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대북전단에 남남 갈등, 정부 손놓고 있을 일인가
대북전단 살포를 둘러싼 남ㆍ남 갈등이 갈수록 커지는 형국이다. 주말 내내 임진각과 경기 파주 일대에는 격한 충돌이 벌어졌다. 대북전단 보내기 국민연합 등 보수단체가 예고대로 전단살포에 나서자 전방지역 주민들과 일부 진보단체 회원들이 막아서며 대치극을 벌인 것이다. 북한이 지난 10일 연천지역에서 대북전단 풍선을 향해 쏜 총탄이 우리 민간 지역에 떨어지자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던 농민들은 한창 바쁜 추수기 임에도 트랙터를 몰고 임진각으로 달려왔다. 경찰은 양측의 무력 충돌 방지 차원에서 출동했고, 군은 전방에서 북한군의 사격에 대비해야 했다.

지금 남측에서 펼쳐지고 있는 대북전단 논란이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생산적 진통이라면 얼마든지 감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거꾸로 흐르고 있다. 보수단체의 전단에는 ‘김정은을 사살하라’는 내용이 들어있다 한다. 이전에 날려 보낸 전단에도 김정은 위원장 부인 리설주를 성적(性的)으로 모욕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었다 한다. 또 전단 풍선에는 1달러 지폐도 실려있다고 한다. 북한 최고지도자를 증오하고 그 부인을 비하하며 동냥주듯 달러를 던지는 방식은 대북전단이 당초 의도했던 북한의 바람직한 변화를 촉진할 가능성은 적다. 오히려 역효과가 더 클 것이다. 대남 도발의 빌미를 제공하고 북한을 더욱 완고한 체제로 만들어 남북관계 경색 국면을 더 공고히 할 뿐이다. 국민 여론도 대북전단의 자제를 당부하는 쪽이다. MBN 여론조사에 따르면 ‘대북 전단 살포를 막아야 한다’는 응답이 62.9%로 ‘막지 말아야 한다’(24.6%) 보다 배 이상 많다.

지금은 북한 실세 3인방의 ‘깜짝방남’ 이후 2차 남북 고위급 회담이 열리느냐 마느냐의 기로에 서 있는 시점이다. 모처럼 남북 관계의 대화 무드가 펼쳐지는 국면에서 주변적인 사안인 전단 살포 문제가 장애물이 돼선 안될 것이다. 남북관계가 풀려야 보수단체가 외치는 북한 주민의 생활수준도 개선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문제는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이다. 특히 류길재 장관의 이도 저도 아닌 애매한 스탠스는 과연 통일 문제를 주도하는 부처의 수장이 맞나 싶을 정도다. “전단살포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 보장과 규제법 미비로 제한 방법이 없다”고 했다가 국감 현장서 질타를 받자 “법적 차원 보다는 남북관계와 관련된 사안”이라며 말을 돌렸다. 보수단체를 붙들고 설득해도 시원찮을 판에 선문답에 빠져있는 꼴이다. 이런 무책임성으로 어찌 남북 관계의 험난한 파고를 넘을 지 걱정이다.
맞춤 정보
    당신을 위한 추천 정보
      많이 본 정보
      오늘의 인기정보
        이슈 & 토픽
          비즈 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