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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피하면 ‘인조’ 모피
천연모피보다 보관·성형 쉽고 저렴…패션과 동물보호의 만남, 국내외 유명 패션디자이너들의 각별한 인조모피 사랑
시작은 살기위해서였을테다. 추위에 견디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 동물의 털이 었을테고, 그것이 시작이었을 것이다. 모피가 생존이 아닌 패션이 된지는 오래다. 사모님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했던 모피 코트는 디자인적 진화를 거듭하며 전 연령대에서 소비되고 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명품 컬렉션에, 백화점 마네킹에 ‘인조모피’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겨울 시즌 패션에서 패딩이 빠질 수 없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프리미엄 패딩 시장에서 그 보온성은 ‘구스털 몇 프로, 오리털 몇 프로’의 조합인지에서 결정된다. 올해 하이엔드 패션계의 F/W 트렌드는 ‘코트의 귀환’이라지만, 더 고급해진 프리미엄 패딩의 인기를 의심하는 이들은 없다. 날이 추워지고, 길에 프리미엄 패딩족이 늘어날 수록, 문득 머릿 속에 떠오르는 질문은 하나다. 그 많은 털은 다 어디서 난 것일까. 

스텔라 맥카트니

▶가짜라도 좋아, ‘인조모피’ 패션의 윤리적 변화=샤넬의 2010 F/W 콜렉션에 대한 이야기는 인조모피로 시작해 인조모피로 끝난다. 런웨이를 뒤덮는 풍성한 털들이 모두 가짜였다. “인조모피도 시크(chic)하다”. 칼 라거펠트가 당시 인조모피를 런웨이로 올리면서 말이다. “기술이 발달하면서 진짜 모피와 인조모피를 구분하기 어렵게 됐다”. 아무리 좋아도 ‘싼 티’가 났다. 필요에 의해 태어났지만 감정적으로 외면당해왔던 인조모피의 새로운 발견이었다.

2012년 F/W 서울컬렉션에서 ‘푸시버튼’은 퍼의 새로운 대안을 제시했다. 캐치프레이즈가 모든 것을 말해준다. ‘이제 퍼는 끝났다(Fur is over)’. 겨울을 앞두고 과감하게 ‘보온성’이 입증된 모피를 과감하게 포기했다. 대신 좋은 품질의 인조모피로 콜렉션을 꾸몄다. 당시 푸시버튼의 박승건 디자이너가 한 말은 지금까지도 ‘인조모피’를 설명하는 명언 중 명언으로 남아있다. “통조림만큼 혁신적이고, 나일론 백팩만큼 감각적이며, 콘돔처럼 윤리적인 이 시대의 발명품 페이크 퍼(fake fur)를 준비했다”.

모피에 대한 인식이 과거보다 높아진 것이 사실이다. 페이스북에는 왕왕 모피, 가죽이 어떻게 생산되는지 눈뜨고 보기 어려운 사진과 동영상이 올라온다. 모피 소비에 대한 반감만이 답은 아니지만, 적어도 ‘어떤 모피’를 소비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안다.

단순히 모피 반대 여론에 등떠밀리지 않더라도, 패션계의 인조모피 바람은 진짜 모피, 진짜 가죽의 대체제로서 인조모피 기술이 발전했음에 대한 증거다. 인조모피는 천연모피와 달리 보관과 성형이 용이하다. 거기에다가 저렴하다. 천연모피 못지않게 따뜻하고, 여기에 동물 보호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면서 ‘동물 보호는 중요하지만 결코 퍼(fur)는 포기하기 힘들다’는 패션계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오르고 있다.

패션과 동물 보호라는 인식의 만남은 단순히 모피에만 그치지 않는다. 가죽은 합성피혁으로, 울(wool)은 나일론, 아크릴, 폴리에스테르로 만든 양모나 면, 울론(orlon)이 대체소재로 등장했다. 실크 역시 실크와 동일한 감촉을 가진 나일론, 폴리에스테르, 텐셀 등의 소재로의 대체가 활발하다. 


▶구스(goose)다운의 훌륭한 대안, 프리마로프트(primaloft)=모피에 이어 많은 이들이 걱정하는 것이 ‘그 많은 거위털, 오리털이 어떻게 얻어지는 것일까’일 테다. 거위, 오리들의 ‘안녕’에 대한 걱정에 대한 답은 최첨단 섬유인 프리마로프트다. 숱한 겨울을 나며 구스패딩의 위엄을 경험한 이들 사이에서도 인정받은 섬유다. 프리마로프트는 처음 미군에서 방수 다운(down)의 대체제로 개발됐다. 그리고 오늘날, 프리마로프트는 미군, 미해군 등의 핵심 보급품이 됐다. 일반 다운점퍼가 젖는 순간 그 보온성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심지어 마르는데도 꽤 오랜시간이 걸리는 것과 비교해볼때 프리마로프트는 꽤 경쟁력 있는 대체재다. 프리마로프트는 젖었을 때도 보온력이 96% 유지된다.

대체제가 아닌 진짜 ‘다운’을 사용하는 패딩에도 윤리는 존재한다. 지난해 겨울 패딩시장을 휩쓸었던 캐나다 구스는 ‘살아있는 채로 다운을 뽑아 사용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살아있는 채로 다운을 뽑는다는 것은 잔인하고 비인도적인 방법이라는 생각에서다.

모피가, 다운이 주는 따뜻함은 포기하지 않았다. 모자에도 코요테 모피를 쓴다. 다만 절대적으로 멸종위기에 있는 종(동물)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은 변함이 없다. 동시에 모피에 반대하고, 이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의 권리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다운점퍼의 대안으로 모피를 사용하지 않은 경량 재킷을 제공하고 있다.

손미정 기자/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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