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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BOJ, 양적완화 내부분열…아베노믹스 험로 예고
[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일본은행(BOJ)의 ‘핼러윈 완화’에 글로벌 금융시장이 화들짝 놀랐다.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BOJ 총재는 지난달 31일 시중 자금 공급량을 지금보다 10조∼20조엔 늘리는 추가 금융완화를 결정했다.

BOJ의 기습완화에 일본 엔화는 단숨에 달러당 112.47엔까지 하락했다. 이는 전일대비 3엔이상 하락한 것으로 2007년이래 최저치다.

JP모건 체이스는 돈줄 죄는 미국과 푸는 일본의 엇박자에 “내년 9월까지 엔화가 달러당 120엔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구로다 총재의 추가완화는 물가상승 목표인 2%를 확실히 달성하고, 소비세 인상에 따른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내년 10월부터 소비세율을 10%로 추가 인상할지 아베 신조(安倍晋三ㆍ사진) 일본 총리가 연내에 판단하는 것과 관련해 BOJ가 정지작업에 나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일본의 깜짝완화가 지난해와 같은 긍정적인 효과를 낼지는 미지수다. 가계와 기업 모두 추가 엔저를 찬성할 입장이 아니기 때문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엔화 약세로 기업의 원자재 조달 비용이 상승하고, 식료품과 일용품 가격까지 끌어올려 가계 지갑을 더 닫게 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 산케이신문 여론조사에서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에 대한 반대(47%)가 찬성(39%)을 처음으로 앞질렀다. 소비세 인상에 따른 수요 약화, 디플레 탈출 요원, 엔저불구 수출 둔화, 공적 지원 축소 등 아베 정부의 정책실험이 힘을 잃고 있고 있는 탓이다.

BOJ 내부에서도 불협화음이 감지된다. WSJ는 “이번 추가완화 결정을 놓고 이례적으로 5대 4로 표가 갈렸다”면서 “구로다의 BOJ가 향후 대응에서 어려움에 처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아베노믹스가 통화정책에 상당부문 의존하고 있는 만큼 BOJ의 내부분열은 치명적일 수 있다.

WSJ은 구로다의 깜짝 쇼가 ‘심리적 효과를 노린 것’이라고 풀이하면서 “일본은행 혼자만으로는 일본을 구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설상가상으로 일본의 정부 부채는 이미 지난 3월 1025조엔을 돌파했다. 나랏빚이 국내총생산 대비 4배에 육박한 것으로, 선진국 가운데 최악이다.

미국의 양적완화는 리먼쇼크라는 급성 질환에 대한 대담한 치료법이었지만, 일본의 양적완화는 장기 디플레이션이라는 만성질환의 대증요법으로 간주되고 있다. 일본 경제의 병세가 더 깊다는 의미다.

아베 정부의 구조개혁과 재정안정화 없는 ‘잃어버린 20년’ 탈출 전략이 아시아에 애먼 제2의 환율전쟁만 촉발시키지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천예선 기자/che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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