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에볼라로 학교가 문을 닫는 데 이어 기내에서 구토를 한 흑인 승객을 보고 에볼라를 의심한 승무원들이 패닉에 빠지는 일까지 발생했다”면서 “에볼라 공포가 미국 전체에 치명적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전했다.
실제 최근 미국에서는 에볼라 때문에 사람들이 극도의 공포와 흥분 상태에 사로잡힌 듯한 인상을 주는 일들이 잇달아 발생하고 있다.
지난주 뉴저지의 한 초등학교는 에볼라와 무관한 아프리카 동부 국가에서 이주해온 학생들에 대해 등교를 금지했으며, 조지아대는 23일로 예정돼있던 라이베리아인 언론인의 연설을 취소했다. 댈러스에서 시카고로 가는 한 비행기에서는 아프리카계 흑인 여성이 토를 하자 승무원들이 착륙할 때까지 화장실에서 나오지 말아달라고 요구한 일이 벌어졌다. 또 17일에는 워싱턴에서 국방부 해병대 행사에 참석하려던 여성이 관광버스에서 구토를 해 임시 격리되는 등 유사 사건이 이어졌다.
이처럼 시민들의 불안이 확산되자, 이를 가리켜 에볼라 공포를 뜻하는 ‘피어볼라’(fearbola)에 이어 에볼라에 히스테리(hysteria), 편집증(paranoia) 등을 합성한 ‘에볼라노이아’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19일 주례 라디오 연설에서 한 “에볼라는 심각한 질병이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공포나 히스테리에 빠져서는 안 된다”는 발언에 빗댄 것으로,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에선 에볼라를 우려하는 내용의 멘션과 사진들이 에볼라노이아 해시태그와 함께 확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상황이 지속되면 대중에 대한 보건당국의 신뢰와 영향력이 떨어질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특히 상점, 식당 등 공공장소를 찾는 발길이 감소함에 따라 향후 경제가 위축되는 결과까지 낳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03년 SARS 사태 때 진앙지와 멀리 떨어진 캐나다에서도 감염 우려로 43억달러의 손실을 본 점은 이러한 불안을 가중시킨다.
근로자지원프로그램 제공업체 콤사이크의 리처드 차이페츠 최고경영자(CEO)는 “에볼라 감염 환자가 추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극장이나 식당에 가는 걸 꺼리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결국 경제까지 타격을 입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 경제매체 마켓워치도 “유럽과 글로벌 경제의 성장이 둔화된 상황에서 에볼라까지 확산하면서 시장에서 불안에 휩싸이고 있다”면서 “미국 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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