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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승희·정진영 기자의 채널고정> 좀비보다 더 좀비스런…현대인의 불편한 자화상
美케이블채널 AMC‘ 워킹데드’절정의 인기…왜 좀비 드라마에 열광하는가
‘시즌5’ 1730만명 시청, 케이블 사상최고
‘아이좀비’ ‘제트네이션’등 후속작도 등장
국내서도 큰인기…좀비 콘텐츠 제작 늘어
암울한 사회·불안한 미래의 은유 키워드


지난 13일 첫 방송된 미국 케이블 채널 AMC의 드라마‘ 워킹데드’ 시즌5 1화가 현지에서 시청자 수 1730만 명을 기록했다. 이는‘ 워킹데드’가 시즌4로 달성한 미국 케이블 채널 역사상 최고 시청자 수인 1610만 명을 7%나 앞서는 기록이다. 2013~2014년 미국 드라마 시청률 1위인 ‘빅뱅이론’(CBS)의 평균 시청자 수는 1996만 명이었다. 소규모 케이블 채널 드라마가 지상파 채널 최고 인기 드라마를 위협하는 시청률을 기록하는 꿈같은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워킹데드’는 저예산 공포영화의 단골이자 마니아적인 소재인‘ 살아있는 시체’ 좀비를 다루고 있다‘. 워킹데드’는 주인공인 보안관‘ 닉’을 중심으로 좀비 때문에 종말을 맞은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남은 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소재의 명확한 한계에도 불구하고‘ 워킹데드’는‘ 좀비’를 다룬 작품들의 특징인 폭력성과 잔인함을 넘어 가족애와 우정을 절묘하게 녹여내며 대중성을 확보했다‘. 워킹데드’ 시즌5는 지난 시즌 막바지에 재회한‘ 릭’ 일행이 식인 집단을 제압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시즌보다 액션이 화려해져 볼거리가 많아진 것이 큰 변화다. 

살아있는 시체‘ 좀비’를 다룬 미국 케이블 채널 AMC의 드라마‘ 워킹데드’가 시즌5로 전 세계적인 인기를 모으고 있다.      [사진제공=폭스채널]

미국 현지에선‘ 워킹데드’의 인기에 힙 입어 ‘좀비’를 다룬 다양한 드라마들이 방송되거나 제작을 앞두고 있다. 미국 케이블채널 SYFY는 지난달부터 좀비로 뒤덮힌 미래의 세계를 배경 으로 좀비에게 물려도 감염되지 항체 보유자를 캘리포니아의 연구소로 데려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 제트-네이션’을 방영 중이다. 미국 케이블채널 CW도 좀비로 변한 의사의 이야기를 그린‘ 아이 좀비’를 방영할 예정이다.

‘좀비’의 인기는 국내에서도 다르지 않다‘. 워킹데드’ 시즌5는 글로벌 드라마 채널 FOX채널을 통해 미국 현지와 11시간 격차를 두고 국내에 방영되고 있다. 편성 시간이 지상파 드라마들이 격돌하는 월요일 오후 10시라는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워킹데드’는 방송 시간 내내 포털 사이트 검색어 상위권을 차지하며 뜨거운 인기를 실감케 했다. 또한 영화‘ 이웃집 좀비’와 ‘앰뷸런스’, MBC 드라마‘ 나는 살아있다’ 등 좀비를 다룬 콘텐츠들도 늘어나고 있다. 

 
▶美 AMC‘ 워킹데드’
고승희= 살아남았다. 그럼 이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궁극적인 질문.
★★★★☆
정진영=‘ 워킹데드’의 좀비는 인간의 본성
을 보여주는 불편하지만 적나라한 거울.
★★★★★
공포물은 극한 상황에 놓인 인간 군상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암울한 사회상을 은유하곤 한다‘. 워킹데드’는 좀비로 변한 가족을 차마 버리지 못하는 안타까운 모습부터 작은 무리 내부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권력 투쟁과 생존을 위해 동료를 버리는 모습까지 실제로 벌어질 법한 다양한 상황을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다. 

또한‘ 워킹데드’는 극한의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는 자의 갈등과 추악한 본성, 그리고 인간애를 치밀하게 그려내며 좀비보다 인간이 훨씬 더 무서운 존재라는 사실을 깨닫게 만든다. 이를 통해‘ 워킹데드’는 수없이 시청자에게 스스로 질문할 기회를 만든다. 가장 현실적면서도 불편한 광경은 점점 잔혹해지는 등장인물들의 행동이다‘. 워킹데드’에선 회를 거듭할수록 좀비들로부터 희생당하는 등장인물보다 같은 인간으로부터 희생당하는 인물이 더 늘어나고 있다. 이들의 행동은 이제 좀비보다 더 괴물을 닮아가고 있다. 이는 피와 살이 튀지 않을 뿐 경쟁사회의 살벌함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아무런 지능없이 느리게 흐느적거리며 움직이는 좀비는 예측 불가능한 현실사회와 종말론적 불안의 상징이자 무비판적이며 수동적인 태도를 보여주는 현대인의 모습을 보여주는 매개라는 분석이 많다. 

김봉석 대중문화평론가는 ‘ 좀비 사전(프로파간다)’을 통해“ 좀비는 더 이상 공포영화가 창조한 단순한 피조물이 아니라 동시대 문화 현상을 은유하는 중요한 키워드”라며“ 좀비로 대변되는 종말론적 불안은 기존 경제학 모델들이 세계 금융위기로 인해 회의적으로 부상하는 현실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워킹데드’에선 좀비 바이러스가 치료가 사실상 불가능한 것으로 그려지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들을 구원해줄 수 있는 정부와 군대를 비롯해 질병관리센터까지 모두 파괴된 상황이다. 에볼라 바이러스, 후천성면역결핍증(AIDS), 중증즙성호흡기증후군(SARS) 등 치사율이 높은 질병의 확산에 대한 공포와 정부에 대한 불신이 좀비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미국 LA데일리뉴스는 지난 17일(현지시간) 오피니언을 통해‘ 워킹데드’와 같은 좀비 드라마의 인기원인을‘ 미래에 대한 깊은 불안’‘, 지도자에 대한 불
신’으로 분석하며‘“ 워킹데드’와 에볼라 바이러스를 통해 지금 우리 사회의 표면 아래를 휘젓고 있는 불안을 엿볼 수 있다”고 짚었다.

정진영 기자/123@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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