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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만화가들은 왜 붓을 들고 거리로 나섰을까
[헤럴드경제=김기훈ㆍ박혜림 기자]“보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에 대해 정치적 해석없이 ‘상식적으로’ 분노해줬으면, 아픔을 공유해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고경일(46) 상명대 만화디지털콘텐츠학부 교수는 만화가들이 화실을 벗어나 붓을 들고 거리로 나선 이유에 대해 이렇게 밝혔다.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는 박재동 화백 등 만화가 50여명이 함께 걸개 그림 작업을 하는 색다른 행사가 열렸다. 고 교수를 비롯한 대한민국만화인행동 소속 만화가들은 이날 오후 12시부터 약 6시간 동안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대규모 걸개 그림을 완성했다. 

지난 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 모인 만화가들이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고 수사권과 기소권이 포함된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촉구하는 100m 크기의 대형 걸개 그림을 그렸다.

약 48명의 만화가는 가로 2m 세로1.5m의 노란 천 50개에 각각의 그림을 그렸다. 작품은 따로, 또 하나로 모여 길이 100m의 초대형 작품을 이뤘다. 만화가들이 도안을 그리면 광화문에 모인 시민단체 회원들과 시민 약 200여명이 도안 위해 곱게 색을 입혔다.

이번 작업에는 특히 시사만화계의 대부 박재동 화백과 ‘악동이 아빠’ 이희재 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 ‘풀하우스’의 원수연 작가, 웹툰 ‘사랑IN’의 전세훈 작가, ‘노근리 이야기’, ‘꽃’의 박건웅 작가 등 유명 만화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이들은 걸개작업은 물론, 축구선수가 되고 싶은 아이에게 축구선수 유니폼을 입혀 얼굴을 그려주는 이른바 ‘꿈 캐리커처’ 행사도 함께 진행했다.


이처럼 시사 만화가 뿐 아니라 순정, SF 같은 장르 만화가들까지 거리로 나와 대규모 걸개 그림 작업을 한 것은 한국 만화 역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고 교수는 이에 대해 “만화라는 대중적 매체를 통해 많은 사람들이 세월호 참사를 기억해주길 바라며 만화가들이 광화문 광장에 나오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세월호 참사라는 끔찍한 사건을 두고 많은 사람들이 ‘이제는 좀 잊어도 되지 않냐’고 말하지만, 그러기엔 우리 미래가 달린 너무나도 중요한 문제가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또 “많은 만화가들이 세월호 참사를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사고라고 여기며, 이를 쉽게 잊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이미 50일이 넘게 릴레이 단식 농성을 벌이고, 세월호 추모 만화전 등을 연 만화가들은 유가족이 원하는 세월호 특별법이 제정되고 진상규명이 이뤄질 때까지 앞으로도 이같은 활동을 이어나가겠다는 입장이다.


고 교수는 “단원고 희생자들의 이야기를 만화가 한명 한명이 이야기화 해 작품집을 만들어 가려 한다”며 “많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세월호 참사가 잊히지 않게 지속적으로 책도 내고 전시도 할 것”이라고 했다.

r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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