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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살인 인정될까"…세월호 재판 심리절차 마무리, 선고만 남아
[헤럴드경제=이수민 기자] 세월호 승무원들에 대한 재판이 막바지에 다다랐다. 재판부인 광주지법 형사 11부(부장 임정엽)의 선고만을 남기고 현재 모든 심리절차가 끝났다. 이에 나머지에 대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퇴선 명령 있었나…살인 혐의 인정 여부 ‘최대 관심사’=최대 쟁점은 이준석(68) 선장, 1등 항해사 강모(42)씨, 2등 항해사 김모(46)씨,기관장 박모(53)씨 등 4명에게 적용된 살인 혐의가 인정되느냐다.

1970년 남영호 침몰 사고 당시 선장에게 부작위에 의한 살인 혐의가 적용됐지만, 법원은 무죄로 판단하고 업무상 과실치사죄를 인정한 바 있다.

검찰은 이 선장 등 4명이 배를 버리고 달아나면 ‘승객들이 숨질 수도 있다’는 정도의 인식에 그치지 않고 ‘사망이라는 결과가 생겨도 어쩔 수 없다.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이었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검찰이 주장하는 미필적 고의가 충분히 입증된 것으로 재판부가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특히 “선장이 퇴선 명령을 했다”는 일부 승무원의 법정 진술을 재판부가 어느 정도 신뢰할지는 판단의 주요 근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선장, 2등 항해사 김씨는 법정에서 한결같이 퇴선 명령을 했다고 주장했다.

“2등 항해사가 선장에게 ‘(승객들을) 퇴선 시킬까요’라고 묻자 선장이 퇴선을 명령했고, 2등 항해사가 사무장(사망)에게 무전으로 퇴선 방송을 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실제 방송은 전달되지 않았지만 퇴선 명령이 있었는지는 살인의 미필적 고의와 직결된 문제다.

견습 1등 항해사 신모(33)씨는 “진실을 이야기해도 검찰이 믿지 않아 거짓말 탐지기 조사를 해서라도 거짓말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며 선장 등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조타수 박모(59)씨는 “책임을 피하려고 선장 등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상반된 진술을 했다.

검찰은 퇴선 명령 경위 등이 세부적으로 일치하지 않고 이 선장조차도 설명이 오락가락하는 점 등으로 미뤄 선장 등이 살인 혐의를 벗으려고 입을 맞춘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살인 혐의가 적용된 2등 항해사 김씨는 사고 직후 부상자에 대해 심폐소생술을 하는 등 일부 구조활동을 한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퇴선 명령 등 핵심적인 구호활동을 실행하지 않은 치명적 잘못에 방점을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범으로 간주할지 재판부의 판단이 주목된다.

이 선장은 살인이 무죄로 인정되면 예비적으로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 처벌법(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위반 혐의에 대한 판단을 받는다.

이 역시 무죄로 인정되면 두번째 예비적 죄명인 유기치사ㆍ상 혐의에 대한 판단을 받는다.

항해사 2명과 기관장은 살인 무죄 판결을 받으면 유기치사ㆍ상 혐의에 대해 유무죄 판단을 받는다.

▶수난구호법 위반 인정될까=승무원 전원에게 적용된 수난구호법 위반 혐의 인정 여부도 관심사다.

재판부는 승무원들이 수난구호법 18조 1항에서 규정한 ‘조난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장, 승무원에 해당하는지’를 법의 제·개정 취지를 근거로 설명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하기도 했다.

이 조항은 조난 사고의 원인을 제공한 선박의 선장과 승무원은 요청이 없더라도조난된 사람을 신속히 구조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했다.

변호인들이 통상 조난 사고는 선박의 좌초나 충돌에 해당해 세월호 승무원에게 관련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고 주장하면서 쟁점이 되고 있다.

재판부는 이준석 선장, 사고 당시 당직이었던 3등 항해사 박모(25ㆍ여)씨와 조타수 조모(55)씨에게 적용된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상 도주 선박의 선장 또는 승무원에 대한 가중처벌 조항과 관련해서도 비슷한 내용의 설명을 요구했다.

이 조항은 수난구호법 18조 1항 단서에 따른 조치를 하지 않으면 가중처벌하도록 해 쟁점과 밀접히 연관됐다.

법 조항을 통상적인 좌초나 충돌에만 적용해야 할지, 세월호처럼 화물 과적, 고박 부실, 조타 실수 등이 맞물려 스스로 기울어 전복·침몰까지 이르게 된 사고에도적용할지는 재판부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

▶풀리지 않은 궁금증=사고 당시 승무원들은 뭘 했나 4월 16일 오전 8시 48분 세월호가 왼쪽으로 급격히 기울자 선장 등 갑판부 승무원 8명은 조타실로, 기관부 승무원 7명은 선체 3층 자신들의 선실 앞으로 모여들었다.

기관부 승무원들은 오전 9시 39분, 갑판부 승무원들은 9시 46분 목포해경 123정에 올라탔다.

유가족들은 그 사이 한 시간가량 선원들의 행적을 궁금해한다.

주변에 있던 유조선 둘라에이스호 선장, 해상교통관제센터(VTS) 등에서 승객들을 퇴선시키라는 요청이 있었는데도 묵살하면서 승객은 외면한 채 자신들만 구체적 탈출 논의를 하지 않았는지 유가족은 의심하고 있다.

유가족은 줄곧 ‘양심선언’을 요구했지만, 법정에 선 승무원들은 일제히 부인했다.

경황이 없었을 뿐 ‘먼저 살자’는 논의는 없었다는 것이다.

사고 순간 자신의 선실에서 휴대전화를 만지고 있다가 속옷 차림으로 조타실로 간 선장이 뭘 하고 있었는지도 풀리지 않은 의문점이다.

선장은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려고 휴대전화를 만지작거렸다고만 말했다.

승무원들의 당시 속마음을 짐작하게 하는 일부 진술도 법정에서 나왔다.

기관부 승무원 일부는 수사기관에서 “배가 더 기울면 바다로 뛰어내리기 쉬울 것 같아 기다렸다”고 말했다.

기관장, 1등 기관사, 3등 기관사는 해경이 오는 동안 캔맥주를 마신 정황도 드러났다.

그러나 퇴선 조치만 있었어도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었을 ‘황금시간’(골든타임)의 행적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함이 많다는 게 유가족의 지적이다.

smst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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