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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슈퍼리치-인사이드] ‘우주에 꽂혔다’…슈퍼리치는 이카로스?
[특별취재팀=권남근 기자]그리스 신화 중 태양을 향해 높이 날아오르다 날개에 있던 초가 녹아 바다로 떨어진 이가 있습니다. 바로 이카로스(Icaros)입니다. 아버지의 충고를 무시하고 너무 높게 날아오른 게 비극의 이유입니다. 이 때문에 이카로스는 어리석음과 과욕을 상징하는 인물이 됩니다.


버진갤럭틱 우주여행선 이미지


최근 이카로스와 비슷한 사건이 하나 발생했습니다. 영국의 상업우주여행사 버진 갤럭틱이 개발한 상업용 우주여행선 ‘스페이스십2’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의 모하비 항공우주기지에서 시험비행 도중 폭발했습니다. 조종사도 한명 사망했습니다. 버진 갤럭틱은 ‘괴짜 억만장자’로 불리는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이 추진하는 우주여행 사업입니다.

리처드 브랜슨


버진갤럭틱의 민간 우주관광 상품은 25만달러(한화 약 2억7000만원)의 거액을 지불하고 버진이 개발한 우주선 ‘갤럭틱 스페이스십’을 타고 2시간 정도 지구 상공 100㎞ 궤도를 비행하고 돌아오는 것입니다. 브랜슨 회장은 평소 이 사업의 성공을 장담해왔으며 자신과 자녀들이 가장 먼저 탈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여기에만 10억 달러(1조754억원)가 넘는 자금을 투입했습니다.

우주여행에는 브래드 피트, 앤젤리나 졸리 등 헐리우드 스타들를 비롯해 스티븐 호킹 박사 등 전세계 유명인 700여명이 미리 예약하기도 했을 만큼 인기를 끌었습니다.

사실 민간 전문가들은 버진 갤랙틱의 로켓 엔진이 안전하지 않을 수 있다고 수차례 경고해왔습니다. 하지만 우주여행에 대한 그의 의지를 꺾진 못했습니다. 이번 사고로 안전성이 정말 중요하다는 점은 확고해졌지만 우주여행에 대한 그의 야망은 여전히 살아있는 듯합니다. 브랜슨 회장은 사고 직후 언론에 “잘못을 파악한 뒤 만약 이를 극복할 수 있다면 계속해서 꿈을 안고 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버진 갤럭틱은 내년에 새로운 우주선을 보유할 것이라고 합니다. 이번 사고가 우주여행 사업을 접는 게 아니라, 실패의 자산으로 삼아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해석됩니다. 그는 열기구로 대서양을 건너다 제트기류에 휘말렸지만 바다에 뛰어내려 겨우 목숨을 구한 적도 있을 만큼 모험심이 강합니다.


엘론 머스크


사실 이카로스의 꿈은 리처드 브랜슨만의 꿈은 아닙니다. 전기차 테슬라모터스의 최고경영자(CEO)인 엘론 머스크 역시 ‘스페이스 X’를 통해 우주비행사업을 추진 중입니다. 현재 이베이가 갖고 있는 온라인 결제회사 페이팔의 창업주이기도 한 머스크는 페이팔을 매각하면서 번 15억달러(1조6131억원)의 대부분을 우주사업에 투자할 만큼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실제 유인우주선 ‘드래곤2 프로젝트’를 공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06년엔 우주 발사체 팰컨 1호를 쏘아 올렸고 올해 초엔 무인 우주선인 드래곤을 국제우주정거장(ISS)에 도킹시켰지요. 머스크는 50만 달러(5억3770만원)에 화성을 왕복 여행하는 그림까지 그리고 있습니다.

제프 베조스 아마존 CEO 역시 우주에 ‘미친’(?) 대표적인 슈퍼리치 중 한 사람입니다. 베조스는 2000년 민간 우주항공사인 블루오리진을 설립했습니다. 지난 9월엔 보잉과 록히드 마틴의 합작 기업인 ‘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와 계약을 체결해 로켓 엔진을 개발한다는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제프 베조스


국내에선 리처드 브랜슨이나 엘론 머스크, 제프 베조스처럼 우주여행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슈퍼리치는 없습니다. 정재은 신세계 명예회장이 한때 우주 여행에 관심을 보여 한국인 첫 우주인 선발 모집에 지원한 적이 있기는 합니다. 당시 정 회장은 “우주에 가면 하고 싶은 일이 너무 많다”며 “우주 정류장을 내 눈으로 꼭 한번 보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지요.

시간적으로 인간의 삶은 유한합니다. 지구라는 공간 역시 광활한 우주에서는 한점의 먼지에 불과할 뿐입니다. 지구에선 모든 꿈을 이룬(?) 슈퍼리치들이 이제는 무한과 미지의 세계에 대한 갈망에 끌려 우주사업으로 뛰어드는 것일까요. 지구에서의 도전과 성취가 우주로 그대로 이어질지 아니면 어리석음과 과욕의 상징인 이카로스가 될지 자뭇 궁금합니다. 아마 그 답은 미래의 어느 시점에 분명히 있을 것입니다.

happyda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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