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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편집숍은 가치와 스토리를 파는 곳”…이성환 현대백화점 컨텐츠운영팀 바이어
[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재킷은 국내 남성브랜드 유통매장에서 샀다. 셔츠는 맞춤이다. 이탈리아에서 이름만 말하면 누구나 알 수 있는 유명 브랜드 바지를 입었다. 함께 매치한 스니커즈는 해외 브랜드를 직구했고, 그 안에 유니클로 양말을 신었다. 브랜드도, 구입 방법도 천차만별인 아이템으로 복잡하지 않은 깔끔한 스타일링을 하는 것은 본인의 ‘스타일’을 알지 못하면 불가능하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백화점 미래MD전략사업부 컨텐츠운영팀 이성환(39) 바이어는 본인의 스타일을 잘아는 준프로급 패셔니스트다.

이 바이어의 업무는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편집숍을 꾸려나가는 것이다. “차별화된 상품 구색을 갖추고 그 안에 직매입을 통해 운영하는 것이 컨텐츠운영팀의 가장 큰 미션”이다. 편집숍 하나 없는 백화점이 없고, 해외에서 패션 피플들이 선호하는 수많은 브랜드가 편집숍을 통해 국내로 유입되는 요즘, ‘편집숍’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소비자들이 온라인 쇼핑하고, SPA에서 옷을 장만하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점차 패션에 대한 능력이 커지고 있다. 스타일링을 하면서 재미가 생기는 것이다”. 편집숍의 등장, 편집숍의 증가, 편집숍에 대한 소비자의 수요 증가 등 이같은 모든 과정은 소비자가 자신만의 스타일을 터득하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유통시장의 새로운 트랜드라는 게 이 바이어의 설명이다. 


지난 2011년을 기점으로 ‘우리만의 것’을 만들어보자는 생각으로 똘똘뭉쳐 편집숍을 처음 시도했다. 또 유통 바이어들이 전세계를 돌아다니면서 팔만한 상품을 샀고, 로드샵이나 패션 피플들만이 알음알음 아는 전문샵을 수소문하는 방법으로 아이템을 발굴했다.

진(jean) 편집숍의 대표격이었던 데님바를 직매입으로 전환한 데 이어 남성편집숍 ‘로얄마일’도 열었다. “‘남성편집숍’이란 시장이 당시에 쉽게 시작하기 어려운 장르였다. 다행히 지금까지 안정적으로 운영하고 있다. 남성브랜드중 매출 순위로 상위권을 다툰다. ”

현대백화점의 데님바, 로얄마일 등 편집숍의 타깃은 이 바이어의 표현을 빌리자면 “루이비통 모노그램 로고가 싫은” 프리미엄 고객이다. 브랜드보다 상품 자체의 가치를 알고 사는 이들이 타깃이다. 온라인에서 제품을 샀을 때 받을 수 있는 10~20%의 혜택 대신 제품이 가진 ‘가치’와 ‘스토리’를 사기 위해 매장을 직접 방문하는 소비자들이기 때문이다.

이 바이어는 “쇼핑에서 느끼는 경험이라는 게 있다. 조금 더 돈을 내더라도 제품에 담긴 스토리를 듣고, 즐겁게 쇼핑하는 데에 더 가치를 느낀다”며 “즐거움에 기꺼이 지불할 수 있는 쇼핑환경을 만들고, 실제로 그같은 접근으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겨울, 프리미엄 패딩시장의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 에르노(Herno)의 단독매장 론칭을 이끈 것도 그의 팀이다.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며 심사숙고한 지난 4년간 노력의 결과다. 그는 국내 시장에서 팔릴만한 상품을 들여오는 것에 대해 “사막의 모래 속에 박혀있는 보석을 찾는 것”이라 표현했다. 이 바이어는 “상품을 사려면 해외 시장조사나 유명 숍들을 끊임없이 찾아가 몸으로 느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브랜드가 아니라 상품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다”고 힘주어 말했다.

balm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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