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시사교양국 해체한 MBC, ‘보복성 인사’ 논란까지…
[헤럴드경제=고승희 기자] 지상파 방송사 KBS와 MBC 시사교양국 관계자들은 일찌감치 ‘시사 저널리즘’의 추락과정을 세 단계로 꼽았다. 그 첫 단계는 각사의 탐사보도팀을 비롯한 시사 프로그램을 줄줄이 폐지(MBC ‘후 플러스’ㆍ ‘김혜수의 W’, KBS ‘시사투나잇’ 등)함으로써 그 틀을 무너뜨리는 것, 두 번째는 정권, 기업 등 권력 비판 아이템을 채택하지 않는 것으로 프로그램을 무력화하는 것, 세 번째 단계는 유명무실해진 콘텐츠를 생산하는 시사교양국을 해체하는 것이다. 예정된 시나리오였을까. MBC는 최근 교양제작국을 해체하며 일선 PD와 기자들을 비제작부서로 인사조치했다.

MBC는 지난달 31일 시행한 인사발령을 통해 130여명을 전보 조치했다. 여기에는 ‘PD수첩’ 등 시사교양물을 제작하던 PD와 기자들이 제작과는 관계없는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2005년 ‘PD수첩’에서 황우석 논문 조작 사건을 파헤치며 영화 ‘제보자’의 모델이 됐던 한학수 교양제작국 PD는 사업부서인 신사옥개발센터로 이동했고, ‘PD수첩’ 팀장을 지낸 김환균 PD는 사업부서인 경인지사로 발령됐다. 전 노조위원장인 이근행 PD와 ‘PD수첩’에서 ‘미국산 쇠고기, 과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 등을 제작한 조능희 PD 등도 비제작부서로 인사조치됐다. 



‘보복인사’라는 내부 반발이 거세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와 MBC기자회(회장 조승원)는 인사 직후 성명을 발표했다.

먼저 MBC노조는 “‘교양 없는 MBC’ 조직 개편의 후속 인사는 밀실 보복 인사”라며 “조직 개편으로 신설된 조직들은 사측 마음에 들지 않은 기자들과 PD들을 솎아 내고 배제하기 위한 도구”라고 주장했다. MBC 기자회도 이번 인사를 ‘참혹한 인사’라고 꼬집었다. 특히“미래방송연구실과 통일방송연구소, 뉴미디어국, 시사제작1부 등에 배치된 기자 5명이 교육 발령을 받았다“며 이는 ”징계성 교육 발령”이라고 강조했다.

MBC는 이번 조직개편의 이유로 ‘미디어 환경 변화 대응 강화’ ‘수익성 중심 조직으로 개편’ ‘기능 조정에 따른 조직 효율화’ 3가지를 들고 있다.

‘수익성 중심’의 조직으로 개편한다는 입장이 뼈아프게 들린다.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해마다 방송3사를 통합해 30여편씩 방영되는 드라마나, 톱스타들이 총출동해 입담을 자랑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비한다면 매출 증대 측면에서 사측의 입장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콘텐츠다. 방송사의 최대 수익원인 광고 매출은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서도 하향세인데, 시사교양 프로그램은 말할 것도 없다. MBC의 경우 시사교양 프로그램의 화제성도 전무하다. ‘PD수첩’은 지난 여름 1000회를 맞았지만, 과거의 영광은 온데간데 없는 초라한 1000회로 시청자의 기억에도 남지 않았고, MBC 라디오 표준 FM의 ‘시선집중’은 청취율의 하락과 더불어 광고 매출은 반토막(37억원 격감) 났다.

이미 지상파 3사의 방송 다큐멘터리나 시사교양 프로그램들의 존재 의의를 찾기 힘들어진 때다. 그럴지라도 현장을 뛰던 PD들의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MBC가 수익성 중심의 조직으로의 재편을 위해 단행했다는 조직개편과 인사조치는 자체검열과 역할론을 동시에 고민할 수밖에 없었던 PD들의 마지막 희망마저 도려낸 처사이며,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겠다는 뜻으로 밖에 비치지 않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고삼석 상임위원은 지난달 31일 방통위 전체회의를 통해 MBC의 교양제작국 폐지 결정에 대해,“공익성을 포기하고 효율성과 수익성만 추구하는 개편으로, 방송광고 매출 감소와 같은 경영난 타개의 필요성을 고려하더라도 공영방송인 MBC의 위상과 책무를 포기한 개편”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번 조직개편에 관련해 MBC 바깥에선 ‘정권과 자본의 입맛에 맞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조직으로 MBC를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보도국 무력화에 이은 시사교양 축소 완결판’이라고 비판하고 있다”고 평가도 덧붙이며 방통위 차원의 논의를 촉구했다. 고 위원은 “공영방송 MBC의 위상과 역할은 정치적·사회적 합의로 만들어지고 작동되는 우리 사회의 ‘제도’다. 그래서 방송법의 규제를 받고, 방통위와 방문진(방송문화진흥회, MBC 대주주)의 감독을 받도록 돼 있는 것”이라며 “방통위 설치법과 방송법에 따른 방통위의 기본 책무는 물론, 지난 8월 발표한 (방통위) 정책과제에서 밝힌 ‘방송의 공적 책무와 공공성, 공정성 구현’을 어떠한 방식으로 실행에 옮길 것인지 깊은 고민과 토론이 필요한 상황이다. MBC를 이대로 방치하는 것은 방통위의 직무유기로, 방통위 차원의 적절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shee@heraldcorp.com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