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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기대출 파문 모뉴엘…朴대통령 “희망 보인다”격려한 업체인데
[헤럴드경제=홍성원 기자]최근 돌연 법정관리를 신청해 파문을 일으키고 있는 가전업체 모뉴엘이 수 년간에 걸쳐 3조원대 허위수출을 한 혐의가 드러나 박홍석 대표 등이 구속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도 이 회사의 실상을 모른채 격려한 것으로 나타났다.

박 대통령이 모뉴엘 관계자와 만나 이 회사 제품 시연을 참관하고 격려한 건 지난 7월 23일 판교테크노밸리 공공지원센터에서 열린 ‘소프트웨어중심사회 실현 전략보고회’다.

한국이 IT 강국으로 지속 발전하기 위해선 소프트웨어 분야의 경쟁력 확보가 시급한 과제임을 알리고 이 분야에 대한 박 대통령의 각별한 관심을 보여주기 위해 직접 나선 자리였다.

박 대통령은 메인 행사인 전략 보고회에 앞서 10여분간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앞서 가고 있는 걸로 평가되는 업체의 제품이 전시돼 있는 곳을 둘러봤다.

박 대통령이 모뉴엘을 칭찬하고 격려한 건 이 자리에서다. 당시 모뉴엘의 A 이사는 박 대통령에게 시각 장애인이 영유아를 돌보는 데 필요한 장치인 ‘베이비케어 커뮤니케이터’를 설명했다. 울음소리로 아이의 감정을 느낄 수 있게 만든 것으로, 시각장애인 부모가 손목시계 모양의 기기를 손목에 차면 진동 세기에 따라 아이가 무엇을 원하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고 A 이사는 말했다.

박 대통령은 “(아이가) 배가 고파서 우는지 (손목에 찬 기기에 나오는) 색깔에 따라 알 수 있는 거군요”라며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나”고 관심을 나타냈다.

A 이사는 이에 “사내에서 아이디어 회의를 많이 한다. 그때 얘기가 나왔었다”며 “제품 성공 가능성이 없다고 봤는데 이런 제품이 나와야 한다고 사장님이 얘기했다. 타깃 시장이 연간 400명인데 개발하는 데엔 80억원이 들었다. 다행히 ETRI 등에서 도움을 많이 줬다”고 했다.

그러자 박 대통령은 “희망이 보이네요”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모뉴엘에 보인 이런 관심과 달리 이 회사는 사기 대출을 받으려고 제품 수출 가격을 조작, 수출 실적을 부풀렸고 박홍식 대표는 400억원이 넘는 돈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가 있다고 관세청 서울본부세관은 31일 밝혀 허탈함을 안기고 있다.

서울세관에 따르면 박 대표 등은 2009년 1월~지난 7월까지 3330차례에 걸쳐 홈씨어터(HT) PC 120만대를 3조2000억원 상당의 정상제품인 것처럼 허위수출하고, 446억원의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박 대표는 대당 8000원∼2만원인 HT PC를 120배인 미화 2350달러(250만원 상당)로 허위 수출판매하고, 은행에 허위수출 채권을 매각해 자금을 유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박 대표는 국내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자금을 자신이 관리하는 홍콩 페이퍼컴퍼니 계좌에 송금하고, 이 가운데 446억원을 빼돌려 브로커 로비자금, 주택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는 또 개인 비자금 목적으로 국내 다른 업체에서 자신이 운영하는 해외 페어퍼컴퍼니에 물품을 수출하는 것처럼 위장, 수출대금을 수령하는 방식으로 120억원 상당의 자금을 세탁해 국내에 반입했다. 이 자금은 국내외 카지노에서의 도박 자금과 제주도 개인별장 구입, 연예기획사 투자, 개인채무변제 등으로 사용했다.

모뉴엘은 로봇청소기와 홈시어터 PC 등으로 급성장한 가전업체로, 마이크로소프트(MS)의 창업자 빌 게이츠가 2007년 세계가전박람회(CES) 기조연설에서 주목할 회사로 지목해 관심을 끌기도 했다.

hongi@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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