뢰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김문수 위원장=맞습니다. 그 외에 당론도 최소화해야 합니다. 보통 정치인들이 당론을 통과시키기 위해 소리 지르고 막말하거든요. 대변인도 없애야 합니다. 대변인이 왜 필요합니까. 요즘 험악하고 극단적인 표현만 생산해내는 것 같습니다. 마지막으로 외부에 윤리위원회를 둬 막말 정치인에 대한 확실한 제재를 내리게 해야 합니다. 그래야 식물국회가 ‘인간국회’가 됩니다(웃음).

▶장 교수=당론을 약화시키면 정치가 됩니까. 우리국민들은 선거 때 인물도 보지만 당을 보고 지지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원혜영 위원장=두 분 말씀 모두 맞습니다. 두 분 의견의 절충이 곧 제 의견입니다. 당론의 원칙과 최소화의 범위를 정해야 합니다. 과격한 당론은 돌격대, 행동대일 뿐입니다. 윤리규정도 세분화해야 합니다. 윤리규정의 메뉴얼화가 필요합니다. 미국은 국회의원 윤리규정을 다룬 책자 분량이 한권이나 됩니다. 그만큼 구체적이고 명확해 적용과 효과 측면에서 뛰어납니다. 반면 우리는 단 1장뿐입니다. ‘안 걸리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만연돼있고 여야간 시빗거리로 밖에 활용되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하 원장=개인적으로 우리나라 정치인들 보면 유머가 없다는 생각이 많이 듭니다. 최근 니콜라 사르코지 전 프랑스 대통령을 만났는데 부유세 80%를 주장하는 피케티 교수에 대한 생각을 물어봤죠. 그랬더니“프랑스인들의 병폐는 자기나라가 못하는 걸 수출하는 경향” 이라고 했답니다.(좌중 웃음). 모쪼록 오늘 토론 내용대로 국회의 품격이 높아지고 국민 모두가 국회를 믿고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정리=황혜진기자/hhj6386@heraldcorp.com


토론자 3인의 키워딩

장달중 서울대 명예교수(정치외교학과)
작금의 국회는 기능과 정통성을 의심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국회가 자살할 것’이라는 조크가 나돈다. 과거 대통령에 의한 권력탄압이나 여타 다른 원인이 아니라 국회 스스로의 과도한 행동이 빚어 낸 상황이다.국회의 입법기능은 사실상 정부가 주도하고 있어 국회는 통합기구 성격이 중시된다. 또 대표기구이자 심의기관이라지만 지금 국회는 단순한 투표기계(voting machine)라는 인상이 짙다. 본질을 벗어난 국정절의가 문제다. 서강대교에 ‘개xx다리’라는 별칭이 붙었다. 국회 출석한 국무위원들이 돌아오는 길에 이 다리를 타게 되면 내뱉는 욕이라는 것이다. 국회가 바뀌려면 승자독식의 소선거구제를 우선 바꿔야 한다. 독일 소선거구 비례대표 융합제(병립제가 아님)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 제왕적 대통령제의 폐해를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개헌이 필요하다. 국회가 정치가를 길러내는 훈련장으로 기능해야 제대로 되는 것이다. 국회 신뢰회복은 시급한 과제다.

김문수 새누리당 보수혁신위원회 위원장
정치 불신이 심각하다. 일은 안하고 특권만 누린 때문이다. 정치가 국민을 걱정해야 하는 데 그 반대다. 세월호법을 볼모로 국회가 장기간 올 스톱된 것이 단적인 예다. 국회 선진화법을 만들었지만 되레 식물국회가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말았다. 정치의 한계다. 이제는 스스로의 문제를 덮고 헌법을 탓하며 개헌정국을 조장고 있다. 이제 보수가 정치개혁에 나서겠다. 보수는 한강의 기적을 주도해 왔으면서도 남북갈등, 남남갈등 속에서 정체성의 혼란을 빚고 있다. 보수가치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혁신가치를 접목시켜 지속가능한 보수 정체성을 확립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특권 내려놓기부터 하겠다. ‘제로 섬 정치를 덧셈 정치로 전환하기 위해 투명성 확보가 시급하다. 2015년 세비동결, 출판기념회 금지, 무임금 무노동 등 기존 추진과제 외에도 겸직금지 강화, 선거 및 공천제도 개혁 등이 있다. 보수 혼자하기 보다 진보를 추구하는 야당과 협의를 통해 풀어갈 것이다.

원혜영 새정치민주연합 정치혁신실천위원회 위원장
2000년 이후 해마다 통과된 법안보다 폐기되거나 부결된 법안이 더 많다. 서민경제에 도움이 될 리 없다. 부동산 가격은 지속 상승했고 소득양극화는 심화되었다. 국회신뢰 제고는 당면과제다. 역량을 키워야 하는데 감사원의 국회이전을 다시 논의할 때다. 국가전략도 행정부 중심에서 국회중심이 옳다. 여야 합의의 전략이 정권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추진될 수 있다. 관료 중심이 아닌 국회 안에 ‘국가의제센터’를 설치하자. 그러자면 정치권이 변해야 한다. 특권의식이 늘 문제다. 몇 달 전 우리 당이 자체 조사한 바로는 국민의 99%가 국회의원의 특권과다를 지적했다. 특권을 없애라는 것이다. 선거구 획정과 세비결정은 국회가 아닌 중앙선관위나 외부 별도위원회에 맡겨야 한다. 또 재보선 원인을 제공한 정당은 후보를 못 내게 해야 한다. 또 국민이 온라인으로 청원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등 국민청원의 문턱을 낮추고 국회의원에 대한 국민소환제를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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